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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쩐’만 줄 때 ‘정’을 줬다···中 감동시킨 '이웃나라 일본'

중앙일보

입력

한국의 기부가 분명히 많은데 왜 일본만 기억하는가." 

‘한국어 학장’(韓語學長)이란 아이디를 쓸 정도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한 중국 네티즌이 11일 중국 SNS 웨이보에 이런 제목의 글을 올렸다. 코로나19 감염 확산 사태에 한국과 일본은 중국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런데 중국인 다수는 일본과의 우정만 기억하고 한국의 도움은 무시한다는 것이 글의 골자다.

중국 네티즌 '한국어 학장'이 올린 글. 신종 코로나 관련해 한국이 기부를 많이 하는데도 중국에선 일본에 더 열광한다고 했다. [웨이보 캡처]

중국 네티즌 '한국어 학장'이 올린 글. 신종 코로나 관련해 한국이 기부를 많이 하는데도 중국에선 일본에 더 열광한다고 했다. [웨이보 캡처]

중국 내의 이러한 분위기는 일찌감치 포착된 바가 있다.

전염병은 일시적이지만 우정은 지속된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AP=연합뉴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AP=연합뉴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 4일 온라인 정례 브리핑에서 한 말이다. 화 대변인은 “중국은 일본인들의 따뜻한 마음에서 우러나온 행동을 주목한다”며 “일본을 포함한 각국의 지지와 동정에 충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가슴 깊이 새기겠다”고 말했다.

물품 지원 액수 한국이 더 많지만 #일본, 전직 총리까지 응원 메시지 #거리에도 '힘내라 우한' 플래카드 #中 네티즌 "한국 디테일 뒤처졌다"

각국의 지지와 동정을 언급하긴 했지만, 일본만 콕 집어서 감사의 표현을 남겼다. 화 대변인은 다음날 방역 물품을 지원한 21개국을 거명하며 한국에도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일본만을 향한 ‘특별한 감사’와는 온도 차가 컸다.

지난 4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도착한 한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긴급의료 지원 물품.[사진 주중한국대사관]

지난 4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도착한 한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긴급의료 지원 물품.[사진 주중한국대사관]

사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한국이 중국에 보인 정성은 일본 못지않았다. 구호 규모는 일본보다 더 컸다. 성균관대 중국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20여 개 한국 기업이 중국에 보낸 성금과 구호 물품은 약 8926만 위안(약 151억 4500만원) 정도다. 일본의 후원액(4652만 위안)보다 2배 가까이 많다.

그런데도 중국에선 왜 일본의 도움이 더 기억에 남을까. 코로나19 대책 발표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보인 오락가락한 태도, 중국 정부의 의도적 배제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한국에 애정이 있는 ‘한국어 학장’은 ‘도움의 디테일’이 달랐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국은 사태 초기부터 지속해서 정부와 민간에서 기부 물품을 지속해서 보냈다. 일본은 한국 보다도 적은 규모의 도움을 보냈지만, 대신 다른 하나를 추가했다.

바로 ‘감동과 응원’의 메시지다.

"우한 힘내라"는 중국어가 쓰인 팻말을 들고 영상메시지를 보내는 무라야마 전 일본 총리. [신화망 캡처]

"우한 힘내라"는 중국어가 쓰인 팻말을 들고 영상메시지를 보내는 무라야마 전 일본 총리. [신화망 캡처]

최근 두 명의 전직 일본 총리의 영상 메시지가 중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무라야마 담화’로 한국에서도 유명한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 2009~2010년 집권했던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산천이역 풍월동천' 이란 글을 들고 영상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신화망 캡처]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산천이역 풍월동천' 이란 글을 들고 영상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신화망 캡처]

무라야마 총리는 ‘우한 힘내라’(武漢 加油)란 팻말을 들고 중국인들에게 힘을 내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내놨다. 하토야마 전 총리도 ‘산천이역 풍월동천’(山川異域 風月同天)’이란 글이 담긴 팻말을 들었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마음은 함께 한다”는 뜻이 담긴 글이다.

한국 못지않게 관광산업에서 평소 중국 관광객 비중이 큰 일본이다. 면세점이나 음식점 등 중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일본의 가게에선 마스크 착용 등 코로나19 감염을 주의하는 안내문을 내걸면서도, 여기에 ‘중국 힘내라(中國加油)’, ‘우한 힘내라’는 문구를 같이 걸고 있다.

[신화망 캡처]

[신화망 캡처]

오사카의 한 거리에선 ‘버텨라 우한!(挺住 武漢!)이란 글을 상인회 차원에서 걸기도 했다.

[신화망 캡처]

[신화망 캡처]

일본 정치권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일본 집권 자민당은 3월부터 코로나19 사태 관련해 중국에 기부하는 당원들에게 최대 5000엔까지 공제해주기로 했다고 10일 발표했다.

11일 베이징 주중한국대사관이 건 플래카드. [사진 주중한국대사관]

11일 베이징 주중한국대사관이 건 플래카드. [사진 주중한국대사관]

한국도 이런 모습이 없진 않다.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베이징에 있는 주중한국대사관은 11일 "중국의 어려움은 우리의 어려움이다"라고 쓰인 현수막을 내걸었다. 서울시는 11일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중국 12개 도시에 6억 원 상당의 의료용 물품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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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중국 관영 매체와 소셜미디어에서 호의적인 평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한국의 이런 표현을 깊이 새겨야 한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지하철에도 한 시민이 중국을 응원하는 글을 붙이기도 했다.

지난 7일 중국 네티즌 '한국어학장'이 올린 사진. 서울의 한 지하철에서 중국인을 응원하는 문구가 붙어있다. [한어학장 웨이보캡처]

지난 7일 중국 네티즌 '한국어학장'이 올린 사진. 서울의 한 지하철에서 중국인을 응원하는 문구가 붙어있다. [한어학장 웨이보캡처]

하지만 조금 더 빨랐으면 어땠을까. 다시 ‘한국어학장’(韓語學長)’의 말이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양국의 도움은 모두 고마운 것이다. 다만 한국은 (일본보다) 디테일에서 크게 뒤처졌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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