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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대북 협상팀 뿔뿔이 흩어진다…알렉스 웡 부대표도 유엔 대사로

중앙일보

입력

알렉스 웡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 열린 한·미북핵차석대표협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알렉스 웡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 열린 한·미북핵차석대표협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한 비핵화 협상을 맡아온 국무부 내 대북 협상팀이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이 여전히 대북특별대표를 겸임하고 있지만, 그와 손발을 맞춰온 고위직들이 잇따라 승진하며 연쇄 이동하고 있다.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 부장관으로 승진 #알렉스 웡 부대표는 유엔 특별 정무 차석 대사로 #마크 램버트 대북 특사는 유엔 관련 특사로 #후임 지명 아직 없어 북미 협상 공백 장기화 우려

백악관은 11일(현지시간) 알렉스 웡 국무부 대북특별 부대표 겸 북한 담당 부차관보를 유엔 특별 정무 차석대사에 지명했다고 밝혔다. 유엔 특별 정무 차석대사는 상원 인준을 거쳐야 하는 대사급 자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웡 부대표를 승진 발탁한 셈이다.

웡 부대표는 2017년 12월 북한 담당 부차관보에 임명돼 비건 부장관보다 먼저 북한 업무를 맡았다. 비건이 2018년 8월 대북특별대표에 임명된 이후엔 부대표로서 비건을 보좌해왔다.

특히 비건이 부장관으로 승진한 이후 국무부 내 2인자로서 업무 범위가 넓어지자 대북 관련 업무는 웡 부대표가 주로 관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국의 독자적인 남북 협력 사업 추진과 관련해 한·미 워킹그룹 회의를 열기 위해 방한한 사람도 웡 부대표였다. 웡 부대표는 지난 10일 이동렬 외교부 평화외교기획단장과 회의를 갖고 한국이 추진하는 북한 개별관광과 철도ㆍ도로 연결 등 남북 협력 사업에 대해 논의했다.

앞서 마크 램버트 전 국무부 대북특사는 유엔 특사로 임명됐다. 지난달 23일 국무부는 “램버트 특사는 (국무부 내) 국제기구 담당국에 배치돼 다자간 기구 관련 업무를 맡게 됐다”면서 “유엔 내에서 해로운(malign)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 등 다른 나라를 견제하는 역할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대북 라인이 잇따라 유엔 관련 업무로 이동하는 셈이다.

웡 부대표와 램버트 특사가 빠진 자리를 채울 인사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국무부 내 한반도 라인이 줄줄이 공석이 되면서 미국의 대북 외교 공백이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북미 대화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남북 경협 구상을 발표하고, 한미간 워킹그룹을 통해 본격적으로 조율을 시작하려는 시점이어서 추진 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 전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 개최를 원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최고위급 외교정책 참모들에게 이 같은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년 연두교서에서도 북한을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원 탄핵심판에서 무죄 판단을 받고, 미국 대선까지 약 9개월 가량 남은 상황에서 재선을 위해 전력 투구할 것이라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관측이다.

미국 대선은 북한 문제 같은 외교정책보다는 세제 개편, 이민 정책, 건강보험, 청년 학자금과 같은 국내 사회 문제들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된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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