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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차이나 포비아? 우물쭈물하는 정부가 더 무섭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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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무섭다. 거리에서 중국어 쓰는 사람만 봐도 겁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면서 등장하는 세간의 얘기들이다. 중국 전체를 위험으로 여기는 감정적 대응도 번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신종 코로나가 발원지 중국에서 유입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중국인을 못 들어오게 막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우리 대통령 입장에선 그리 하기가 쉽지 않다. 결단력이 없어서도 아니고, 국민 안전을 가볍게 봐서도 아니다. 과연 중국인 입국을 막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실질적으로 방역에 도움이 될지, 훗날 중국과의 외교 관계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을 놓고 고민할 터다.

해결책은 있다. 중국발 비행기를 명시적으로 막지는 않으면서도, 중국인 입국에 선별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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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중국인 유학생.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고향으로 돌아갔던 중국 유학생의 입국을 늦추는 것이다. 7만 명중 상당수로 추산된다. 유학생들은 며칠, 몇주 기간의 단기 체류자들이 아니다. 한국에서 학업과 생활을 이어가야 한다. 이들이 학교로 돌아왔다가 혹여 뒤늦게 확진자로 확인될 경우 대학 캠퍼스에선 패닉을 부를 수도 있다. 유학생들에게 한국 상황을 설명하면서 이들의 입국을 늦출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교육부가 총대를 메야 한다. “모든 대학 개강을 4월 1일로 연기한다. 해외 유학생들은 별도의 고지가 있을 때까지 입국을 늦춰달라”고 발표해야 한다. 그래야 지금 중국에 있는 유학생들이 비행기 표를 안 끊을 것 아닌가.

일부 대학에선 개강을 1~2주 연기한단다. 부족하다. 어떤 대학은 아직도 정해진 게 없단다. 캠퍼스에 ‘차이나 포비아’가 만연하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우물쭈물하는 당신이 더 무섭다. 유학생들을 ‘돈다발’로만 보니 그런 현상이 나온다.

둘째 관광객. 관광객들은 당분간 100% 입국을 막는다는 자세로 현장에서 움직일 필요가 있다. 방법은 관광 비자 발급 조건을 엄격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겉으로 드러내며 할 일이 아니다. 중국 당국도 항상 그렇게 한다. 베이징에서 당 대회를 하면 행사를 앞두고 1~2개월은 비자 신청을 아예 받지 않는다. 중국 눈치를 볼 필요 없다는 얘기다. 발급 요건을 까다롭게 해서 관광 비자 발급이 거의 중단되는 수준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관광 비자 발급 문제는 법무부 소관이다.

셋째 친지 방문.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 가족 간, 친지 간엔 무한한 경우의 수의 방문 사유가 있으니 무조건 막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니 엄격한 관리로 목표를 정해야 한다. ‘친지 방문’이 아닌데도 혹여 친지 방문으로 포장한 도피성 입국을 막기 위해서다. 중국에선 ‘한국은 안전하다더라’, ‘한국 의료시설이 뛰어나다더라’라는 등의 소문도 돌고 있단다. 현재 공항에선 입국 중국인에 대해 전화 확인을 한다. 그걸 엄격히 해야 한다. 친지가 영접을 나온 사람에게만 입국을 허가하는 것도 방법이다.

넷째 비즈니스맨과 공무. 막으면 안 된다. 막으면 우리가 중국에 가야 할 수도 있다. 대신 ‘누수’를 막아야 한다. 초청자를 전화로 확인하고, 호텔 예약한 곳을 전화로 또 확인해야 한다.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다른 부류도 있을 것이다. 이땐 특성에 맞게 대응하면 된다. 현장에선 혼선이 있을 수 있지만 주저했다간 더 큰 문제를 부를 수 있다. 대통령이 빨리 대책 마련을 지시해야 한다. 그래야 움직이는 조직이다. 롯데 백화점이 몇 달 더 문을 닫을 수도 있다.

차이나랩=한우덕 기자 han.wood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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