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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지성호 때린 北···한국당 입당 태영호엔 '침묵' 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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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왼쪽)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입당 기자회견을 마친 후 황교안 대표와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태 전 공사는 자유한국당에 입당해 21대 총선에서 지역구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뉴스1]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왼쪽)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입당 기자회견을 마친 후 황교안 대표와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태 전 공사는 자유한국당에 입당해 21대 총선에서 지역구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뉴스1]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북한 대외 선전매체도 바빠지고 있다. 북한 문제에 비판적인 자유한국당 등 야당을 주 타깃으로 원색적인 비난에 열을 올리면서다.

북한의 대표적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13일 자유한국당이 4·15 총선을 앞두고 영입한 탈북민 지성호(39)씨에 대해 “인재가 아니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던 범죄자”라고 주장했다.

지씨는 1996년 북한에서 석탄을 훔치려다 굶주림에 탈진해 화물열차 선로에서 기절했고, 지나가던 열차에 치여 왼팔과 다리를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06년 중국과 동남아를 거쳐 한국 땅을 밟았다.

이에 대해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우리 공화국을 헐뜯지 못해 안달하는 적대 세력들에게서 몇 푼의 돈이라도 더 받아내고 제 놈의 몸값을 올려보기 위하여 자기의 더러운 행적을 기만하면서까지 반공화국 모략 선전의 앞장에서 미쳐 날뛰고 있다”고 깎아내렸다. “잔인하고 포악스러운 인간 추물”이라고도 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왼쪽)가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0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탈북민 출신 인권운동가 지성호 씨에게 꽃다발과 쿠션을 주고 있다. 임현동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왼쪽)가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0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탈북민 출신 인권운동가 지성호 씨에게 꽃다발과 쿠션을 주고 있다. 임현동 기자

안철수 국민당 창당준비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권은희, 유의동 의원 주최로 열린 '검찰개혁 사기극, 문재인 정부의 진짜 속내는?'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안철수 국민당 창당준비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권은희, 유의동 의원 주최로 열린 '검찰개혁 사기극, 문재인 정부의 진짜 속내는?'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우리민족끼리는 앞서 11일엔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를 공격했다. “제 주제도 모르고 제 낯 그른 줄 모르고 거울 탓한다는 말이 있다”며 “최근 남조선에서 현 당국에 대한 비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안 전 대표가 그 격”이라면서다.

매체는 “안철수는 남조선 각계로부터 전형적인 ‘정치 철새’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한마디로 안철수의 경력은 분열과 파괴, 와해로 줄달음쳐온 인생이며 권력야망 실현을 위해 박쥐도 무색게 할 정도로 변절과 배신을 거듭해온 추악한 행적의 연속”이라고 악담을 퍼부었다.

하지만 북한은 자유한국당이 10일 영입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에 대해선 침묵 중이다. 그동안 태 전 공사에 대해 계기가 있을 때마다 공세해온 전례에 비춰 이례적이란 지적이다.

북한은 태 전 공사가 2016년 8월 귀순하자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동원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당시 태 전 공사를 “국가 비밀을 팔아먹고 미성년자 강간범죄까지 감행한 후에 그에 대한 법적 처벌이 두려워 도주한 특급 범죄자”라고 비난했다. 태 전 공사가 2018년 5월 북한 외교관 경험을 엮은 책 ‘3층 서기실의 암호-태영호 증언’을 출판했을 땐 “천하의 인간쓰레기”라고 헐뜯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태 전 공사는 고위급 탈북민이고, 그를 비난할수록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기시키게 된다”며 “현 정세에서 공세로 얻는 실익이 별로 없다는 판단 하에 욕하고 싶지만 참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일각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으로 정신없는 북한 당국이 태 전 공사에까지 관심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태 전 공사처럼 미국 등 국제사회가 알만한 고위급 탈북민은 일개 선전 매체보다는 조선중앙통신을 동원해 공격할 때가 많았다”며 “북한 당국이 국내 방역 상황이 진정되면 태 전 공사에 대해서도 조만간 비난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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