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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이동국, 박찬호, 스테픈 커리의 공통점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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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전북현대에서 활약하는 이동국은 딸 넷, 아들 하나를 둔 다둥이 아빠다. [중앙포토]

프로축구 전북현대에서 활약하는 이동국은 딸 넷, 아들 하나를 둔 다둥이 아빠다. [중앙포토]

프로축구 전북 현대에서 활약 중인 이동국(41)은 에듀테크 스타트업 '아자스쿨'의 3대 주주다. '아자스쿨'은 황선하 대표가 2016년 창업한 체험학습 중개 플랫폼이다. 이동국은 지난해 2월 지인의 소개로 이 회사에 투자했다. 아이 다섯을 둔 다둥이 아빠로도 유명한 이동국은 평소 교육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황 대표는 "이동국 선수가 '경험 많은 아이들이 세상을 이끌어간다'는 우리 회사 철학에 공감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스포츠 스타와 손잡은 테크 스타트업 

1998년 프로에 데뷔한 이동국은 23년째 현역 선수로 뛰고 있다. 독일·영국 등을 거치면서 고액 연봉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프로축구 국내 선수 가운데 세 번째로 많은 연봉(10억원)을 받았다. 은퇴 이후를 준비하며 투자처를 물색하다 '아자스쿨'을 만났다고 한다. 황 대표는 "스타트업의 최대 고민은 홍보인데, 건강한 이미지의 스포츠 스타가 함께한다는 점만으로도 회사를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테크셀러스터(Tech-Celestor)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유명 스타들이 많다. 할리우드 스타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벤처 투자에 최근 스포츠 스타의 참여가 늘고 있다. 고인이 된 코비 브라이언트의 성공 사례가 영향을 미쳤다. 브라이언트는 2016년 벤처캐피탈 '브라이언트 스티벨'을 설립해 자비로 1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이후 중국 알리바바 등 테크 기업에 투자해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연봉만 400억원…고위험 벤처 투자도 문제없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스포츠 선수들이 5000만 달러 이상(약 600억원) 투자한 테크 스타트업은 10개였다. 순식물성 버거를 만드는 푸드테크 기업 '임파서블 푸드'에 테니스 선수 세리나 윌리엄스(미국) 등 스포츠 스타가 3억 달러(약 3600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뛰는 케빈 듀랜트(브루클린)는 14개 테크 스타트업에 4억8700만 달러(약 5800억원)를 투자했다. 지난해 8월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스포츠 스타와 테크 스타트업을 연결해주는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IT매체 테크크런치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한 농구선수 스테픈 커리. [로이터 =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IT매체 테크크런치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한 농구선수 스테픈 커리. [로이터 = 연합뉴스]

NBA 최고 연봉(4023만 달러·약 480억원)을 받는 스타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는 캐나다 스타트업 '스냅트레블' 등에 9700만 달러(약 1160억원)를 투자하고 있다. 이런 대규모 투자는 프로스포츠 시장이 커지면서 높아진 선수 연봉과 관련이 깊다. NBA에서 400억원 이상을 받는 선수만 10명이다. 다른 종목도 상황이 비슷하다. 고액 연봉 선수들은 자산 관리 전문가를 두고 투자처를 물색한다. 위험 부담은 크지만, 초기 투자 비용이 적은 테크 기반 스타트업 투자에 관심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에게 투자는 단비와 같다. 또 스타의 영향력을 초기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지인 믿었다 큰 손해...국내 스타가 투자 꺼리는 이유

국내 스포츠 스타들도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박찬호는 지난해부터 국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스파크랩의 벤처 파트너로 활동 중이다. "함께 스타트업 국가대표를 육성하자"는 취지로 스파크랩과 손잡았지만, 직접 투자를 한 것은 아니다. 스타트업을 이끄는 기업인들을 만나 조언을 해주거나 풍부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업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유진 스파크랩 대표는 "국내에서도 벤처 투자에 관심을 갖는 연예인이나 연예 기획사가 늘고 있지만, 스포츠 선수가 직접 투자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며 "IT와 스포츠 분야를 이어줄 연결고리가 아직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스파크랩의 파트너로 활동 중인 박찬호. [중앙포토]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스파크랩의 파트너로 활동 중인 박찬호. [중앙포토]

다만, 이동국처럼 스타트업 투자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아직 많지 않다. 익명을 요청한 한 스포츠 에이전트는 "누적 연봉 100억원이 넘는 한 프로야구 선수는 최근까지 자산관리를 부모님에게 전부 맡겼다"며 "전문지식이 없는 데다 지인에게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본 사례가 알려지면서 고위험 투자에 대한 부담이 있어,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부동산 투자를 선호하는 선수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투자에 성공한 스타를 보면 대개 투자 전문가와 함께 한다. 선수들의 네트워크와 투자 전문가들의 노하우가 만나면 충분히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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