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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한국 화려해 보이지만 젊은이들은 절망에 빠져 있다"

중앙일보

입력

[사진 가디언 인터넷 기사 화면 캡쳐]

[사진 가디언 인터넷 기사 화면 캡쳐]

"한국은 화려해 보이지만 젊은이들은 절망에 빠져 있다."
지난달 31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실린 봉준호 감독 인터뷰 기사의 제목이다.
지난 9일 아카데미 시상식에 앞서 4관왕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을 일주일여 앞두고 한 이 신문과의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겉으로는 K팝, 초고속인터넷, 정보기술(IT) 등으로 매우 부유하고 매력적인 나라처럼 보이지만 부유층과 빈곤층의 빈부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전 영국 일간지 가디언 인터뷰 #가디언 "'기생충은 그냥 훌륭한 이야기가 아니다" #봉 감독 "영화적 매력 무엇이었는지 꼭 돌아볼 것"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가디언은 "영화 '기생충'으로 인해 봉준호 감독은 지난 한 해는 돌풍을 일으켰고, 그는 아직도 그 한가운데 있다"면서 "이 돌풍은 지난 5월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으면서 시작돼 흥행 성공, 미국 토크쇼 출연, 그리고 170개의 상으로 이어졌다"고 소개했다.

가디언 "기막히게 펼친 훌륭한 이야기"  

가디언은 이어 "'기생충'은 단지 훌륭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것은 기막히게 펼쳐놓은 훌륭한 이야기(it is a great story brilliantly told)"라고 격찬했다. "(이 영화는) 연기, 구조, 꼼꼼한 디자인, 상징, 대칭 등이 서로 잘 맞아들어갔다"며 "시각적 스토리텔링이 너무 유창해서 자막도 거의 필요 없다"고 덧붙였다. 가디언은 또 "'기생충'은 가족 드라마, 블랙 코미디, 서스펜스 스릴러, 계급 풍자, 심지어 가정 공포물"이라며 "(봉 감독이 50번 이상 봤다는) 히치콕의 영향력은 분명히 눈에 띄지만, 그는 자신만의 장르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기생충'은 지난 3일 영국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BAFTA(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과 오리지널 각본상을 수상했다.

가디언은 '기생충'에 대해 "대만 빵집 개점 열풍에서부터 등심 스테이크가 섞인 인스턴트 면요리(짜빠구리)에 이르기까지 지역적 특수성이 매우 높은 소재들이 등장하지만 전세계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드문 지역적 영화"라고도 소개했다.

봉 감독은 인터뷰에서 '기생충' 속 기택(송강호 분) 가족에 대해 "그들에게 단점이 있거나 게으른 것은 아니다. 그저 그들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지 못할 뿐이다." 영화에는 "경비원 한 명만 뽑아도 대졸자, 4년제, 500명씩 몰려드는 시대”라는 대화가 나온다. 이에 대해 봉 감독은 "그것은 과장이 아니라 내가 읽은 진짜 기사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봉 감독 "'기생충', 영화적인 면에서 잘 된 것" 

'기생충'은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비판을 담은 것일까. 착취는 피할 수 없는 결과인가? 더 좋은 대안이 있을까? 봉 감독은 "사람들은 서로에 대한  존중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생충'이  당신이 다른 인간에 대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존중이 완전히 파괴되고 무시되는 상황을 다루고 있다"는 설명이다.

“A lot of people say it’s a universal story because it’s about the gap between rich and poor, but I don’t think that’s all the answer,” he says. “I think this film has done so well because it appeals in a very cinematic way, as a film in itself. I really want to take time to look back at what that cinematic appeal was.”

그러나 봉 감독의 답변을 잘 들여다보면 그는 '기생충'이 가진 '영화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이 이것이 빈부 격차를 다루고 있어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것이 해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나는 이 영화가 매우 영화적인 방식으로, 그 자체로 영화적인 면에서 잘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을 사로잡은 그 영화적 매력이 무엇이었는지 되돌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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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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