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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코로나 대응 인종차별 논란…韓포함 아시아국만 자가 격리 권고

중앙일보

입력

영국 정부가 자국 홈페이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 관련 주의사항을 공지하면서 여행객의 자가격리 권고 국가로 아시아 국가만을 선정해 반발을 사고 있다.

호주·독일·미국·프랑스 확진자 마카오보다 많은데 #"혐오 분위기 속 정책마저 차별" 지적 #토트넘 델리 알리도 인종차별 영상 올려

10일 영국 홈페이지에 따르면, 영국 정부 및 국민보건서비스(NHS)는 최근 주요 9개국을 여행한 뒤 영국으로 돌아온 여행객들에게 "병원 방문이나 대중교통 사용을 자제하고 14일 동안 집에 머물라"며 자가 격리를 권고했다. 영국 정부는 영국 내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지난달 24일부터 이 홈페이지를 통해 신종 코로나 관련 확진자 현황 및 주의사항을 공지하고 있다.

영국 정부가 자국 홈페이지에 게재한 '여행 후 자가격리 권고 9개국'에 아시아 마카오보다 확진자가 많은 호주, 독일, 미국, 프랑스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영국 정부 홈페이지 캡처]

영국 정부가 자국 홈페이지에 게재한 '여행 후 자가격리 권고 9개국'에 아시아 마카오보다 확진자가 많은 호주, 독일, 미국, 프랑스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영국 정부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이 9개국에 아시아만 포함돼 교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영국 정부가 정한 9개국은 중국 본토를 포함해 태국·일본·한국·홍콩·타이완·싱가포르·말레이시아·마카오다. 하지만 마카오의 확진자는 10명으로, 호주(15명)·독일(14명)·미국(12명)·프랑스(11명) 등 주요 유럽국 및 북아메리카 국가보다 적은 상황이다.

이에 영국 거주 아시아인들은 정책적 차별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영국에 거주 중인 교민 김민훈 씨는 "최근 유럽 최대 한인타운인 뉴 몰든에서는 아시아인을 상대로 'GO HOME(집으로 가라)'이라고 외치는 등 인종차별적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영국 정부가 정책적으로도 아시아를 차별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앞서 영국 토트넘 홋스퍼에서 활동 중인 축구선수 손흥민(28)의 동료이자 잉글랜드 축구대표 델리 알리(24)가 신종 코로나와 관련해 '동양인 비하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알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영국 런던 히스로공항에서 아시아 출신으로 보이는 한 남성을 조롱하고, 신종코로나 관련 부적절한 농담을 하는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는 검은색 마스크를 쓴 알리의 모습이 보이면서 '코로나 뭐라고, 볼륨을 높여주세요'라는 자막이 나온다. 이어 중국어가 들리고 알리의 카메라는 라운지 한쪽에 앉은 아시아인으로 보이는 한 남성을 클로즈업한다. 남성은 자신이 찍히는 줄 모르고 휴대폰을 보고 있다. 카메라는 다시 손 세정제를 향하면서 자막에는 '이 바이러스는 나를 따라잡는 속도보다 더 빨라야 할 것'이라는 말이 붙었다. 알리는 이 영상이 논란이 되자 곧바로 사과했다.

신종 코로나 국가별 감염자 사망자 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신종 코로나 국가별 감염자 사망자 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난 4일 독일 베를린 시내에서는 20대 중국인 여성이 길거리에서 독일인 여성 2명으로부터 욕설과 함께 무차별적인 폭행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탈리아 로마의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은 신종 코로나 확산을 이유로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계 학생들의 수업 참석을 금지해 논란이 일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에선 신종 코로나로 인한 인종차별이 급증하자 소셜미디어에서 '나는 바이러스가 아니다(#JeNeSuisPasUnVirus)'라는 해시태그 문구를 써넣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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