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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영상 올리면 우한이 운다···내 아내 리팅 코로나 투쟁기

중앙일보

입력

내 아내는 우한의 간호사 리팅, 코로나에 걸렸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사는 중국인 남편의 절절한 아내 간호기가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감염된 간호사 아내 돌보는 남편 하이탕 #아내의 체온 엑셀에 기록 #"내가 병에 걸리면 아내를 돌볼 사람 없어" #남편-아내-자녀 모두 떨어진 곳에서 영상통화 #"이 전쟁 함께 이겨내길"

이경(二更) 비디오라는 유튜브 계정에 간호기를 올리고 있는 주인공은 우한에 사는 영상 촬영기사인 하이탕 씨(이경 비디오 우한 지사 소속)다. 하이탕의 아내 리팅은 전염병과 최전선에서 싸우던 우한의 응급실 간호사다. 안타깝게도 리팅은 신종 코로나에 감염되고 말았다.

원래 그는 영상 촬영기사로서의 장점을 살려 우한의 실상을 알리기 위한 병원 취재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아내가 신종 코로나에 걸리는 바람에 병원 취재는 무산됐다. 대신 그는 아내를 간호하면서 신종 코로나를 이겨 나가는 과정을 렌즈를 통해 담아냈다. 그는 "아내가 현재 경증 감염이기 때문에 의료 자원을 아끼고 교차 감염을 피하기 위해 자가 격리 치료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하이탕은 현재 유튜브에 '응급실 여간호사가 감염되다'라는 동영상을 올리고 있다. 그의 동영상 시리즈의 중국어 제목은 '전염병과 싸우다'(疫戰)'이다. 11일 기준 아내의 투병기를 촬영한 에피소드는 10화까지 올라왔다. 10화 한 편의 동영상 재생수만 21만회에 달한다.

아내를 간호하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담아낸 하이탕. [이경 비디오 유튜브 캡처]

아내를 간호하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담아낸 하이탕. [이경 비디오 유튜브 캡처]

남편은 아내의 상태를 관찰하기도 하고 돌보기도 하면서 영상을 편집해 올리고 있다. 한국어 자막이 달린 동영상도 일부 있다. 그는 "바이러스와의 투쟁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아내는 현재 자신의 방에 스스로를 격리하고 있다. 남편이 아내를 만나는 건 휴대전화 영상통화를 통해서다. 가끔 방에 들어가 아내의 상태를 볼 때는 방호복을 입고 중무장을 한 채 들어갔다. 남편은 "내가 아프면 아내를 돌볼 사람이 없다"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남편이 가끔 병원에 가는 것도 그 때문이다. 자신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남편은 "내가 바이러스에 걸리면 병에 걸린 아내를 돌볼 사람이 없다"면서 단단히 방호복으로 무장했다. [이경 비디오 유튜브 캡처]

남편은 "내가 바이러스에 걸리면 병에 걸린 아내를 돌볼 사람이 없다"면서 단단히 방호복으로 무장했다. [이경 비디오 유튜브 캡처]

아내는 "당신 옮으면 안 돼, 빨리 저리 가"라면서 울부짖기도 하고, "나 너무 힘들어"라면서 울기도 했다. 아내는 "너무 지쳤어. 관절이 다 아파"라면서 울먹일 때도 있다. 때로는 간호사답게 "1m 반경 안으로 들어오면 안 된다"고 전문 지식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요리는 오롯이 남편의 몫이 됐다. 요리한 후 아내 방 앞에 둔 책상에 놓아주면 아내는 그걸 가져가서 먹었다. 아내가 "밥이 너무 많아"라면서 불평하면 "당신, 영양 보충해야 돼"라면서 남편은 잔소리했다. 남편은 대추를 넣은 오리탕을 끓이기도 하고 양고기 당근 요리, 감자를 듬뿍 넣은 요리를 만들기도 했다.

채솟값이 오르긴 했지만, 아내가 특별히 먹고 싶다는 배추를 사기도 했다. 남편은 "평소보다 (운송비 등이 더 들어서) 비싸지만, 아내가 먹고 싶다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사를 줄 때도 책상 위에 향기로운 향초를 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내가 남기지 않고 싹싹 먹고 빈 그릇을 내놓으면 남편은 "다행이다"라면서 흐뭇해한다. 병과 싸워서 이겨내고 있다는 징조이기 때문이다.

약효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양약·한약을 가리지 않고 구한다. 남편은 백방으로 약 처방을 수소문해 비싼 한약을 달여 아내에게 먹이기도 한다.

집을 깨끗이 소독하는 것도 남편의 몫이다. 외출하고 돌아오면 반드시 소독약으로 몸을 먼저 소독한다. 틈만 나면 소독약으로 가구를 닦는 것이 그의 일상이 됐다.

신종 코로나는 단란했던 세 식구를 뿔뿔이 흩어지게 했다. 같은 집에 있어도 남편과 아내는 서로 다른 방에 있다. 자녀 한 명도 다른 집에 맡겨 '이산가족' 처지가 됐다. 아이는 영상통화에서 "아빠 언제 나 데리러 와"라면서 통화가 끝날 때까지 엉엉 운다.

요리는 남편의 전담이 됐다. 요리를 하면서 방에 있는 아내와 화상통화하는 모습. [이경 동영상 유튜브 캡처]

요리는 남편의 전담이 됐다. 요리를 하면서 방에 있는 아내와 화상통화하는 모습. [이경 동영상 유튜브 캡처]

방호복으로 단단히 무장한 남편이 침대에 누워있는 아내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경 비디오 캡처]

방호복으로 단단히 무장한 남편이 침대에 누워있는 아내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경 비디오 캡처]

남편이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것은 아내의 체온. 남편은 아내의 체온을 매일 엑셀 파일로 정리하고 있다.

남편이 꼼꼼히 기록한 아내의 체온 변화 [이경 유튜브 캡처]

남편이 꼼꼼히 기록한 아내의 체온 변화 [이경 유튜브 캡처]

아내의 체온은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방심하기는 이르다. 한때는 39도까지 올라갔던 아내의 체온은 때로는 호전됐다가 때로는 악화했다가 들쭉날쭉 상태다.

동영상을 찍어 올리면 자기의 아픈 모습이 다 알려진다고 아내는 늘 불만이다. 투덜거리는 아내에게 남편이 한마디 한다. "당신은 지금 우리에게 하나의 등불이야. 당신이 등불이라 모두가 어둠 속에서 당신을 보고 있어"

몸이 아프니 투정이 늘어난 아내는 때로는 남편의 마음을 '쿵' 하게 만든다. 실컷 울고 짜증을 내다가도 "당신 너무 사랑해"라는 아내의 한 마디에 남편은 그간의 고생을 잠시 잊는다.

남편 하이탕은 3화 동영상에서 "여보 힘내, 우한 힘내"라는 말로 영상을 끝맺는다. 하이탕은 "영상을 통해 모든 환자에게 힘을 주었으면 한다"면서 "연기 없는 이 전쟁에서 모두 함께 이겨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내의 체온을 기록하고 있는 남편 [이경 비디오 유튜브 캡처]

아내의 체온을 기록하고 있는 남편 [이경 비디오 유튜브 캡처]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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