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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물러가거라" 조선시대 이모티콘 '세화'에 담긴 뜻은?

중앙일보

입력

벽사의 의미로 자주 그려진 종규(작가미상, 왼쪽)와 복을 바라는 송축의 의미로 자주 그려진 신선도 수성 (김홍도, 오른쪽).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세화들이다. [사진 한국국학진흥원]

벽사의 의미로 자주 그려진 종규(작가미상, 왼쪽)와 복을 바라는 송축의 의미로 자주 그려진 신선도 수성 (김홍도, 오른쪽).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세화들이다. [사진 한국국학진흥원]

"전염병 물러가거라." 구정(舊正)이 끝난 이맘때 조선 시대 한양 등 크고 작은 마을은 미술관을 연상시킬 만큼 많은 그림이 대문과 집안 벽 곳곳에 붙었다고 한다. 전염병과 기근이 심했던 당시 선비들이 이를 막거나 퇴치하고, 한해 안녕을 기원한다는 의미에서 붙인 '세화(歲畫)'였다.

한국국학진흥원 웹진 담담 2월호 #조선시대 이모티콘 주제로 세화 #벽사, 송축 의미담아 다양한 그림 #호랑이·닭·까치와 중국 문신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는 요즘, 조선 시대 선비들이었다면 어떤 세화를 붙였을까. 조선 시대 세화는 어떤 그림을 소재로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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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학진흥원이 '조선의 이모티콘'이라는 주제로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담(談)' 2월호에서 조선 시대 세화를 소개했다. 한국국학진흥원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전 세계인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상황에서, 기근과 전염병이 심했던 조선 시대 세화 풍속을 주목했다. 가까운 이들과 세화를 주고받던 풍속은 요즘 스마트폰 이모티콘으로 새해 인사를 주고받는 풍경과 비슷하게 맞닿아 있기도 하다"고 했다.

당시 세화는 화공들이 주문을 받아 그렸다. 세화 속 그림은 목적에 따라 전염병 같은 나쁜 기운을 막거나 퇴치하는 벽사(辟邪), 한해의 복을 바라는 송축(頌祝)으로 구분됐다.

먼저 벽사의 의미로 가장 많이 그려진 그림은 중국 문신들이었다. 황제의 꿈에 나타나 잡귀를 퇴치해 병을 낫게 했다는 종규(鐘馗) 같은 이다. 신도(神荼)·울루(鬱壘)·위지공(蔚遲恭)·진숙보(秦叔寶) 같은 중국 문신들도 나쁜 병을 쫓는 세화의 단골 그림 소재였다. 신라 때부터 전래한 것으로 알려진 주먹코, 주걱턱, 미소 지은 얼굴로 유명한 '처용상'도 세화의 벽사 소재로 그려지기도 했다. 동물로는 닭·호랑이가 주로 세화 그림으로 담겨 대문과 집안 벽 등에 골고루 내걸렸다.

화공이 세화를 그리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삽화. [자료 한국국학진흥원]

화공이 세화를 그리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삽화. [자료 한국국학진흥원]

송축의 뜻으로 그려진 그림에는 수노인(壽老人), 선녀 등과 같은 신선들이 많았다고 한다. 수노인 그림은 도교에서 인간의 수명과 장수를 관장한다는 남극성(南極星)을 의인화 것이다. 장수의 의미를 담고 있다. 영·정조에 걸쳐 왕이 신하에게 주는 선물로 가장 선호됐던 그림이다.

이밖에 바다에서 떠오르는 둥근 해, 하늘을 날고 있는 한 쌍의 학, 산꼭대기에 우뚝 솟은 바위와 소나무, 눈 덮인 숲속을 뛰어다니는 사슴, 동구 나무 위 까치 한 쌍 등도 송축 소재로 자주 그려진 세화 소재다. 이런 소재는 달력의 겉장, 디지털 연하장, 설날 이모티콘으로 현재까지 쓰인다.

최주희 한국국학진흥원 홍보전략실장은 "송축이나 벽사 소재의 조선 시대 세화 그림들이 디지털 시대인 요즘까지도 여전히 이어져 오는 셈이다. 이런 선비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뜻이 세상에 잘 퍼져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하루빨리 퇴치됐으면 한다"고 했다.

6만8000여 점의 유교책판이 보관돼 있는 한국국학진흥원 장판각 내부 모습. [중앙포토]

6만8000여 점의 유교책판이 보관돼 있는 한국국학진흥원 장판각 내부 모습. [중앙포토]

웹진 '담담(談)'을 발행하는 한국국학진흥원에는 50만여점의 다양한 역사적 자료가 보관돼 있다. 서애 유성룡(1542~1607)이 임진왜란 당시 상황을 기록한 국보 제132호 『징비록(懲毖錄)』, 조선 시대에 1만여명의 유생이 연명해 올린 집단 소인 만인소(萬人疏)도 한국국학진흥원 소장 자료다. 조선 시대 문중일기도 여러 점이 보관돼 있다.

안동=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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