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은 우리에게 해를 끼칠 사람이 아닙니다."
민주당 영입 인재 이수진 전 판사 논란의 진실은
양승태(72) 전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불리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가담해 기소된 이규진(58)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민주당 영입 인재 이수진(51) 전 부장판사를 평가한 의견이다. 이와 관련된 진술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검찰 조서와 재판 기록에 적혀있다.
이규진 전 상임위원은 이수진 전 판사가 속해있던 법원 내 진보성향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와해시키려 한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이 전 상임위원은 왜 자신을 "양승태 대법원의 피해자"라 주장하는 이 전 판사를 '우리 사람'이라 생각했을까.
이탄희 檢 조사서, "이수진 전화로 인권법 학술대회 중단 요청"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검찰 조서에는 이 전 판사와 함께 민주당에 영입된 이탄희(42·연수원 34기) 전 판사가 이수진 전 판사에 대해 말한 진술도 나온다. 2017년 3월 국제인권법연구회 소모임인 '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의 학술대회를 준비하던 이탄희 전 판사는 이수진 전 판사의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이탄희 전 판사는 검찰 조사에서 "이수진 부장으로부터 '행정처 높은 분에게서 나에게 전화가 왔다. 나보고 연구회에 전달해 달라는 취지 같다. 행정처에서 인사모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니 학술대회 안 했으면 한다. 일단 그 정도만 알아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수진 전 판사는 이탄희 전 판사와 같은 국제인권법 소속 판사였다. 당시에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재직 중인 상황이었다. 이탄희 전 판사의 진술은 이수진 전 판사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입장을 자신에게 전달했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수진 전 판사가 자신을 양승태 대법원의 피해자라 밝힌 부분과 다소 배치되는 부분이다.
이수진 "인권법 학회 막지 못 해 인사 보복 당해"
이수진 전 판사는 검찰 조사에서 자신이 국제인권법 학회를 막지 못했기 때문에 인사 보복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재판연구관은 보직 기한이 3년인데, 자신만 2년 만에 대전지법으로 전보 발령이 났다고도 했다. 이 전 판사가 "나는 양승태 대법원의 피해자"라 주장하는 핵심 근거는 바로 이 인사다.
이수진 전 판사는 검찰 조사에서 이규진 당시 상임위원에게 "'이제 후배 판사가 주류가 되어 인권법연구회의 공동 학술대회를 막을 수 없다. 행정처가 막으면 행정처가 지는 게임이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그 뒤 법원행정처에서 다른 판사들에게 메시지를 주기 위해 자신을 지방으로 좌천했다고 진술했다. 이수진 전 판사는 "이 전 상임위원이 '이수진은 우리한테 해를 끼칠 사람이 아니다'는 말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했다"며 "당시 임 전 차장이 '당신은 이수진은 잘 모른다'는 답을 했다"라고도 밝혔다. 법원행정처에서 자신이 임 전 차장 등 양승태 대법원에 저항했기에 좌천을 당했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수진 동료들 "좌천 인사로 보기 어렵다" 진술도
이수진 전 판사의 이런 진술에 대해 검찰은 동료 재판연구관과 상사 연구관, 당시 법원행정처 인사 담당 법관과 행정처 전직 고위 관계자들에게 진술을 받았다. 당시 이수진 전 판사의 동료와 상사들은 이 전 판사의 좌천 인사 주장에 수긍하지 못하는 진술을 했다.
이 전 판사의 동료 법관과 상사들은 검찰에서 "재판연구관으로 이 전 판사의 업무 능력이 많이 부족했다", "연구보고서를 다른 연구관에 비해 반도 쓰지 못했다",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재판연구관은 2년 만에 인사를 내기도 한다"는 등의 진술을 했다.
이런 판사들의 진술에 이수진 전 판사는 "다른 판사에 비해 어려운 사건을 많이 맡았고, 행정처의 업무도 함께하고 있었다. 중간 정도는 했다"고 검찰 조사에서 반박했다. 중앙일보는 이 전 판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아무 답변도 듣지 못했다. 이탄희 전 판사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민주당은 두 판사의 지역구 공천을 검토하고 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