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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별로 없는데 비슷한 보험 여럿 가입했다, 유효할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경영의 최소법(16)

보험 사고가 발생하면 납부한 보험료에 비해 큰 보상을 받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도박도 거는 돈에 비해 보상이 훨씬 큽니다. 이처럼 부담한 비용에 비해 얻게 되는 이익이 크고, 또한 운이 작용한다는 점에서 보험과 도박은 사행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보험은 합법이고, 도박은 불법입니다. 보험은 생활상의 각종 위험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지만, 도박은 존재하지도 않는 투기적 위험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사행성 때문에 보험 제도가 악용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동일한 내용의 보험을 여러 건 가입하는 것인데, 어떤 경우에 불법이 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법원은 보험계약자의 직업 및 재산상태, 보험계약의 체결 경위, 규모, 계약 체결 후의 정황 등을 고려하여 부정 목적이 있는지를 판단하고 있다.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체결된 보험계약은 무효이며, 수익자라도 지급받은 보험금은 반환해야 한다. [사진 Pixabay]

법원은 보험계약자의 직업 및 재산상태, 보험계약의 체결 경위, 규모, 계약 체결 후의 정황 등을 고려하여 부정 목적이 있는지를 판단하고 있다.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체결된 보험계약은 무효이며, 수익자라도 지급받은 보험금은 반환해야 한다. [사진 Pixabay]

(사례1) 부정 목적이 있다고 본 사례

A는 2010년 2월 X 손해 보험 회사와 남편 B를 피보험자 겸 보험수익자로 하는 ‘OO 닥터플러스 보험 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계약자를 남편 B로 변경했다. A는 2010년 7월 자신을 피보험자 겸 보험수익자로 하는 ‘OO 간병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후 A는 위 보험계약을 포함하여 1년 동안 다수의 보험사와 A 부부와 자녀를 피보험자로 하면서 보장내용과 성질이 유사한 보험계약 47건이나 체결했다.

남편 B는 2010년 4월 허리뼈 염좌와 긴장 등으로 15일간 입원한 것을 시작으로 약 4년 동안 151일간 입원치료를 받으며 X 손해보험회사부터 1,000여만 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이에 X는 "A가 다수의 보험계약을 통해 보험금을 부정취득하기 위해 보험을 체결했으므로 보험계약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해 무효"라며 남편 B를 상대로 보험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남편 B는 보험금 1000만 원을 반환해야 할까요?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체결된 보험계약은 무효이며, 수익자라도 지급받은 보험금은 반환해야 합니다.

이 사례와 같은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하지만 여러 건의 보험계약을 통해 보다 많은 위험보장을 받으려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보험 계약을 다수 체결한 것을 모두 부정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법원은 보험계약자의 직업 및 재산상태, 보험계약의 체결 경위, 규모, 계약 체결 후의 정황 등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 부정 목적이 있는지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사례의 경우 남편 B는 2005년부터 2010년까지 5년 동안 소득이 약 1100여만 원이고, A의 소득도 500여만 원 정도였습니다. 자동차세 정도 납부했을 뿐 그 이외에 재산세를 부과받은 것도 없었습니다. 이처럼 보유재산과 소득이 거의 없다는 점이 부정 목적을 인정하게 된 결정적 이유였습니다.

이처럼 부정 목적이 있는 보험계약에 대해 법원은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 이러한 목적으로 체결된 보험계약에 의해 보험금을 지급하게 하는 것은 보험계약을 악용해 부정한 이득을 얻고자 하는 사행심을 조장한다. 이는 사회적 상당성을 일탈하게 될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위험의 분산이라는 보험 제도의 목적을 해치고 위험 발생의 우발성을 파괴하며 다수의 선량한 보험 가입자들의 희생을 초래해 보험 제도의 근간을 해치게 된다. 이와 같은 보험계약은 민법 제103조 소정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이 무효이거나 해제된 경우 이미 지급한 보험금의 반환을 받을 수 있으며, 이는 타인을 위한 생명보험이나 상해보험이 제3자를 위한 계약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법원은 수익자인 남편 B에게 보험금을 반환하라고 판결하였습니다.

D는 손님으로 자주 오는 보험설계사, 보험대리점장 등의 권유로 다수의 상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허리 통증과 관절염 등의 증세로 입원해 치료를 받고 보험회사로부터 4억 6,000여만 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D는 보험금을 반환해야 할까? [사진 Pixabay]

D는 손님으로 자주 오는 보험설계사, 보험대리점장 등의 권유로 다수의 상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허리 통증과 관절염 등의 증세로 입원해 치료를 받고 보험회사로부터 4억 6,000여만 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D는 보험금을 반환해야 할까? [사진 Pixabay]

(사례2) 부정 목적이 없다고 본 사례

순대 국밥집을 운영하는 D는 손님으로 자주 오는 보험설계사, 보험대리점장 등의 권유로 다수의 상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D가 체결한 보험계약은 대부분 보장성 보험으로서 18개나 되었고, 매달 납부하는 보험료는 120만 원 정도이었다. D는 2009년 12월부터 2013년 8월까지 20여 차례 허리 통증과 관절염 등의 증세로 입원해 371일간 입원치료를 받고, Y 보험회사를 비롯한 여러 보험회사로부터 4억 6,000여만 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Y 보험회사는 D가 보험금을 부정취득할 목적으로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보험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D는 보험금을 반환해야 할까요?

법원은 ①D가 월 120만 원의 보험료를 지출하는 것이 지극히 이례적이라고 보기 어렵고, ② 운영하는 식당에 손님으로 온 보험대리점장과 보험설계사들의 권유로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되었고, ③ D가 겪고 있는 병세는 대부분 일상적인 거동에 큰 장애를 일으키는 것이어서 위장 입원을 하였다거나 입원 기간이 사회통념상 지나치게 장기간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면서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보험이나 도박 모두 사행성이 있습니다. 이런 사행성은 보험 사기가 발생하는 궁극적 원인이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법원은 계약자의 직업 및 재산상태, 계약 체결 경위, 규모, 체결 후의 정황 등을 고려해 부정 목적이 있는지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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