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간병 위해 관두는 직장인 연10만…일본의 또다른 고민

중앙일보

입력 2020.02.09 13:00

[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44)  

일본의 간병인정자 수는 2015년 632만명이었다. 2030년에는 907만명에 이르고 2060년에는 1035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간병인정자 수만큼 가족의 간병을 수발하는 사람도 2017년 627만6000명으로 2012년보다 70만5000명 늘어났다. 그중에서 간병 수발을 하면서 일하는 사람은 340만3000명이었다. 과거 1년간 간병과 간호를 이유로 일을 그만둔 사람은 9만9000명이었다. 요약하면 가족 간병하는 사람의 절반 이상이 일도 병행하고 있고, 다니던 직장을 포기하고 이직하는 사람은 매년 약 10만명에 이른다.

미즈호종합연구소에 따르면 간병이직자는 2020년 10만2000명, 2025년에 10만4000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간병이직자가 계속 늘어나면 노동자 개인은 물론 기업실적, 경제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먼저 노동자는 간병이직을 하면 정신적·육체적·경제적 부담이 커진다.

이직으로 무직상태가 되면 소득원이 단절된다. 중년기에 전직하더라도 소득이 감소되어 가계의 경제적 부담이 크다. 가족의 장기적인 간병생활로 인해 사회에서 고립되고, 정신적 부담도 늘어난다. 간병에 따른 스트레스, 자신이 가족을 돌봐야 한다는 강한 책임감으로 간병 우울상태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

일본에서 가족을 간병하는 사람의 절반 이상이 일을 병행하고 있고, 다니던 직장을 포기하고 이직하는 사람은 매년 약 10만명에 이른다. 이는 기업실적, 경제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사진 pxhere]

일본에서 가족을 간병하는 사람의 절반 이상이 일을 병행하고 있고, 다니던 직장을 포기하고 이직하는 사람은 매년 약 10만명에 이른다. 이는 기업실적, 경제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사진 pxhere]

최근에는 간병에 지쳐 장래를 비관한 나머지 간병상태의 가족을 살해하는 간병살인이나 자살사건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2016년에 2만2082명의 자살자 중에서 간병스트레스로 자살한 사람은 251명이었다. 그 중에 50~70대가 70%를 차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보면 간병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부득이하게 이직하는 사정이 있다. 그것은 어쩌면 개인적 사정이다. 약 3700만명의 정규직 노동자 중에서 10만명의 간병 이직자는 0.3% 수준이다. 정규직의 전체 이직률(간병 이외의 이유로) 10% 중 극히 일부다. 경영자 입장에서 보면 간병이직은 매우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고, 무시할 정도의 숫자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숫자는 적지만 기업에서 경험이 풍부하고 실무능력이 뛰어난 관리직 인재가 간병으로 이직한다는 것은 기업의 큰 손실이다. 즉 기업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유능한 인재가 간병이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업무가 숙련된 40~50대의 간병이직자는 대개 책임 있는 관리직이기 때문에 대체할 인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절반 이상의 간병이직자는 취업을 하고 싶지만,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어려운 직장환경이기 때문에 이직하고 있다. 독신세대는 물론 부부만의 세대도 맞벌이기 때문에 자신을 대신해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가족을 간병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맞벌이 비율은 모든 연령층에서 계속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가족내 간병인력은 계속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일본정부는 이러한 간병이직을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정책과제로 삼았다. 2015년 ‘간병이직 제로(안심할 수 있는 사회보장)’의 목표를 제시했다. 구체적인 대책으로 간병이직을 줄이기 위해 도시에 특별양호노인홈과서비스부고령자용주택 등 간병시설을 늘리고, 간병휴직제도를 사용하기 쉽게 정비했다.

