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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시상식 후 이선균이 밝힌 소감 "오스카가 선을 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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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시상식 후 미국 LA 더 런던 웨스트 할리우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생충' 봉준호 감독과 배우, 스태프들.[사진 연합뉴스]

아카데미 시상식 후 미국 LA 더 런던 웨스트 할리우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생충' 봉준호 감독과 배우, 스태프들.[사진 연합뉴스]

9일 오후 8시(현지시간). 아카데미 시상식 후 영화 ‘기생충’ 기자 간담회가 열릴 예정인 런던웨스트할리우드 호텔 바 안에서는 시상식 중 봉준호 감독의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환호와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미리 와 있던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은 작품상까지 영화 기생충에 돌아가는 순간 크게 환호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호텔 바 직원들은 “기생충 영화를 봐서 잘 알고 있다. 한국의 우수한 영화가 상을 받게 돼 기쁘다”고 함께 기뻐했다.

시상식 후 '기생충' 봉준호 감독과 배우, 스태프 기자회견

CJ엔터테인먼트에서 마련한 영화 ‘기생충’ 기자 간담회에는 행사 시작 1시간 전부터 한국에서 파견된 기자들로 준비된 의자와 테이블이 부족할 정도였다. 당초 기자 간담회는 오후 9시 30분 정도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카데미 측에서 마련한 수상자 기자회견과 축하 연회 참석으로 이동이 늦어지면서 예상보다 2시간가량 늦게 시작됐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봉준호 감독 외 송강호, 조여정, 이선균, 박소담, 최우식 등 배우 6명과 각본상을 받은 한진원 작가, 곽신애 대표까지 총 12명이 참석했다. 배우 이정은씨는 한국 스케줄 관계로 불참했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감독·각본·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이 기자회견장에 나란히 앉아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감독·각본·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이 기자회견장에 나란히 앉아 있다. [사진 연합뉴스]

영화 기생충의 4관왕 소식은 미주 한인 커뮤니티에도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한인 2세로는 처음 로스앤젤레스 시의원으로 당선돼 의정활동을 하고 있는 데이비드 류 시의원은  시상식이 끝난 직후인  9일 오후 9시 20분쯤 “미국에서 성장하면서 영화 속에서 나와 같은 모습을 본 적이 없었는데 작품상을 받았다. 역사적인 순간이다. 이 밤을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적힌 성명을 발표했다. 한인타운의 원로 민병수 (85) 변호사는 “정말 아시안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걸 이번 시상식을 보면서 느꼈다. 그동안 미국에서 보지 못한 걸 본다. 한국의 힘이기도 하고 미주 한인들에게도 더없는 기쁨”이라고 말했다.

밤 11시 30분에 시작된 영화 ‘기생충’ 기자 간담회는 화이팅과 축하 박수 속에 시작됐다. 이 자리에서 봉준호 감독은 "당황스럽고 기쁘다. 아직도 실감 나지 않고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정리할 시간을 갖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기생충'이 작품상을 받아서 배우와 스태프들 전원이 함께 무대에서 가장 행복한 것으로 마무리할 수 있어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이선균은 "우리가 선을 넘은 게 아니라 오스카가 선을 넘은 것 같다. 추억 만들어준 감독님 스태프들께 감사하고 캠페인 기간에 고생 많았는데 이 수상이 한국영화 시작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조여정은 "저는 오늘이 한국시각으로 생일이었는데 배우로서 최고의 생일이 아니었나 한다. 훌륭한 영화로 아카데미를 참석한 것만으로도 큰 선물이었는데 믿어지지 않는다. 그동안 함께 해온 분들과 흩어질 생각 하니 울컥하다"고 말했다.

배우 송강호는 "저는 내일이 생일이다. 음력으로. 무대 위에서는 못했지만 캠페인 시작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관심을 보이고 응원 성원해준 스태프, 중계방송 보시며 성원해주신 분들, 대한민국 모든 분, 영화 팬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했다.

송강호와 함께 부부로 출연했던 배우 장혜진은 "마지막에 이렇게 께 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울컥하다. 돌아가서 진정하고 일하겠다"고 말했다.

박소담은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오늘 밤에 온몸으로 다시 느껴야 할 것 같아서 잠 못 이룰 것 같다"고 했으며 최우식은 "계획에 없었던 큰 이벤트가 있어 행복하고 평생 기억이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양진모 편집 감독은 "편집상 후보에 오른 것도 꿈같은 일이었다. 수상은 못 했지만 다른 부문에서 상을 받아서 좋다"고 했으며 이하준 미술감독 역시 "수상은 못했지만 저는 이곳에 와서 많은 자극 받았고 한국영화의 높아진 위상을 확인했다.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이날 각본상을 받은 한진원 작가도 "감사하다"는 짧은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다음은 봉준호 감독과의 일문일답. 

