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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견뎠다" 시민들 배웅···'손하트'로 답한 우한 교민 귀갓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피해 귀국한 뒤 격리 수용됐던 중국 우한(武漢) 교민들이 15일 격리 생활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갔다. 지난달 31일 임시생활시설에 입소한 지 16일 만이다.

15일 오전 10시 충남 아산시 초사동 경찰인재개발원에서 2주간의 격리생활을 마친 중국 우한(武漢) 교민들이 탑승한 전세버스가 정문을 빠져나오고 있다. 신진호 기자

15일 오전 10시 충남 아산시 초사동 경찰인재개발원에서 2주간의 격리생활을 마친 중국 우한(武漢) 교민들이 탑승한 전세버스가 정문을 빠져나오고 있다. 신진호 기자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격리 생활 중이던 우한 교민 366명(아산 193명·진천 173명)은 이날 오전 10시10분쯤 정부에서 마련한 전세버스(45인승)를 타고 귀갓길에 올랐다.

1차 귀국 366명(아산 193·진천 173) 15일 귀가 #주민들 "다음엔 관광객으로 오세요" 환송 인사 #아산시·진천·음성군, 교민들 위해 선물도 마련 #양승조 충남지사 "도민들의 힘으로 위기 극복" #16일에는 경찰인재개발원에서 334명 2차 퇴소

앞서 오전 9시30분쯤에는 정세균 국무총리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각각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과 경찰인재개발원을 방문, 정부합동지원단 근무자를 격려하고 우한 교민들을 위로했다. 진영 장관은 어린이들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며 “대견하다”고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양승조 충남지사와 오세현 아산시장, 이시종 충북지사와 송기섭 진천군수, 조병옥 음성군수도 현장을 찾아 잠복기를 무사히 잘 견뎌준 교민들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아산시와 진천·음성군은 귀가하는 교민들을 위해 머그잔과 차(茶)를 선물로 전달했다.

15일 오전 10시 충남 아산시 초사동 경찰인재개발원에서 2주간의 격리생활을 마친 중국 우한(武漢) 교민들이 탑승한 전세버스가 지나가자 마을 주민들이 손을 흔들며 환송인사를 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15일 오전 10시 충남 아산시 초사동 경찰인재개발원에서 2주간의 격리생활을 마친 중국 우한(武漢) 교민들이 탑승한 전세버스가 지나가자 마을 주민들이 손을 흔들며 환송인사를 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송기섭 진천군수는 “우한 교민들이 15일 간의 답답한 격리생활을 끝내고 무사히 떠날 수 있어 다행”이라며 “불편함을 감내하시며 격리 수용을 결정하신 군민과 24시간 방역과 경호에 애를 써준 직원과 경찰들께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아산시민 300여 명은 교민들을 태운 전세버스가 경찰인재개발원을 빠져나오자 “그동안 고생 많았어요. 안녕히 잘 가세요”라며 손을 흔들고 환송 인사를 했다. 마을 주민들은 아침 일찍부터 도로변에 ‘아산시민들은 여러분을 기억하겠습니다’ ‘잘 이겨내셨어요. 건강하게 귀가하시니 정말 기뻐요’라는 현수막을 걸고 집으로 돌아가는 교민들의 발길을 가볍게 했다.

마스크를 쓴 교민들은 짙게 선팅이 된 버스의 커튼을 열고 환하게 웃으며 화답했다. 가족으로 보이는 교민들은 손 하트를 만들며 감사 인사를 대신했고 일부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20대 청년들은 휴대전화로 자신들을 환송하는 주민의 모습을 촬영하기도 했다.

15일 오전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에에서 진천 주민들이 2주간의 격리생활을 마치고 귀가하는 중국 우한(武漢) 교민들을 환송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15일 오전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에에서 진천 주민들이 2주간의 격리생활을 마치고 귀가하는 중국 우한(武漢) 교민들을 환송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아산시 초사2통 김재호 통장은 “건강한 모습으로 교민들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우리 가족 일처럼 기쁘다”며 “내일 아침에도 교민들이 떠나는 길에 나와서 환송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 민·관 합동 현장감시단 사무실에는 무사 귀가를 축하하는 메시지가 빼곡히 붙었다. 한 주민은 “이제 모든 악몽을 털고 떠나는 당신이 언제나 진천을 좋은 기억으로 담고 가시길 두 손 흔들어 환송한다”고 썼다.

우한 교민이 격리 수용 기간 문 앞에 붙인 메모지도 공개됐다. 건강을 기원해 준 진천군민과 지원팀, 자원봉사자에 대한 감사 글이다. 한 교민은 “수고 많으셨어요. 우리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고 썼다. 아이들을 잘 보살펴 줘 고맙다는 내용도 있었다.