앞으로 많은 직장인은 일과 간병의 양립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간병휴직제도를 사용하기 편하게 만들고, 제도 이용을 촉진하도록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대책도 필요하다. [사진 pixabay]

앞으로 많은 직장인은 일과 간병의 양립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간병휴직제도를 사용하기 편하게 만들고, 제도 이용을 촉진하도록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대책도 필요하다. [사진 pixabay]

2020년까지 간병시설을 약 38만명분 이상, 2020년대 초반까지 50만명분 이상(간병이직 방지와 대기자 해소를 위해 12만명 분 추가)으로 늘릴 계획을 세웠다. 고객의 다양한 간병서비스 수요에 맞춰 특별요양노인홈, 케어하우스, 소규모 다기능재택간병, 치매그룹홈, 병간호 등 다양한 간병시설을 마련했다. 그러한 간병시설 중 이용자 부담이 적은 특별요양노인홈의 니즈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간병이 필요한 사람 중 약 70% 이상은 연금을 간병비용으로 충당하고 있다. 간병비용의 증가를 걱정해 특별요양노인홈에 입주하려는 연금 생활자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퇴소불안이 없고, 간병 전문인력이 24시간 간병하거나 생활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간병시설은 적다.

이러한 간병시설은 특별양호노인홈, 치매그룹홈, 서비스부고령자주택이다. 평생 이용할 수 있는 유료노인홈을 포함해 상기 조건을 갖춘 간병시설의 정원 수는 136만명(2015년 현재)이다. 65세 이상 간병인정자 수 606만명의 22%밖에 수용할 수 없다. 앞으로 간병인정자수는 대폭 늘어날 것이고, 이에 따라 늘어나는 간병이직을 막으려면 간병시설을 더 늘려 나가야 한다. 그러나 간병인정등급 3급 이상의 고령자가 2025년 251만명을 예상할 때 고령자가 안심하고 입주할 수 있는 간병시설을 대폭 늘리거나 간병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어렵다.

현재 국가의 장기적인 간병재정상황을 보면 간병장소를 시설에서 재택으로 이동하는 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재택간병도 간병시설과 같이 필요에 따라 24시간 365일 간병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핵심적인 재택간병 정책이지만 전국적으로 확산하기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방문간병은 간병시설보다도 인력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간병이직 제로 대책에 간병휴직제도 포함됐다. 2017년부터 간병휴직을 취득한 노동자가 원래 직장에 복귀하는 등 실제로 제도 이용실적이 있는 사업주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한 간병휴직도 대상 가족의 한 사람당 3회까지 나누어 사용할 수 있다. 간병을 위해 노동시간의 단축, 잔업 면제, 간병휴가일수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다. 간병 휴직할 경우 이전 임금의 67%까지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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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간병지원제도를 유연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간병휴직·간병휴가제도를 유연하게 사용하면서 계속 취업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에서 업무 대체인력이 부족하고 제도를 이용하기 어려운 분위기에서는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이용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IT와 AI를 활용해 업무를 효율화하고 생산성을 올릴 수 있다면 노동자는 제도를 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AI를 도입하고 있는 회사는 아직 적다.

간병휴직제도를 사용하기 편하게 만들고, 제도 이용을 촉진하도록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대책도 필요하다. 가족의 간병으로 업무에 제약이 있는 직원이라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고용환경을 만들면 간병이직을 방지하는데 효과가 있을 것이다. 최근 인력부족으로 경영 악화를 우려해 간병과 일을 양립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노력하는 기업도 많다. ‘텔레워크’가 바로 하나의 대안이다. 직장에 통근하지 않고 하루 스케줄을 유연하게 짤 수 있어 일과 간병을 양립하기 쉽다.

많은 간병이직자는 이직 전부터 일 방식을 바꾸고 싶어한다. 그러나 단시간 정규직제도와 유연한 일방식 텔레워크를 도입한 기업은 매우 적다(2015년 약 18% 기업이 도입). 유연한 일 방식을 보급하고 생산성에 따른 평가제도를 정착시키면 일과 간병의 양립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실제로 일부 기업은 텔레워크를 도입해 퇴직을 방지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앞으로 많은 직장인은 일과 간병의 양립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매년 10만명 정도의 간병이직자는 서막에 불과하다. 간병이직이 2025년부터 본격화하면 중대한 국가문제가 될 것이다. 인구규모가 큰 단카이 세대가 2025년 75세 이상의 인구층으로 진입하면 간병이 필요한 사람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단카이 세대의 간병을 부담하는 세대는 그 자식 뻘이 되는 단카이 주니어 세대(1971~1974년)다. 단카이 주니어세대 또한 인구규모가 크기 때문에 지금보다 훨씬 큰 규모로 간병이직이 늘어날 것이다.

5년의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다. 지금 일본은 사전에 이러한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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