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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서 하차하고 청취율은 죽쑤고…초라해진 '친문' 방송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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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이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벙커1교회에서 열린 평화나무 공명선거감시단 발대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이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벙커1교회에서 열린 평화나무 공명선거감시단 발대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방송 하차, 청취율 하락, 구설수 침묵… 한 때 방송가에서 막강한 위력을 과시했던 ‘나꼼수(나는 꼼수다)’ 멤버를 비롯한 친문 방송인들의 위세가 예전 같지 않다.

KBS 시사교양프로그램 ‘거리의 만찬’의 새 MC로 낙점됐던 방송인 김용민이 6일 하차를 결정했다. 과거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에 대한 성폭력적 발언이 불거지면서 ‘성인지 감수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여기에 전 MC였던 가수 양희은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거리의 만찬’ 우리 여자 셋은 MC 자리에서 잘렸다”고 밝히면서 들끓는 여론에 기름을 부은 셈이 됐다. 부담을 이기지 못한 김용민은 마이크 한 번 잡아보지 못하고 내려왔다. KBS 내부에서도 “만시지탄”이라는 쓴소리가 나왔다. KBS 시청자위원회의 한 위원은 “특히 총선이 다가오는 만큼 정치적인 균형성까지 고려해 사전 검증 장치가 작동할 수 있도록 이 부분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거리의 만찬'에서 강제 하차됐음을 알린 가수 양희은의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 캡쳐]

'거리의 만찬'에서 강제 하차됐음을 알린 가수 양희은의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 캡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김용민ㆍ주진우ㆍ김어준 등 과거 팟캐스트 ‘나꼼수’를 진행했던 멤버들은 방송계에서 섭외 1순위로 떠올랐다. 특히 지상파 3사는 이들을 시사교양프로그램의 진행자로 내세우는 데 앞장섰다.
그런 가운데 김용민은 SBS 러브FM ‘김용민의 뉴스브리핑’과 ‘SBS 정치쇼’, KBS1 라디오 ‘김용민 라이브’ 진행을 잇달아 꿰찼다. 주진우는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와 ‘판결의 온도’를, 김어준은 SBS에서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의 진행을 맡았다. 방송가에서는 친정부적 행보에 대한 보상이 아니냐는 뒷말도 나왔다.

MBC '스트레이트' [중앙포토]

MBC '스트레이트' [중앙포토]

방송 내용을 둘러싼 잡음도 적지 않았다. 특히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정봉주 전 의원 성폭력을 둘러싼 미투 문제가 불거졌을 때 정 전 의원에게 편향된 내용을 방송했다는 문제가 지적되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관계자 징계’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방송사 재승인 때 반영될 방송평가에 상당한 벌점을 가하는 중징계다. 당시 심의위원들은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의 보도 때문에 피해자가 거짓말쟁이처럼 낙인찍혔고, 피해자의 방어권을 보장하지 않아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방송은 7개월 만에 폐지됐다.

그가 진행하는 교통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도 청취율이 최근 하락했다. 5일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2020년 1분기 서울 수도권 라디오 청취율 조사에서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11.9%의 청취율을 기록해 직전 조사(2019년 4분기)보다 2.6%포인트가 하락했다. 이에 대해 미디어오늘은 “진행과 콘텐트 전반에서 초창기보다 균형감이 많이 떨어진다. 방송 자체도 논란이 많고 소재 빈곤도 느껴진다”는 업계 전문가의 지적을 전했다.

주진우도 지난해 12월 MBC ‘스트레이트’에서 하차했다. MBC 측은 ‘계약만료’라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김용민은 당시 트위터에 “최승호(MBC) 사장님, 계약 만료요?ㅋㅋㅋ”라고 적은 뒤 “주진우 기자가 ‘스트레이트’에서 하차당했다”고 썼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홈페이지 메인화면. [홈페이지 캡처]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홈페이지 메인화면. [홈페이지 캡처]

최근 ‘친문 저격수’로 주목받고 있는 진중권 동양대 전 교수의 맹공도 이들의 입지를 과거보다 위축시키고 있다. 그는 지난달 23일 한국일보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나꼼수 멤버 김어준은 SBS의 ‘블랙하우스’와 TBS의 ‘뉴스공장’, 주진우는 MBC의 ‘스트레이트’, 김용민은 SBS ‘뉴스브리핑’과 KBS의 ‘김용민 라이브’의 진행을 맡았다”며 “이들이 이렇게 레거시 매체까지 장악하는 데에는 물론 정권교체라는 정치적 배경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객관성을 잃은 편파적 진행, 왜곡에 가까운 당파적 보도의 적절성을 묻는 질문에 김용민은 그것은 ‘시청률로 판단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대안매체는 레거시 매체를 흉내 낸 짝퉁이었으나, 그 짝퉁이 어느새 원본의 자리를 가로채고 외려 원본을 짝퉁이라 배척하는 셈”이라고 비난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왼쪽)가 2일 김어준·공지영씨 포함 문재인 정부 일부 극렬 지지자들을 향해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중앙포토·페이스북 전체 공유 글 캡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왼쪽)가 2일 김어준·공지영씨 포함 문재인 정부 일부 극렬 지지자들을 향해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중앙포토·페이스북 전체 공유 글 캡처]

지난달 30일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MBC PD수첩을 비판하면서 “아, 주진우의 스트레이트. 그것도 아주 문제가 많아 보입니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들은 진 전 교수의 이같은 공격에 마땅한 반박을 내놓지 못한 채 침묵을 지키고 있다.

방송가의 한 관계자는 “과거 온갖 논란에도 문 대통령 지지층의 강력한 지지를 바탕으로 돌파했던 이들이 하나둘 방송에서 하차하고, 김용민의 경우엔 여론의 압박에 녹화조차 못 한 것을 보니 ‘권불삼년 화무십일홍(權不三年 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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