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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약'으로 하늘에 그림 그리는 中 미술 4대천왕 차이궈창

중앙일보

입력

2019년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70주년 행사

2019년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70주년 행사

2019년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7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행사와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그중 단연 눈길을 사로잡은 건 까만 밤하늘을 수놓은 폭죽이었다. '70', '인민만세(人民万岁)'등의 글자가 하늘에서 환하게 빛났다. 이 퍼포먼스는 중국을 뛰어넘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예술가 차이궈창(蔡國强, 1957~)의 작품이다. 그는 국가대표 예술가답게 중국 국제 행사 때마다 걸작을 남겼다.

2008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세리머니

2008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세리머니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의 밤도 그가 맡았다. 차이궈창은 베이징올림픽 개·폐막식 특수예술 책임자로 폭죽으로 웃는 얼굴 2008개를 만들어내고, 중국의 상징인 용과 모란 등을 형상화한 폭죽쇼를 성황리에 마쳤다. 3분도 채 안돼 끝나는 이 세리모니를 3년 간 준비했다. 당시 폭죽쇼는 올림픽 주경기장인 냐오차오뿐 아니라 10㎞ 떨어진 톈안먼 광장에 이르기까지 베이징시내 29군데서 이뤄졌다.

중국 푸젠성 취안저우에서 서예가의 아들로 태어난 차이궈창은 자국의 4대 발명품 중 하나인 화약을 이용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상하이희극학원 무대디자인과를 졸업한 그는 화약 예술가면서 설치미술가, 화가까지 겸한다.

차이궈창(蔡國强, 1957~)

차이궈창(蔡國强, 1957~)

그는 1989년 〈인간의 주소 : 지구 바깥을 위한 프로젝트 No. 1〉로 세계 미술계에 폭발적으로 등장했다. 이 작품은 예술과 사회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탄압을 규탄하기 위한 것으로, 중국 바깥의 관객들을 대상으로 제작됐다. 차이는 순간적이고 격렬하며 변형적인, 결국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마는 화약의 속성에 매료됐다.

쉬빙(徐冰), 구원다(谷文達), 황융핑(黃永砯)과 함께 중국 현대 예술의 4대 천왕으로 꼽히는 차이궈창은, 1980년대 중국 아방가르드 미술운동인 '85미술운동'을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중국의 '85미술운동'은 일원화된 미술계에 반발해 작가 개인의 정체성과 다양성에 주목한 젊은 작가들이 엘리트주의에 반대하면서 일으킨 운동이다.

그는 하늘을 캔버스 삼고, 폭죽을 붓 삼아 예술의 경계를 허물었다. 그는 개혁개방이 시작되던 1986년 중국을 떠났다. 미국과 일본에서 활동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는 드로잉, 설치, 비디오, 퍼포먼스까지 다양한 방식을 택해 동시대 사회 문제를 입체적 방식으로 표현해냈다.

City of Flowers in the Sky

City of Flowers in the Sky

1999년, 차이궈창은 제 48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수조원(Rent Collection Courtyard)〉라는 설치 작품으로 황금사자상을 수상, 2007년에는 대규모 야외 폭발 프로젝트와 획기적인 대낮 폭죽 이벤트로 히로시마 예술상을 수상했다. 2012년 차이궈창은 예술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미엄 임페리얼(Praemium Imperiale)’을, 국제 문화 교류의 공로를 인정받아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이 최초로 수여한 미합중국 예술 훈장(United States Department of State Medal of Arts)을 받은 다섯 명의 예술가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화약을 이용하여 평화에 기여한 그의 공로를 인정한 것이었다.

중국 푸젠성 취안저우에서 펼쳐진 ‘天梯(천제, 천국의 계단)’는 그에게 각별한 의미다. 그동안 예술가의 길을 걷도록 지지해준 할머니의 100번째 생신을 기념하여 헌정한 것이다. 차이궈창은 무려 21년간 작품을 준비했다. 1994년에 처음으로 이를 구상한 뒤 실패, 2001년 다시 도전했으나 상하이에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회의)이 열리는 바람에 또 한차례 무산됐다. 2011년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하고자 했으나 주민 반대로 또 무산됐다. 이후 그는 자신의 고향인 취안저우에서 천제를 실현시키기로 결심했다. 그는 땅과 하늘을 잇는 차원을 넘어, 지구와 우주 전체를 연결하는 '천국의 사다리'를 하늘로 띄웠다.

중국 푸젠성 취안저우에서 펼쳐진 ‘天梯(천제, 천국의 계단)’

중국 푸젠성 취안저우에서 펼쳐진 ‘天梯(천제, 천국의 계단)’

그는 어릴 적, 고향에서 나쁜 일이 있든 좋은 일이 있든 항상 불꽃놀이를 벌였다. 그에게 화약이란 축제의 시작과 끝을 알림과 동시에 액운을 내쫓고 미래를 기원하는 것이었다. 그는 폭죽 퍼포먼스 외에도 화약 드로잉 시리즈로 세계의 주목 받았다. 화약 드로잉은 종이에 먹 대신 화약 폭파의 흔적을 남겨 수묵화의 느낌을 내는 기법이다.

The Ninth Wave, The Power Station of Art, Shanghai, 2014

The Ninth Wave, The Power Station of Art, Shanghai, 2014

그는 많은 관객을 대상으로 한 공공 설치 미술 분야에서도 탁월하다. '아홉번 째 물결(The Ninth Wave)'이라는 제목의 이 전시는 러시아 화가 이반 아이바조프스키(Ivan Aivazovsky)의 1850년대 동명의 작품(아홉 번째 파도, The Ninth Wave)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으로, 인간의 이기심과 문명의 발달로 야기된 환경오염으로 인해 고통받는 동물들의 모습을 표현했다.

그는 가히 중국을 대표하는 예술가라 할 수 있다. 중국에서 화약이 갖는 문화적 코드를 혁신적인 기법으로 발현해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에 사람들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능력 또한 탁월하다. 앞으로 그가 예술을 통해 펼칠 '선한 영향력'이 더욱 기대된다.

차이나랩 임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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