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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엇갈린 조여정 드레스, 과감한 선택엔 이유 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영화 ‘기생충’과 관련된 모든 것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2월 9일(현지 시간) 미국 LA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한 영화 ‘기생충’의 주연 배우 조여정의 드레스 역시 그렇다.

지난 2월 9일(현지시간) 미국 LA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영화 '기생충'의 출연 배우들이 입장하고 있다. 이날 조여정은 살색 톱과 검정 스커트로 구성된 드레스를 입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9일(현지시간) 미국 LA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영화 '기생충'의 출연 배우들이 입장하고 있다. 이날 조여정은 살색 톱과 검정 스커트로 구성된 드레스를 입었다. [연합뉴스]

그는 시상식에서 살색에 가까운 누드톤 뷔스티에(브래지어와 코르셋이 연결된 형태의 여성용 상의) 스타일의 톱과 허리 부분에 주름이 들어간 검정 스커트로 구성된 드레스를 입었다. 이는 패션 디자이너 한아름·한보름 자매가 만든 한국 브랜드 ‘아보아보’의 드레스로 알려졌다. 여기에 2억6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다이아몬드 브랜드 '다미아니'의 목걸이를 착용했다.

그런데 시상식 영상이 공개되자마자 그의 시상식 패션에 대해 다룬 기사와 누리꾼들의 반응은 "옷이 아쉬웠다"는 부정적 의견과 "조여정의 매력을 잘 살렸다"는 긍정적 의견으로 갈렸다. 아쉬웠다는 쪽은 "왜소해 보인다" "화려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고, 그의 스타일을 칭찬한 쪽은 "단아한 동양적 이미지를 잘 표현했다"는 의견이었다.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 올라간 조여정. 허리 부분에 주름을 잡아 볼록한 항아리 모양을 낸 검정 스커트가 단아해 보인다. [연합뉴스]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 올라간 조여정. 허리 부분에 주름을 잡아 볼록한 항아리 모양을 낸 검정 스커트가 단아해 보인다. [연합뉴스]

패션에 대한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이다. 평가자의 취향과 관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하지만 그가 지난해부터 국내외 영화제·시상식 레드카펫에서 입었던 드레스를 살펴보면 생각이 조금 달라진다. 누드톤 드레스는 그가 가장 많이 선택했던 드레스다. 지난해 10월에 있었던 부산영화제(BIFF) 개막식 레드카펫에선 어깨와 팔을 드러내는 홀터넥 스타일의 드레스를 입었는데, 이 역시 누드톤이었다. 가슴 부분을 ㅅ자 형태로 감싸고 가는 두 가닥의 끈으로 이를 지탱한 상의 부분에 일자로 길게 떨어지는 스커트 부분까지 모두 같은 색과 원단으로 구성된 누드톤 드레스를 입었다.
지난해 연말 드라마 ‘99억의 여자’로 KBS 연기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을 때도 몸에 꼭 맞는 누드톤 드레스를 선택했다. 2014년 청룡영화제에서도 역시 비즈 장식이 달린 살색 드레스를 입어 화제가 됐다. 당시 배우 천우희도 같은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당황스러운 장면이 연출되긴 했지만, 각자의 매력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외에는 주로 검은색의 단순하고 깔끔한 디자인의 드레스를 선택했다.

2019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의 조여정 모습. [사진 뉴시스]

2019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의 조여정 모습. [사진 뉴시스]

조여정은 지난해 연말 KBS 연기대상에서도 역시 누드톤 드레스를 입었다. [사진 조여정 인스타그램]

조여정은 지난해 연말 KBS 연기대상에서도 역시 누드톤 드레스를 입었다. [사진 조여정 인스타그램]

여배우가 선택하는 레드카펫 드레스 컬러는 빨강·핑크 등 강렬한 원색이나 화사한 느낌을 주는 흰색·금색을 선택하는 게 보통이다. 조여정은 이 공식을 깨고 눈에 잘 띄지 않는 누드톤을 고집했다. 이유가 뭘까.