9일(현지시간)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감독·각본·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 [사진 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감독·각본·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 [사진 연합뉴스]

감독님 술 한잔하겠다. 감독상 내일까지 먹겠다고 했다. 술 계획은.
술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까지 한 달간 미국에 있으면서 어워드 시즌에 많은 시상식이 있고 스피치를 30개 정도 해서 오스카에 이르니 수상 소감 밑천이 바닥이 나서 술 얘기 까지 했다(웃음). 이제 정말 끝났구나 싶다. 칸 영화제부터 오스카 캠페인까지 다섯 달 반 동안 촬영 기간보다 더 긴 시간 해온 일이 좋게 끝나니 술 얘기가 나왔다. 
스코세이지 감독님 이름을 언급했는데 시상식 후에 만났나.
아직 뵙지 못했다. 감독상 받으러 올라갔을 때 스코세이지 감독님이랑 눈이 마주쳤다. 다른 감독들과도 순식간에 눈이 마주쳤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워낙 존경했던 분인데 같이 후보에 올라 영광이고 그분을 먼발치에 앉혀놓고 제가 상을 받는다는 게 비현실이었고 가장 개인적 현실은 밑줄 그었던 말인데 그 말을 해서 기뻤다.
13살 봉준호 만난다면 무슨말 해주고 싶나?  
일찍 자라고 하고 싶다.  
언어 장벽을 얘기하며 1인치 자막의 장벽에 관해 얘기했는데. 
1인치 장벽 얘기했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때늦은 발언을 한 것 같다. 이미 장벽이 허물어져 있었다. 이미 장벽이 허물어져서 서로가 연결된 세상이라서 기생충도 편하게 세계에서 관객들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어서 입증해 주는 것 같다. 언어 장벽. 자막, 1인치 장벽은 뒤늦은 감이 있었던 것 같다. 더더욱 장벽이 빨리 사라지는 시점이 오는 것 같다.  
 9일(현지시간)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감독·각본·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 [사진 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감독·각본·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 [사진 연합뉴스]

봉감독님이 말을 잘한다고 알려졌다.
어워드 시즌이라서 스피치를 많이 했다. 종이를 꺼내 한 적은 없다. 즉흥적으로 하고 통역이 있어서 그다음 것을 얘기하고 잘 말할 수 있다.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몇일 전 배급사에서 북미 스코어 들어보니 역대 북미 외국어 영화의 흥행 랭킹이 있는데 통털어 6위에 랭크 돼 있다. 뜻깊은 기록이라는 생각이 들고 홍보과정에서 만난 분들이 반복해서 봤다는 얘기가 많다. 동료 영화인들도 반복해 봤다고 하니 감사하다. 
그간 아카데미의 장벽 높았다.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나.
외국어 영화가 각본, 감독은 있었지만 감독 작품은 최초인데 왜 그랬을까. 그 부분에 대한 것을 정리할 시간이 없었다. 시간을 가지고 짚어 봐야 할 것 같다. 객관적으로 봤을때 상을 받은건 팩트이니 그 기쁨만을 생각하고 싶다. 왜는 다각도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고 여러분들에게 물어야 할 것 같다.  

송강호 배우는 이 자리에서 "봉준호의 리얼리즘을 보면서 20년을 지나온 것 같다. 기생충은 20년의 봉준호의 리얼리즘 완성에 와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배우를 떠나 팬으로서 '살인의 추억'부터 봉 감독의 이 시대에 대한 탐구 삶의 성찰이 발전하고 깊이 있는 시선들을 느끼면서 감동하며 세월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섯 번째 영화는 힘들어서 확신 못 하겠다. 다음에는 사장역이면 생각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차기작은? 
차기작은 2가지 준비 중이다. 작년, 재작년부터 준비하던 프로젝트 있고 하나는 한국어 영화고 서울 도심에서 벌어지는 공포 상황. 공포영화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영어 영화는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기생충 같은 규모지만 2016년 런던에서 벌어진 일이다. 때 되면 얘기하겠다.  

한편 봉 감독은 "최우식씨가 최근 논의하고 있는 해외작품을 통해 한인 감독과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 같다며 “다양한 재능들이 꽃 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LA=장연화 기자 chang.nicol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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