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봉준호 앞에 걸림돌은 없었다···'기생충' 한국 첫 아카데미 2관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9일(현지시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각본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 [AP=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각본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 [AP=연합뉴스]

“땡큐. 이 카테고리 이름이 외국어영화상에서 국제영화상으로 바뀌었잖아요. 그 첫번째 상을 받게 되서 더더욱 의미가 깊고요. 이름이 상징하는 바가 있는데 오스카가 추구하는 방향에 지지와 박수를 보냅니다.”(봉준호 감독)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이변은 없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9일 저녁(현지시간)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을 차지했다. 한국영화가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로 1963년도 아카데미상에 도전한지 57년만의 첫 쾌거다. ‘기생충’은 각본상에 이어 국제영화상까지 2관왕에 올랐다.

통역사 샤론 최와 함께 무대에 오른 봉 감독은 “이 영화를 함께 만든 멋진 배우들과 모든 스태프들, 모든 예술가들에게 찬사를 보낸다”며 배우와 스태프 이름을 일일이 호명했다. 이어 “저희 비전을 실행할 수 있게 해준 바른손과 CJ, 네온에 감사드린다”며 “오늘밤 기쁜 마음으로 축배를 들어야겠다”고 덧붙였다.

기존 외국어영화상에서 올해 명칭이 바뀐 국제영화상을 아시아 영화가 수상한 건 2009년 일본영화 ‘굿' 바이: Good & Bye’ 이후 11년만이다.

‘기생충’의 국제영화상은 일찌감치 예견됐다.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에 이어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영국 아카데미 각본상·외국어영화상뿐 아니라 비영어 영화 최초 미국 배우조합(SAG) 앙상블상과 작가조합(WGA) 각본상, 편집자협회(ACE) 편집상 등을 휩쓸며 2019년 최고 화제작으로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9일(현지시간) 미국 할리우드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한 영화 '기생충' 출연진. [로이터=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미국 할리우드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한 영화 '기생충' 출연진.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시상식에서 ‘기생충’은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스페인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할리우드 배우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함께한 스페인어 영화 ‘페인 앤 글로리’를 비롯해 프랑스 출품작 ‘레미제라블’, 북마케도니아의 ‘허니랜드’, 폴란드의 ‘문신을 한 신부님’ 등을 모두 제쳤다.

수상 예측 사이트 골드더비의 9일 집계에서도 ‘기생충’의 국제영화상 수상 확률은 24.78%로 후보 5편 중 가장 높았다. 현지 매체 ‘할리우드리포터’도 “‘기생충’이 올해 최고의 국제영화인 것은 당연하다”면서 “같은 해에 작품상과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동시에 지명된 역대 5편 모두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고 했다. 1970년 그리스 감독 코스타 가브라스의 프랑스어 영화 ‘제트’부터 ‘인생은 아름다워’ ‘와호장룡’ ‘아무르’, 지난해 ‘로마’ 등이다. 올해 국제영화상 부문 후보로 작품상 후보에도 오른 영화는 ‘기생충’이 유일했다.

관련기사

'살인의 추억' 제치고 김기덕 영화 출품

매해 각국에서 대표작 한 편씩을 출품하는 이 부문 역대 최다 수상 국가는 14회 수상한 이탈리아다. 후보작 없이 매해 한 편의 외국어영화를 선정해 특별/영예상을 을 줬던 1947~1955년 비토리아 데 시카 감독의 ‘구두닦기’ ‘자전거 도둑’ 등이 수상했다. 이를 비롯해 외국어영화상이란 명칭과 함께 지금처럼 출품작을 받기 시작한 1956년 이후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길’,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그레이트 뷰티’ 등이 수상의 영예를 이었다. 아시아 국가 중엔 일본이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 등 최다 4회 수상해 국가 순위 4위에 올랐다.

한국은 1963년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시작으로 ‘기생충’을 31번째 출품했다. 2002년 이전까진 출품을 거른 해도 있었다. 상의 명칭이 바뀌기 전인 지난해 외국어영화상 부문에선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예비 후보 9편에 한국영화 최초로 올랐지만, 본선 진출은 불발됐다. 봉준호 감독 영화가 한국 대표로 출품된 건 2010년 ‘마더’가 최초다. ‘살인의 추억’ 땐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괴물’ 땐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가 한국 대표로 출품됐다.

한국시간 10일 오전 시작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영화로는 처음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기생충’이 또 어떤 트로피를 들어올릴지 주목된다.

관련기사

나원정·민경원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