한국적 이미지 담은 절제된 관능미

조여정이 2014년 청룡영화제 레드카펫에서 입었던 드레스. 이때도 누드톤을 입었지만 지금과 비교하면 비즈 장식 등 훨씬 화려한 드레스를 선택했다. 최근 조여정은 장식이 최대한 없는 단순하고 깨끗한 디자인의 드레스를 즐겨 입는다. [중앙포토]

조여정이 2014년 청룡영화제 레드카펫에서 입었던 드레스. 이때도 누드톤을 입었지만 지금과 비교하면 비즈 장식 등 훨씬 화려한 드레스를 선택했다. 최근 조여정은 장식이 최대한 없는 단순하고 깨끗한 디자인의 드레스를 즐겨 입는다. [중앙포토]

스타일리스트 박명선 대표(스타일링바비)는 "완벽에 가까운 몸매에 대한 자신감이 드러나는, 현명하고 과감한 선택"이라고 평했다. 레드카펫에서 여배우가 활용할 수 있는 최대의 도구는 보석 장식과 화려한 컬러다. 드레스에 붙어 있는 보석은 조명을 받았을 때 빛날 뿐 아니라 몸매의 결점도 가려주는 효과가 있다. 화려한 색상은 검정 일색인 턱시도 차림의 남성 참가자들 사이에서 독보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무기가 된다.
그런데 조여정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 두 가지 무기를 모두 버렸다"는 것이다. 목걸이를 하긴 했지만, 옷에서는 어떤 장식도 배제한 절제된 디자인을 선택했다. 박 대표는 "연한 핑크, 코럴, 밝은 갈색 등 사람의 피부를 연상시키는 누드톤은 몸을 그대로 드러내는 색이다. 몸매에 자신 없는 사람이 이런 색의 옷을 입으면 그 결점이 오히려 부각된다. 몸매에 상당한 자신감이 있는 여배우만이 이를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과감하고도 매력적인 색"이라고 설명했다.

연한 핑크빛이 도는 누드톤 재킷과 드레스를 입은 조여정. [사진 조여정 인스타그램]

연한 핑크빛이 도는 누드톤 재킷과 드레스를 입은 조여정. [사진 조여정 인스타그램]

누드톤이 자신의 피부색과 잘 어울리는 색이라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퍼스널컬러 컨설턴트 이소연씨는 "조여정 배우의 피부색이 전체적으로 노란빛이 감도는 어두운 톤"이라며 "이런 사람은 누드톤 의상을 입으면 인상이 부드럽고 화사해 보인다"고 말했다. 종합하면 누드톤 드레스는 그 자체로는 튀지 않는 색의 의상일지 몰라도, 조여정의 몸매와 얼굴을 돋보이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다. 옷은 최대한 간결한 디자인으로 힘을 빼고 자신의 몸매와 다이아몬드 목걸이, 이 두 가지의 매력을 한껏 드러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것.

덧붙이면, 그가 한국 디자이너의 옷을 입었다는 점은 칭찬받을 만한 행보다. 영화 기생충의 인기와 명성이 이미 전 세계적인 상황에서 어떤 럭셔리 브랜드도 그의 드레스 협찬 요청을 거절했을 리 없다. 그런데도 그는 평소 즐겨 입던 한국 디자이너의 옷을 택했다. 게다가 검정 스커트 부분을 자세히 보면 한복의 곡선미가 느껴진다. 허리 부분에 주름을 넣고 형태를 지탱해줄 수 있는 원단을 사용한 것이 한복 치마를 닮았다. 헤어 스타일 역시 깔끔하게 빗어 넘긴 형태로 단아한 한국 여성의 이미지가 풍긴다. 박 대표는 "전통적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의 드레스 스타일은 화려하고, 길고, 번쩍이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조여정은 이 통념을 깼다. 자신의 개성을 살리는 동시에 한국 여배우의 이미지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드레스를, 그것도 한국 드레스를 선택했다는 것은 분명 의식 있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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