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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경찰, 지자체별 담당자 둔다…4.15 총선 뒤부터라지만

중앙일보

입력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오후 중국 우한에서 귀국하는 교민의 임시 거주시설인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 인근에서 주민들에게 항의받고 있다. [뉴시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오후 중국 우한에서 귀국하는 교민의 임시 거주시설인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 인근에서 주민들에게 항의받고 있다. [뉴시스]

경찰청 정보국의 한 부서가 ‘지역 담당제’를 추진해 논란이다. 지역 담당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우한 폐렴) 사태와 같은 지역 갈등 요인이 발생했을 때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옹호론자들의 주장이다. 반대로 '지역 인사들에 대한 사찰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맞서고 있다.

7일 경찰청에 따르면 정보국은 한 부서에 광역지방자치단체별 정보 수집 담당자를 둘 예정이다. 정보국이 내세운 명분은 신종코로나 확산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에 격리·수용 예정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정보관을 지방에 보냈는데, 누가 가야할 지 혼선이 빚어졌다”며 “이 때문에 미리 지역 담당자를 정해놓으려는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역 담당제를 도입하게 되면 4·15 총선 이후에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정치적 논란을 차단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해당 부서는 현재도 외근을 통한 현장 정보 수집을 하고 있어서, 당장이라도 선거와 관련한 지역 동향 정보 파악에 나설 수 있다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 [연합뉴스]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 [연합뉴스]

경찰 정보관들은 SRI(Special Required Information)로 불리는 특별요구첩보를 다룬다. 청와대 등에서 요구하는 특별 보고거리다, 일명 '정책정보'다.

현행 경찰법에 따르면 정보경찰은 정책정보를 다룰 수 있다. 하지만 정책정보의 범위가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보니 '정치 성격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통로가 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경찰은 지난해 1월 ‘정보 경찰 활동규칙’을 만들어 수집 가능한 정보의 범위를 세분화 했다. 규칙에 따르면 정보경찰은 ▶범죄정보 ▶국민안전과 국가안보를 저해하는 위험요인에 관한 정보 ▶국가 중요시설 또는 주요 인사의 안전 및 보호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총선 앞둔 선관위 모의개표 모습. [연합뉴스]

총선 앞둔 선관위 모의개표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이 규칙도 해석 범위가 넓고 정보관들에 대한 보고 실적이 최근 강조되는 분위기여서, 지역담당제에 대한 경찰 내부의 우려는 남아있다. 예를 들어 특정 지자체장의 동향과 정치적 성격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면서, 이를 '주요 인사의 안전 및 보호를 위한 정보'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보관에게 '1일 1건'과 같은 식으로 보고 건수를 업무평가에 강하게 반영하는 부서에선 이런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현직 정보관들은 “불순한 의도로 시작하진 않는다 해도 시스템만 갖춰지면 후임자가 얼마든지 악용할 수 있지 않냐”며 “국정 후반기엔 경찰정보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분위기가 되는데, 그땐 정보수집이 더욱 강화될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정치 관여 목적의 정보수집 활동을 일체 금지하고 있다”며 “지역담당제가 도입되더라도 정치 관여 행위는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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