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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엽 "물, 빵만 주고 문 잠궈라"···호남 3당 통합논의 담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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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통합추진위원회 1차 회의에 참석한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 통합추진위원장들. [뉴스1]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통합추진위원회 1차 회의에 참석한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 통합추진위원장들. [뉴스1]

“물과 빵만 넣어주고 결판이 날 때까지 문을 걸어 잠가 달라. 최선을 다해 협상에 임하고 바람직한 결론을 도출하겠다.”

유성엽 대안신당 통합추진위원장은 11일 통합추진위원회 1차 회의에서 ‘결판(決判)’을 언급했다. 이날 회의를 통해 ‘제3지대 통합’ 과정에서 드러난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 등 3당의 이견을 모두 조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들 3개 정당은 모두 옛 국민의당 계열로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한다. 지난해 말부터 물밑 통합 논의를 벌여왔으나 각 당의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선거가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마음이 급해지자 통합추진위를 구성했고, 이르면 이번 주 중으로 통합의 마침표를 찍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박주선 바른미래당 통합추진위원장은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대승적 차원에서 협치와 정의, 실용, 민생만을 이행하겠다”며 “오늘 3당이 아무런 조건 없이 옥동자를 만들어내는 통합 선언 발표가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3당 통합이 이뤄질 경우 총 28석(바른미래당 17석, 대안신당 7석, 민주평화당 4석)을 갖는 원내 3당이 된다. 바른미래당 안철수계 의원 7명(권은희·김삼화·김수민·김중로·신용현·이동섭·이태규 의원)이 탈당하더라도 21석이 확보돼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원내 3당의 위상을 가질 수 있다.

방식·시점·공천권 '뇌관' 

3개 정당은 통합신당 창당이라는 목표에는 모두 뜻을 함께하고 있다. 다만 통합 방식과 통합 시점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3당 중 가장 많은 의석을 가진 바른미래당은 대안신당·민주평화당을 흡수하는 형태의 통합을 원한다. 그러나 대안신당과 민주평화당은 3개 정당이 동등한 위치에서 신설 합당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통합 시점을 둘러싼 각 당의 셈법도 복잡하다. 대안신당과 바른미래당은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통합작업이 마무리되길 원하지만, 민주평화당은 14일 이후로 통합을 미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선거를 앞두고 지급되는 경상보조금(총 110억원)을 타내기 위한 통합 아니냐는 의심을 사면서까지 통합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통합의 방식과 시점 외에 공천권과 비례대표 의석 배분을 둘러싼 문제도 뇌관이 될 전망이다. 이른바 ‘지분 다툼’이다. 3당 통합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한 의원은 “당의 입장이 다르고 서로 원하는 바도 달라 서로가 양보하고 희생하지 않는 한 잡음은 계속될 것”이라며 “다들 통합을 목표가 아닌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안신당의 한 의원은 “각 당의 요구사항이 많이 달라 이번주 중 통합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경희궁의아침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경희궁의아침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일각에선 통합 자체가 생존 전략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통합을 통해) 무엇을 지향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고, 무엇 때문에 통합하는지도 모르겠다”며 “갈려 나올 때는 무엇 때문인지, 이제 다시 또 통합한다는 게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통합당이 만들어질 경우 외부 인사로 합류할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 또다시 그런 정치판에 뛰어들어서 누구를 돕거나 그런다고 하는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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