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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예약 1건뿐···코로나 지나간뒤 문열어도 떠는 그들

중앙일보

입력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호텔뉴브.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3번 확진자가 투숙했다고 알려진 곳이다. 호텔에 들어서면 체온을 잴 수 있는 열감지 카메라와 마스크·손 소독제, 방역을 마쳤다는 확인증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로비는 한산했다.

김은성 호텔뉴브 총지배인은 “확진자 동선이 알려진 지난달 26일 이후 일시적으로 온라인 예약을 받지 않는다고 했지만 사실상 휴업한 것과 다름없다”며 “지난 8일 재오픈했지만 예약이 1~2건뿐”이라고 힘없이 말했다. 신종 코로나 환자가 다녀간 것이 알려진 당시 대부분의 고객이 예약을 취소했다. 장기투숙객 일부만 남아 현재 150실 가운데 20실 정도만 차 있다.

김 총지배인은 “자체 추산해본 손해액은 9억원 정도지만 호텔 이미지를 생각하면 타격이 훨씬 더 크다”며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면 직원들도 동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호텔은 문을 연 지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는 “아직 사태가 끝난 게 아니라 진행 중이라 뉴스에서 확진자가 나왔다고 할 때마다 섬찟하다”며 “보상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신종 코로나 국내 확진자가 28명으로 늘면서 이들이 다녀갔다고 공개된 업체도 그만큼 많아졌다. 병원·약국 같은 의료기관부터 백화점·호텔·식당·카페·마트·영화관·마사지숍·점집까지 업종과 업체 규모도 다양하다. 실명이 공개된 곳 대부분 임시휴업, 고객 감소 등으로 영업손실을 겪는 가운데 특히 소규모 업체나 자영업자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8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돼 휴업한 이마트 전북 군산점 앞에 영업 중단을 알리는 문구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8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돼 휴업한 이마트 전북 군산점 앞에 영업 중단을 알리는 문구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가게 26년을 했는데 하루아침에 벼락이 떨어졌어요. 잘해서 아들에게 물려주려 했더니 여태까지 쌓아온 게…”
서울 송파구 가락동 원가네칼국수 점주 역시 고전하고 있었다. 지난 1일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9번 확진자가 이곳을 다녀갔다. 보건소에서 나와 지난 6일 식당을 방역·소독했다. 가게 문을 닫고 식기까지 다 삶았다. 보건소에서 "이상 없다"고 해 다음날부터 다시 장사에 들어갔다. 문제는 손님이었다. 평소의 20%로 손님이 확 줄었다. 점주는 “잠복기 14일이 지나지 않아 그런지 (눈앞이) 아주 깜깜하다, 사람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한두 달이 지나도 계속 이대로라면 문을 닫아야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20여 년을 함께 한 직원들도 걱정”이라며 “26년 동안 꾸준히 성실하게 해왔는데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북 군산에서 맛집으로 입소문을 탔던 우리떡갈비는 지난달 30일부터 가게 문을 닫았다. 8번 확진자가 들른 다음 날이었다. 이 식당 사장은 보건당국이 '격리하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잠복기인 14일간 문밖을 나서지 않기로 했다. 일손을 돕던 직원 3명도 쉬게 했다. 보건소에서 가게를 방역한 뒤에도 직접 여러 차례 가게를 소독했다. 이 사장은 “장사한 지 20년 넘었는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다”며 “생업을 위협받는 수준은 아니지만 많이 걱정된다. 13일에 다시 문을 열어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3.6번째 우한폐렴 확진자 왔다간 한일관. [뉴스1]

3.6번째 우한폐렴 확진자 왔다간 한일관. [뉴스1]

한일관, 매출 서서히 회복 중 

사정이 나아지고 있는 곳도 있다. 3번 확진자가 6번 확진자와 함께 식사한 강남구 신사동 한일관은 지난 6일 영업을 재개했다. 재오픈 당일 매출은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있기 전의 10% 수준이었지만 11일 현재 50% 정도까지 늘었다고 한다. 한일관 관계자는 “단골 덕분에 조금씩 회복되고 있지만 일반 고객들은 여전히 꺼려해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자 박원순 서울시장과 각 구청장은 확진자가 다녀간 식당·점포 돕기에 나섰다. 박 시장은 11일 확진자가 다녀간 서초구 풍미감자탕을 방문한 뒤 페이스북에 “이 음식점은 확진자가 다녀간 곳으로 알려진 뒤 손님이 3분의 1로 줄어 매출이 급감했다”며 “과도한 불안과 공포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또 다른 피해로 이어져선 안 된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앞서 조은희 서초구청장도 지난 7일 같은 식당에서 식사하고 페이스북에 후기를 남겼다. 조 구청장의 글에는 “꼭 가볼게요” 같은 응원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지난 10일 가락동 원가네칼국수에서 구청 직원들과 점심을 먹었다. 박 구청장은 식당에 방역 마스크 100개와 손 소독제 10통을 전달하며 “구청에서 맛집으로 적극 홍보해 매출 회복을 위해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19번 확진자가 들렀던 파리바게뜨와 교촌치킨을 들러 20만 원어치 빵과 닭 30마리를 사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 19번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된 송파구의 파리바게뜨 매장 안에서 방역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 송파구]

신종 코로나 19번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된 송파구의 파리바게뜨 매장 안에서 방역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 송파구]

지자체장 나서도 명문화된 보상책 없어 

개인 점포들의 임시 휴업에 대해 시·구 차원의 마땅 보상책은 없는 상황이다. 명문화된 규정이 없어 실질적 지원을 할 수 없는 탓이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지역 상권이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한 취득세·등록세 감면 제도 등이 있지만, 감염병으로 인한 임시휴업을 보상할 지원 근거는 없다”며 “세금 감면 등의 지원을 실질적 보상책으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은 "피해 가맹점에 대한 보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르스 사태 당시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지자체 지시에 따라 건물을 폐쇄하면서 해당 건물에 있는 약국과 상점에 대해선 보상이 이뤄진 바 있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이번 신종 코로나로 인해 자발적으로 임시 휴업한 민간 업체에 대해 피해보상을 하는 것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신종 코로나에 따른) 자발적 휴업 부분에 대한 보상은 감염병예방법(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가 없다”며 “국회에서 논의될 개정안에 보상 범위를 의료기관 외로 넓히는 안이 포함돼 있지만 소급 적용 여부 등 별도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최은경·김현예·윤상언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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