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집 왜 거기 택했겠나···'종로대전' 키 쥔 경희궁자이

중앙일보

입력 2020.02.11 05:00

업데이트 2020.02.11 09:29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왼쪽)과 이낙연 전 국무총리. [뉴스1·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왼쪽)과 이낙연 전 국무총리. [뉴스1·연합뉴스]

21대 총선 후보 등록(3월26일부터)까지는 11일 현재 43일이 남았지만 이미 서울 종로에선 사실상 본선 경쟁이 시작됐다. 박근혜ㆍ문재인 정부 국무총리 출신 간의 빅매치가 성사되면서다. 10일 이낙연 전 총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광장시장의 상인들을 달래러 나섰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모교 성균관대 앞에 있는 성균관을 찾았다. 두 사람의 동선에선 위기 대응을 위해선 안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시도(이 전 총리)와 종로와의 연고를 유권자들에게 확인시키려는 노력(황 대표)이 각각 읽혔다.

제18대 국회의원선거 종로구 개표 결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제18대 국회의원선거 종로구 개표 결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러나 종로구 선거를 관심있게 지켜보아 온 전문가들은 양대 정당 대표선수 간의 격돌이지만 의외로 승패는 미시적인 선거전략의 성패에 따라 갈릴 수 있다고 전망한다. 동별 표심이 확연히 다른 종로구의 특성 때문이다.

주거지가 집중된 동네들을 중심으로 보면, 종로구의 동쪽 끝인 창신 1ㆍ2ㆍ3동과 숭인 1ㆍ2 동 등은 민주당 계열의 텃밭으로 분류된다. 중·소형 평수 아파트와 다가구 주택에 인구가 밀집해 20대 총선 때 5개 동의 선거인수가 3만3803명에 달했다. 이명박 신한국당 후보가 당선됐던 1996년 15대 총선 당시 야권은 새정치국민회의 이종찬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로 분열됐지만 이 지역에서만큼은 이종찬 후보가 이명박 후보를 2500표 이상 앞섰다. 종로구의원을 오래 지낸 한 인사는 “호남 출신 인구가 많은 곳으로 정평이 나 있는 지역”이라며 “호남 향우회의 조직력이 막강하다”고 말했다.2008년 18대 총선 당시 박진 한나라당 후보에 전체 2583표 차로 패한 손학규 통합민주당 후보도 이 지역에선 승리했다. 종로구의 서쪽 끝인 인왕산 자락의 무악동도 아직 다가구주택에 사는 서민층이 많아 민주당 유리 지역으로 꼽힌다.

반면 주거 형태가 대형 평수의 빌라나 고급 단독 주택 위주인 구기동과 평창동은 보수 성향 표심이 뚜렷한 지역이다. 2016년 20대 총선 때 이곳 선거인 수는 1만5372명이었다. 당시 오세훈 새누리당 후보를 1만표 이상 여유있게 따돌렸던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이 구역에선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 구역에서 최종 득표 결과는 정 후보 4571표, 오 후보 4619표였다.

제19대 국회의원선거 종로구 개표 결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제19대 국회의원선거 종로구 개표 결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1대 총선을 앞두고 주목받는 승부처는 행정동으로 부암동(법정동 부암ㆍ신영ㆍ홍지)과 교남동(법정동 교남ㆍ교북ㆍ송월ㆍ평ㆍ행촌ㆍ홍파)이다. 주거형태가 구기동ㆍ평창동과 유사한 부암동 일대는 역대 선거에서는 표심도 보수 성향에 쏠렸다. 그러나 20대 총선에서 정세균 후보는 이 지역에서 민주당 계열 후보로 처음 승리해 이변으로 평가됐다. 선거인 8449명 중 5396명이 투표했고 정 후보가 2806표, 오 후보가 2175표를 얻어 꽤 큰 차이가 났다. 종로의 시의원을 지낸 한 인사는 “19대 의원 시절 정 후보는 4년 내내 20~30명 단위의 의정보고 활동을 끊임없이 해왔다”며 “‘바닥 선거의 달인’ 정세균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결과”라고 말했다.

또 다른 원인으론 신분당선 연장 공약에 대한 기대심리가 꼽힌다. 부암동 권역은 신분당선이 서북쪽으로 연장되면 교통 및 역세권 효과의 직접 수혜를 받는 지역이다. 그러나 지난해 4월 KDI(한국개발연구원) 등이 사업성 추진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면서 주민들이 들썩이고 있다. 9일 이 전 총리가 “고양 삼송과 용산 구간 신분당선 연장을 추진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 지역의 흔들리는 표심을 노린 발언으로 해석된다.

서대문구와 인접한 교남동은 아직 표심이 확인되지 않은 미지의 세계라는 점에서 주목되는 지역이다. 오래된 소형 서민 가옥들 중심이었던 이 지역엔 2017년 2월 2500세대 규모의 경희궁 자이 아파트가 들어섰다. 아직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서 표심이 확인된 적이 없다는 이야기다. 최근 매매가격이 16억~17억원대(33평)여서 서민 주거지역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행정안전부 주민등록통계(2020년 1월 기준)상 20대 이상 거주자 1만333명 중 30대가 17.2%, 40대가 18%에 달해 종로구 내에선 ‘젊은’ 동네에 속한다. 이 전 총리가 최근 이사한 곳도 이 아파트다. 서울 잠원동 아파트에 거주 중인 황 대표는 종로의 새 보금자리를 아직 잡지 않았다.

제20대 국회의원선거 종로구 개표 결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제20대 국회의원선거 종로구 개표 결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성균관대학교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등이 위치해 젊은 층이 많은 혜화동(법정동 명륜1가~4가, 혜화)의 표심이 어디로 기울지도 관심사다. 20세 이상 거주자가 1만6408명으로 종로구의 단위 행정동 중 가장 많고 이 중 26.4%가 20대(4327명)다. 20대 총선에선 정세균 후보가 오세훈 후보를 2000표 이상의 차이로 크게 이겼고 투표율은 66.6%로 종로구 평균(62.9%)보다 높았다. 그러나 익명을 원한 한 선거 전문가는 “통상적으로는 20대 투표율이 높으면 민주당이 유리하다는 게 정설이었지만 조국 사태 이후 처음 맞는 이번 선거에선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장혁ㆍ남수현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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