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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증상 입국 우한 유커, 2주뒤 확진···30명 행방 아직 모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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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환자들이 격리된 광주광역시 21세기병원 3층에서 한 환자가 필요한 생필품을 종이에 적어 창 너머로 내보이고 있다. 이들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

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환자들이 격리된 광주광역시 21세기병원 3층에서 한 환자가 필요한 생필품을 종이에 적어 창 너머로 내보이고 있다. 이들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확진자가 하루 새 4명 더 확인됐다. 확진자는 23명으로 늘었다. 우한 봉쇄 직전 입국한 중국인 유커(游客·여행객) 1명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데다 국내 확진자에게서 감염된 2차·3차 감염자가 잇따라 나와 방역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중구 머물다 서대문 숙소로 옮겨 #전수조사 때 놓쳤다 경찰이 찾아 #“우한 입국 30명 연락 안돼 추적중” #확진자 하루새 4명 늘어 총 23명

6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국내 23번째 확진자는 57세 중국인 여성이다. 그는 지난달 23일 우한발 비행기를 타고 입국한 중국인 단체관광객 8명 중 한 명이다.

그는 입국 당시 무증상 상태여서 공항 검역에선 걸러지지 않았다. 증상이 나타나 자진 신고한 것이 아니라 정부가 지자체와 경찰을 동원해 진행 중인 우한 입국자 1605명에 대한 전수조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입국 후 2주가 지난 시점에 확진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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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입국 초기에는 서울 중구에 있는 호텔에 머물다가 숙소를 서대문구로 옮기면서 연락이 두절됐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23번 환자는) 우한 공항이 폐쇄되면서 귀국을 못하는 경우가 좀 있는데 그런 경우로 생각된다. 단체관광을 왔는데 처음에는 예약하고 온 호텔에 있다가 퇴실했다. 우리가 (전수조사 때) 그 호텔에 갔더니 이미 다른 숙소로 옮긴 상태였다. 자체 추적이 어려워 경찰의 협조로 찾아서 보건소가 (증상 여부를) 관리하다가 발견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23번 환자와 함께 들어온 7명 중 5명은 음성으로 확인됐고, 2명은 검사 중이다. 문제는 전수조사 대상 중 아직 연락이 닿지 않는 이들이 있다는 점이다. 무증상 상태로 공항 검역소를 통과한 이들 가운데 감염자가 있다면 지역사회 전파 우려가 커진다. 정 본부장은 “우한 입국자 중 현재 연락이 안 되는 외국인이 29명, 한국인이 1명이다. 경찰청이 협조해 지속적으로 소재지를 파악하고 지자체가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확진 판정을 받은 한국인 환자 3명은 모두 국내에서 환자들과 접촉한 뒤 감염됐다. 20번 환자(41)는 15번 환자(43)의 처제다. 15번 환자는 우한시의 쇼핑몰 ‘더플레이스’(국제패션센터 한국관)에서 매장을 운영했다. 신종 코로나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곳이다. 그는 지난달 20일 입국했고, 이달 2일 감염 사실을 확인했다. 15·20번 환자는 경기도 수원시의 한 다세대주택 다른 세대에 각각 살고 있다. 15번 환자가 귀국한 뒤 식사를 같이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번 환자는 형부가 의심환자로 분류된 지난달 31일부터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20번 환자가 다니는 서울 영등포구의 GS홈쇼핑 본사는 이날부터 3일간 사업장폐쇄에 들어갔다.

이날 국내 네 번째 3차 감염자도 확인됐다. 21번 환자(59)는 6번 환자(55)와 같은 서울 명륜교회 여성 신자다. 6번 환자는 우한에 다녀온 친구 3번 환자(54)와 서울 강남 한일관에서 식사를 했다가 감염됐는데, 그가 다시 21번 환자를 감염시킨 것이다.

3번 환자와 식사 뒤 교회에 간 6번 … 3차 감염된 21번은 그곳 신도 

6번 환자는 지난달 26일 증상이 처음 나타났는데 이날 교회에서 새벽·오전 예배를 드리고 교회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한 뒤 오후 예배까지 드렸다. 하루 종일 밀폐된 실내에서 여러 사람과 시간을 보낸 만큼 교회 신자들 가운데 감염자가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 교회 측은 9일까지 모든 예배를 온라인 예배로 대체했다.

22번 환자(46)는 전남 첫 확진자다. 태국 방콕·파타야로 가족여행을 다녀온 뒤 감염된 16번 환자의 오빠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16번 환자와 지난달 25일 같이 점심을 먹으면서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22번 환자는 16번 환자의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 격리 중에 확진됐다. 현재는 증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나주보건소에 따르면 16번 환자가 남편·자녀 셋과 설날을 맞아 전남 나주의 오빠 집을 찾았고, 오빠인 22번 환자와 부인 등이 함께 식사를 했다.

22번 환자가 근무하는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광주우편집중국은 5일 문을 닫았다. 직장 내 접촉자가 200~3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5일 확진 판정을 받은 19번 환자(36)가 거주하는 서울 송파구의 가락초·해누리초·가원초는 이날 임시 휴업했다.

이에스더·황수연·정종훈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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