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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장 다 녹는다"…코스프레 행사 참여 중고생, 마스크 안썼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한 코스프레 행사장에서 참가자들이 줄 지어 서 있는 모습.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뉴스1]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한 코스프레 행사장에서 참가자들이 줄 지어 서 있는 모습.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뉴스1]

“많이 더우신가요? 열이 높게 나오는데 좀만 쉬었다 다시 잴게요.”

15일 오전 11시쯤,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한 코스프레(게임이나 만화 속의 등장인물로 분장하는 것) 행사장 앞. 형형색색의 머리 가발을 쓰고 온 참가자의 열 온도를 재던 관계자가 난처하다는듯 말을 꺼냈다. 체온검사를 다시 진행한 관계자는 “조금 전 열이 높게 나왔는데 더워서 그러셨던 것 같다”며 “이상 증세가 있다고 판단되면 본부에 연락해주세요”라는 말과 함께 참가자를 행사장 안으로 안내했다.

"꼭 오고 싶어서 코로나19 걱정되지만 왔다"  

15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한 코스프레 행사 진행 요원들이 참가자들의 발열 온도를 체크하고 있다. 박현주 기자

15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한 코스프레 행사 진행 요원들이 참가자들의 발열 온도를 체크하고 있다. 박현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코스프레 행사 풍경이 사뭇 달라졌다. 이날 참가자들은 표 확인을 받고 발열 체크를 통과한 뒤 행사장 안으로 들어갔다. 노란 조끼를 입은 관계자들은 하얀색 마스크를 낀 채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장 안에는 행사 주최 측이 안내 데스크에 마련한 대용량 손 소독제와 소독 물티슈도 찾아볼 수 있었다.

행사에는 중·고등학생 참가자들이 많았다. 공연장 옆 복도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분장하던 여학생(17)은 “엄마가 이제 대입 준비해야 한다고 말해 오늘 마지막으로 참가했다”고 말했다. 올해 고3이 되었다는 여성 참가자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가 걱정된다”면서도 “앞으로 시험 준비 때문에 못 올 것 같기도 하고 설날 때 받은 용돈으로 가발도 샀는데 빠지기 어려웠다”며 행사 참여 이유를 설명했다.

"마스크 착용, 복장 가리니까 필수는 아니다"

행사 주최 측이 안내데스크에 손 소독제를 비치해 두었다. 박현주 기자

행사 주최 측이 안내데스크에 손 소독제를 비치해 두었다. 박현주 기자

마스크 착용이 강제가 아니었던 탓에 마스크를 쓴 참가자가 많지는 않았다. 마스크를 착용한 참여자들의 수는 10명 중 3명꼴로 드문 편이었다. 한 여성 참가자(16)는 마스크를 왜 끼지 않았냐는 물음에 “마스크를 쓰면 분장이 다 녹는다”며 “행사장 안에 손 소독제가 있으니 수시로 손 닦으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마스크로 분장을 가린 참가자들도 드물게 보였다. 자신을 고등학생이라고 소개한 한 여성 참가자는 “면역력이 약해 KF94 마스크를 끼고 왔다”며 “취소된 코스프레 행사와 다르게 이번 행사는 내부에서만 진행되기 때문에 그나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쓰고 참가한 최모(17)씨는 “꼭 오고 싶어서 오긴 했지만, 사람들도 많고 해서 감염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라 솔직히 걱정된다”며 의견을 표했다.

전문가들 "감염 우려 있어" 

주최측의 준비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이런 행사에 대해 여전히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실내 공간에 불특정 다수가 모이면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실내는 야외와 공기 흐름이 달라 환자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위험할 수 있다”며 “정말 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증상을 숨긴 채 약을 먹고 들어갈 수도 있지 않겠나”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현주·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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