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세균 '코로나 염장' 논란에···野 "바이러스만큼 '세균'도 문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세균 국무총리가 13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을 찾아 한 커피숍에서 주문한 커피를 받고 있다. [뉴시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13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을 찾아 한 커피숍에서 주문한 커피를 받고 있다. [뉴시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소상공인에게 “손님이 적으니 편하시겠다”고 한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은 “서민의 고통을 후벼 팠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정 총리는 1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상가를 찾아 자영업자들의 애로사항을 들었다. 한 상인이 “코로나 때문에 손님이 줄었다”고 토로하자 정 총리는 “원래 무슨 일이 있으면 확 줄었다가 좀 지나면 다시 회복되니까 그간에 돈 많이 벌어놓은 것 갖고 조금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총리는 “손님이 적으니 편하시겠다”고 말하자 상인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에 정 총리는 “마음이 더 안 좋은 거다. 아마 조만간 다시 바빠질 테니 편하게 지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 야당은 일제히 공식 논평을 냈다. 자유한국당 박용찬 대변인은 14일 “국무총리가 서민들의 고통에 ‘염장을 지르는’ 발언을 자영업자의 면전에서 대수롭지 않게 늘어놓을 수 있단 말인가”라며 “정 총리의 발언은 문재인 정부가 공감 능력 부족을 넘어 민생 현장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본인의 배가 불러 바닥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도, 정보도 없는 것인가. 아니면 총선에 나오지 않아 본성이 나오는 것인가"라며 "바이러스만큼 '세균'도 문제"라고 말했다.

김수민 국민의당(가칭) 창준위 대변인도 ‘정세균은 어느 나라 총리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가짜뉴스이기를 바랄 정도로 눈과 귀를 의심케 하는 망언이다. 대한민국의 국무총리가 국민을 조롱했다“며 ”보여주기식 방문 쇼에만 골몰하다 보니, 국민과 민생에 대한 총리의 평소 생각이 은연중에 드러나고 만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의 상처를 후벼 파는 조롱에 대해 대국민 사과하고 해당 점포를 방문해 용서를 구하라”라고 말했다.

친여 성향의 정의당도 쓴소리를 했다.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은 "국민 아픔에 무감각한 태도였고, 자영업자들의 현실에 대한 이해도, 감수성도 없는 몰지각한 언행"이라며 "의도는 농담이었을지 모르지만, 영세 자영업자들 입장에서는 농담으로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정중한 사과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장관들은 재래시장이나 식당, 동네 가게에 들러 소비진작에 적극 앞장서달라”면서 “저도 오늘 점심은 동네 식당에서 식사할 계획으로, 장관들도 솔선수범해달라”고 말했다. 정 총리의 13일 신촌 방문도 소비진작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정 총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상인이 ‘총리가 회사 다닐 때부터 총리를 알았다’면서 엄청 좋아한다고 친밀도를 표현하면서 반가워하길래 ‘지금 장사 좀 안되더라도 곧 바빠질테니 편하게 생각하시라’는 뜻에서 편하게 농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