15일 오전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에서 주민들이 2주간의 격리생활을 마치고 귀가하는 중국 우한(武漢) 교민들을 환송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15일 오전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에서 주민들이 2주간의 격리생활을 마치고 귀가하는 중국 우한(武漢) 교민들을 환송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 7살 딸과 함께 배웅을 나온 한 주민은 “진천 인재개발원에서 신종코로나감염증(코로나19)이 한 명도 발생하지 않고 교민 모두 집으로 돌아가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격리시설을 나온 교민들은 서울과 경기, 대구·영남, 대전·충북·호남, 충남 등 전국 5개 권역으로 이동했다. 버스에는 2개 좌석당 1명씩만 앉게 했다. 각 권역에 도착한 뒤에는 기차·버스·전철 등 대중교통이나 개별 이동수단을 타고 귀가했다. 정부는 교민들이 내리는 권역별 장소는 공개하지 않았다. 지역 주민을 고려해 교민들이 아산·진천에서 개발 귀가하는 것도 허가하지 않았다.

우한 교민 700명은 지난달 31일과 1일 두 차례에 걸쳐 전세기(대한항공)편으로 우한을 출발, 김포공항에 도착한 뒤 각각 아산과 진천에 격리 수용됐다. 어린이와 장애인을 둔 가족을 제외하고 각각 1인 1실에서 지내며 정부합동지원단의 관리·감독을 받아왔다. 이 과정에서 아산에 수용 중이던 2명이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15일 오전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에서 주민들이 2주간의 격리생활을 마치고 귀가하는 중국 우한(武漢) 교민들을 환송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15일 오전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에서 주민들이 2주간의 격리생활을 마치고 귀가하는 중국 우한(武漢) 교민들을 환송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애초 정부가 경찰인재개발원과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을 우한 교민 격리시설로 결정하자 주민들은 수용에 반대하며 플래카드를 걸고 정부·자치단체를 상대로 격렬하게 항의했다. 하지만 입소 직전인 31일 오전 “다 같은 대한민국 국민인데 결국 우리가 품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냐”며 수용을 전격 결정했다.

정부는 퇴소를 앞둔 우한 교민 700명 전원을 대상으로 지난 13일과 14일 두 차례에 걸쳐 검사를 진행했다. 15일 퇴소한 366명은 마지막 검체 검사에서 모두 음성으로 판정됐다.

정부합동지원단은 퇴소 직전 보건교육을 통해 발열과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이 있으면 선별진료소 방문 등의 내용을 전달했다. 정부는 퇴소한 교민에게 2∼3차례 전화로 연락할 예정이다. 추가 안내사항을 전달하고 생활에 문제가 없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15일 오전 충남 아산시 초사동 경찰인재개발원 앞에서 아산 시민들이 2주간의 격리생활을 마치고 귀가하는 중국 우한(武漢) 교민들을 환송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15일 오전 충남 아산시 초사동 경찰인재개발원 앞에서 아산 시민들이 2주간의 격리생활을 마치고 귀가하는 중국 우한(武漢) 교민들을 환송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수용 중이던 우한 교민 700명 중 366명이 15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면서 경찰인재개발원에서만 334명이 남게 됐다. 이들은 16일 2차로 퇴소한다. 진영 장관은 16일 교민들이 떠난 뒤 아산시 초사2통 마을회관을 찾아 주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할 예정이다.

아산과 진천 두 곳의 시설에서 교민들과 함께 생활했던 정부합동지원단 111명도 시설 정리 등을 마친 뒤 이르면 16~17일 복귀하게 된다. 교민과 지원단이 모두 빠져나간 뒤 건물 내부는 방역업체, 건물 외부는 경찰·공무원인재개발원이 각각 방역작업을 진행한다.

시설에서 나온 모든 폐기물은 의료폐기물로 분류, 수거·소각 처리한다. 세탁물 관리와 시설 청소 등 환경정비와 소독까지 정부합동지원단이 관리·감독할 방침이다.

양승조 충남지사(오른쪽)과 오세현 아산시장이 15일 오전 아산시 초사동 경찰인재개발원 앞에서 격리생활을 마치고 돌아가는 중국 우한(武漢) 교민들을 환송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양승조 충남지사(오른쪽)과 오세현 아산시장이 15일 오전 아산시 초사동 경찰인재개발원 앞에서 격리생활을 마치고 돌아가는 중국 우한(武漢) 교민들을 환송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양승조 충남지사는 “우한 교민을 가족처럼 받아준 위대한 아산시민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정부와 자치단체, 220만 충남도민이 한마음으로 뭉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산·진천=신진호·최종권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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