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베니스만 벌써 6조 손실 쌓였다, 中관광객 끊긴 이탈리아 눈물

중앙일보

입력

지난 4일 이탈리아 밀라노의 유명 쇼핑 거리인 몬테나폴레오네에 사람의 발길이 끊겨 한적한 모습이다. 평소 이 명품 거리는 세계 명품 시장의 큰 손인 중국인들로 붐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이후 중국 관광객들의 방문이 줄어 경제적 타격을 입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4일 이탈리아 밀라노의 유명 쇼핑 거리인 몬테나폴레오네에 사람의 발길이 끊겨 한적한 모습이다. 평소 이 명품 거리는 세계 명품 시장의 큰 손인 중국인들로 붐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이후 중국 관광객들의 방문이 줄어 경제적 타격을 입고 있다. [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세계 관광 산업을 떠받들던 중국인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기면서 아시아는 물론 유럽 관광업계까지 울상을 짓고 있다.

伊, 강 범람에 '신종 코로나'까지 5조 피해 #태국 "서양 관광객은 돈도 안되는데…." #중국인 수요에 의지하던 세계 관광 '털썩'

10일(현지시간) 가디언은 유럽의 대표적 관광국 이탈리아가 중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신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350만명에 달하는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한 이탈리아는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중국인 관광객들의 대규모 이탈 및 예약 취소 사태를 맞고 있다. 이탈리아의 전국호텔연합(Federalberghi) 관계자는 "이탈리아는 유럽을 여행하는 중국 관광객들에게 필수 코스였다"며 "그러나 신종 코로나로 항공편이 대거 막히면서 호텔 예약 취소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탈리아의 대표 도시 베니스의 경우 타격이 더욱 심각하다고 한다. 이미 베니스는 지난해 11월 발생한 홍수로 인해 전년 동기 대비 30%가량 관광객이 줄어든 상황이었는데, 올해 신종 코로나까지 겹치며 최악의 상황을 맞은 것. 베르나보 보카 베니스호텔연합 대표는 "신종 코로나로 미국인들마저 여행을 하지 않게 되면서 누적 손해가 45억 유로(약 5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 이탈리아 밀라노의 유명 명품거리 몬테나폴레오네의 매장에 중국어로 새해 인사가 적혀 있다. 이 거리에서 발생하는 소비의 3분 2는 중국인 관광객들에 의한 것이었지만,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중국인들의 발길이 끊겼다. [AP=연합뉴스]

지난 4일 이탈리아 밀라노의 유명 명품거리 몬테나폴레오네의 매장에 중국어로 새해 인사가 적혀 있다. 이 거리에서 발생하는 소비의 3분 2는 중국인 관광객들에 의한 것이었지만,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중국인들의 발길이 끊겼다. [AP=연합뉴스]

실제 이그나지오 비스코 이탈리아은행 총재는 앞서 신종 코로나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감소가 이미 약해져 있던 이탈리아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가디언은 "2018년 해외여행을 한 중국인 인구가 1억5000만명에 달하는 만큼, 세계 많은 관광 국가들이 중국인 관광객에 의존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면서 세계 관광산업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일 태국 방콕의 불교 사원 앞에서 서양인 관광객들이 입장권을 사고 있다. 방콕의 대표적 관광 명소인 이 사원에는 지난해 4000만명이 방문했으며, 이 가운데 1100만명이 중국인이었다. 그러나 올해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소수의 서양인들만 이 곳을 찾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3일 태국 방콕의 불교 사원 앞에서 서양인 관광객들이 입장권을 사고 있다. 방콕의 대표적 관광 명소인 이 사원에는 지난해 4000만명이 방문했으며, 이 가운데 1100만명이 중국인이었다. 그러나 올해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소수의 서양인들만 이 곳을 찾고 있다. [AP=연합뉴스]

아시아에서는 관광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하는 태국이 가장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1100만명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올해는 200만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 지난주 방콕에서는 중국어 가이드 3000여명이 무더기로 업무를 중단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대표 관광지 랏차다롯파이 야시장의 한 상인은 "우리는 매출 대부분을 중국인 관광객들로부터 얻었는데, 수익이 70% 가까이 떨어졌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상인은 "손님이 10분의 1로 줄었다"며 "가끔 서양인 관광객들이 있지만, 서양인들은 가격 흥정을 너무 많이 해 매출을 많이 올려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태국 방콕의 왕궁 안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안내하던 가이드는 "하루 평균 중국인 관광객 200~400팀이 왔는데 지금은 투어버스 조차 찾아볼 수 없다"며 "이렇게 벌어서는 애들 학교조차 보낼 수 없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특히 태국은 막대한 중국인 관광객들의 수요를 바탕으로 관광산업을 확장해왔다. 지난 10년간 태국의 중국인 관광객은 13배로 급증했다. 또 태국 내 외국인 관광객의 30%가 중국인이라고 한다.

태국은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해 약 5조3800억원가량의 관광수입 손실이 예상되며, GDP 또한 0.8% 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태국 보건부가 추진한 중국인 비자 발급 금지는 태국 관광부의 반대로 보류됐다고 외신은 전했다.

중국의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관광 산업에 큰 타격을 받은 태국 방콕의 도로에 "우한, 계속해서 싸우라"며 바이러스와 맞서고 있는 중국을 응원하는 게시물이 걸려있다. [EPA=연합뉴스]

중국의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관광 산업에 큰 타격을 받은 태국 방콕의 도로에 "우한, 계속해서 싸우라"며 바이러스와 맞서고 있는 중국을 응원하는 게시물이 걸려있다. [EPA=연합뉴스]

인도네시아 발리도 상황은 비슷하다. 발리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현재 보이는 것은 서양인 관광객뿐"이라며 "원래 관광객의 70%가 중국인이었는데 1월 중순부터 발길이 끊겼다"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