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넣고 무작위 검색했다···여당 20명 인재영입 막전막후

중앙일보

입력 2020.02.13 05:17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10호 영입 인재'인 이탄희 전 판사 영입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1]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10호 영입 인재'인 이탄희 전 판사 영입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1]

정당 인재영입은 ‘총선 특별채용’이라고 할 수 있다. 선거라는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각 당이 최적의 인물을 물색·설득해 전략적으로 관리한다. “철통 보안”을 강조한 더불어민주당의 이번 인재영입은 어떻게 진행됐을까. 이해찬 대표가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고 일단락됐다”고 11일 선언한 민주당 인재영입의 막전막후를 들여다봤다.

①모집=‘맨 땅 헤딩’ 무작위 검색

이 대표는 지난해 7월부터 일찍이 직접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기로 결정했다. 4년 전 20대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당시 새천년민주당 대표가 위원장으로 나서 ‘문재인 키즈’를 영입한 전례를 따랐다. 당시 영입·당선된 조응천 의원은 “문 대통령이 내가 운영하는 식당에 직접 와 정계 입문을 제안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영입 인재들에는 ‘이해찬 키즈’같은 수식어가 붙지 않는다.

21대 총선 인재영입은 당 내 ‘친문(親文) 핵심’으로 꼽히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최재성 전략기획자문위원장이 투 톱으로 주도했다고 한다. 민주당 중앙당 당직자는 “양 원장과 최 의원이 인재 풀(pool·후보자)을 만들고 걸러 접촉하는 과정을 나눠서 직접 챙겼다”고 말했다. 이들은 참신한 인재를 들이기 위해 온라인 무작위 검색을 이용했다. “4년 전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를 발굴할 때 ‘호남·여성·성공’이란 세 키워드를 넣어 검색하는 식인데, 이번에도 비슷했다”는 설명이다.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의원(오른쪽)이 지난해 10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 국정감사장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의원(오른쪽)이 지난해 10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 국정감사장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길거리 캐스팅’ 원리를 검색엔진에서 활용한 건데, 일각에서 “정체성·사생활을 검증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왔다고 한다. 당 내 분야별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보완했지만, 20명 중 1명(원종건 씨)은 결국 중도 하차했다. 실무작업 총괄은 이진복 민주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이 진행했다.

②선발=‘이해찬 면접’ 최종 검증

양 원장과 최 의원 선에서 접촉과 설득이 끝난 인사는 이 대표가 일대일로 최종 면접을 봤다. “사실상 물밑 조율이 끝난 상태라, 압박 면접보다는 편안히 덕담을 나누는 자리였다”는 게 몇몇 영입인재들의 공통된 말이다. 비공개 장소에서 차를 마시며 정치 입문 소감과 각 분야에서 그동안 쌓은 성과 등을 얘기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11일 19·20호 인재영입식에 참석해 “한 분 한 분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시고 주어진 책임을 다 하신 분들”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인재영입을 통해 “기존 국회에서 보기 힘든 현장 전문성을 갖춘 분야별 스페셜리스트를 고루 발굴했다”고 홍보했다. 실제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최지은)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이재영)부터 핵융합 분야 석학(이경수), 전현직 판사(이탄희·이수진·최기상)까지 영입자 20명 중 상당수를 ‘고스펙’ 인물로 채웠다.

지난해 12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③후기=이미지·정체성 치중 비판

다만 여기에는 “개인의 성공 스토리만 있고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는 스토리가 안 보인다”(비례대표 초선 의원)는 부작용이 따랐다. “82년생 김지영, 위험의 외주화 등 최근 주목받은 사회적 문제 해결을 주도할 수 있는 상징적 인물이 없는 점이 아쉽다”는 지적이다. 당 내부에서 비판이 나올 정도로 지나치게 ‘이미지·이름값’에 치중한 탓이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 근무했던 한 여권 인사는 “너무 감동과 이벤트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며 “당 외연 확장에 기여할 수 있는 중도·개혁 성향의 인물이 없는 점”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그래도 젊은이·여성 비중을 늘리는 데는 성공했다. 이번 영엽인재 평균 연령이 45세 가량으로 4년 전 영입인재 평균 연령(50세)보다 젊어졌다. 영입자 중 여성 비율은 25%에서 40%로 높아졌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 발표 기자회견에서 16번째 영입인사인 원옥금 이주민센터 동행 대표(주한 베트남교민회 회장),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br>앞줄 왼쪽부터 이해찬 대표, 원옥금 동행 대표, 인재영입 1호 최혜영 한국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 이사장. [뉴스1]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 발표 기자회견에서 16번째 영입인사인 원옥금 이주민센터 동행 대표(주한 베트남교민회 회장),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br>앞줄 왼쪽부터 이해찬 대표, 원옥금 동행 대표, 인재영입 1호 최혜영 한국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 이사장. [뉴스1]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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