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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중국 코로나 사망 1000명 돌파, 정보 통제가 부른 ‘인재’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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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사망자가 그제까지 중국에서만 1000명을 넘었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당시 중국 사망자(648명)와 전 세계 사망자(774명)를 훌쩍 추월했다. 아직 3000명 이상의 중환자가 있다니 사망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그야말로 생지옥 같은 대재앙이 벌어져 안타깝다.

치사율 낮은데 사망자 중국 집중 #언론 자유 보장해 신뢰 회복하길

이번 바이러스의 치사율이 당초 알려진 4%보다 낮은 0.3∼0.6%라는 연구가 나온 마당에 우한을 포함한 후베이성에서 대부분의 사망자가 나온 것이 충격적이다. 발생 초기에 진실을 은폐하고 정보를 통제한 대가를 무고한 시민 생명을 희생해 치르고 있다는 얘기다.

일차적으로는 후베이성이나 우한시 당국자들의 책임이 크다. 그렇지만 외신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앙정부의 책임이 더 근본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 주석 집권 이후 무리한 개헌을 통해 1인 지배 체제를 강화했고, 정치 체제와 관료 사회가 더욱 경직되면서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지 못하는 구조적 참사가 초래됐다는 평가들이다.

사스로 엄청난 희생을 치른 이후 중국은 서구적 질병 통제 시스템을 많이 도입했다. 하지만 시스템을 지휘하는 당 간부와 공무원들의 자세는 오히려 퇴행했다. 예컨대 ‘우한의 양심’으로 불리다 지난 7일 숨진 안과 의사 리원량(34)이 지난해 12월 30일 신종 코로나 감염증 발생 소식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처음 외부에 알렸지만, 당국은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고 오히려 그를 체포하고 반성문을 쓰게 했다.

전문가인 의사가 울린 경보를 새겨듣고 신속히 대응했다면 사태가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죽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죽어나갔는데도 중국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를 동원해 비판 여론을 막는 데 급급했다. 그 와중에 바이러스는 전 세계로 퍼져 나가 지구촌에 엄청난 폐해를 끼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었다. 시진핑 주석은 ‘부강·민주·문명·조화의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중국몽(中國夢)의 비전으로 제시하고 추진 중이다. 하지만 지식인들은 ‘빛 좋은 개살구’라고 비판한다.

이제 전염병 등 중국의 문제는 단순히 중국 내부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중국의 정보 통제, 언론 탄압, 자유 억압은 고스란히 한국 같은 이웃 나라는 물론 지구촌 곳곳까지 피해를 준다. 중국이 국제정치는 물론이고 경제·산업·무역·환경·위생 등 모든 분야에서 세계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서다.

베이징 올림픽과 상하이 엑스포를 치를 때 보여준 개방성을 회복해야 한다.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언론의 자유를 철저히 보장해야 한다. 그것만이 바이러스로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