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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번 환자 다닌 GS홈쇼핑 사업장폐쇄, 3일간 재방송만 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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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GS홈쇼핑 본사 사업장 폐쇄가 결정된 6일 오후 GS홈쇼핑 관계자가 본사 현관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GS홈쇼핑 본사 사업장 폐쇄가 결정된 6일 오후 GS홈쇼핑 관계자가 본사 현관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초유의 사업장 폐쇄와 홈쇼핑 재방송 사태를 불러왔다. GS홈쇼핑은 6일 “서울 본사 직원이 지난 5일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GS홈쇼핑 본사 사업장 폐쇄를 결정했다. 6일 오후 1시~ 8일 오후 6시 3일간이다. 이 기간 홈쇼핑 방송은 모두 기존에 녹화해 둔 재방송으로만 진행한다.

영등포 본사에 직원 1000명 근무 

주문 배송은 계속, 130억 손실 예상 #물류 배송센터 경기 이천에 있어 #“택배 상품 통한 전염 가능성 작아” #20번, 우한서 온 가족 15번과 식사

GS홈쇼핑은 사업장 폐쇄에 따라 이날부터 사내 어린이집 휴원을 결정하고 등원한 어린이를 귀원 조치했다. 직원들도 모두 오후 1시부터 집으로 돌려보냈다. 두 개의 건물로 나뉘어 있는 GS홈쇼핑 본사에는 직원 약 1000명이 근무하고 있다. 정부가 행정명령 등을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홈쇼핑을 운영하는 기업이 스스로 생방송 대신 재방송을 결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연매출(4조3514억원·상품 취급액 기준)을 적용하면 3일간의 평균 상품 취급액은 약 360억원이다. 재방송 편성으로 이 중 30% 정도가 줄어든다고 가정하면, GS홈쇼핑은 이번 조치로 약 130억원의 판매 손실을 감수하는 셈이다.

20번 감염자(41)는 본사 방송전략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43세 남성인 15번 감염자가 20번 감염자의 형부다. 15번 감염자는 중국 우한시의 국제패션센터 한국관(더플레이스) 4층에서 매장을 운영했다. 20번 환자는 지난달 20일 중국 우한시를 방문한 뒤 4번 확진자(55)와 같은 비행편으로 입국했다. 또 15번 확진자의 배우자가 AK플라자 수원점 2층 패션 브랜드(파인드카푸어)에서 근무한 협력사원이다.

20번 감염자가 근무한 방송전략팀은 상품 제조나 물류 배송과 무관한 부서다. 또 GS홈쇼핑 배송센터는 경기도 이천시에 있다. 따라서 문래동 본사 사업장 폐쇄 기간에도 소비자가 주문한 제품에 대한 배송은 차질 없이 이뤄진다.

“반품 요청 고객 문의는 계속 응답” 

본사에서 관계자들이 사옥 폐쇄 안내문을 붙이고 있는 모습. [뉴스1]

본사에서 관계자들이 사옥 폐쇄 안내문을 붙이고 있는 모습. [뉴스1]

GS홈쇼핑은 이와 함께 “소비자가 홈쇼핑을 보고 주문한 제품을 20번 감염자가 접촉했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며 “반품을 요청하는 고객 문의가 있을 경우 이에 대해서 충분히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택배를 통한 감염 우려는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감염자의 비말(침방울)이 호흡기나 점막을 통해 들어가야 감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일 발표한 신종 코로나 유행 일일 보고서도 “코로나바이러스는 서한·소포 등 물체 표면에서 오래 생존하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5번 감염자와 20번 감염자는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의 한 다세대주택의 다른 호수에 거주 중이다. 15번 감염자는 우한시에서 귀국한 이후 처제인 20번 환자와 식사 자리에 동석한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15번 환자는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15번 환자는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역학조사관의 집중 모니터링을 받다가 지난 1일 발열(37.5도 이상)과 호흡기 증상(기침·인후통)으로 2일 새벽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됐다.

이와 같은 사실을 알게 된 20번 환자는 GS홈쇼핑에 바로 신고했다. GS홈쇼핑에 따르면 GS홈쇼핑이 이런 사실을 인지한 건 지난달 31일이다. 20번 확진자는 ‘15번 확진자인 가족이 우한에 다녀왔고, 역학조사관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연락했다. GS홈쇼핑은 이날부터 20번 확진자에게 재택근무를 명령했다.

2일 이후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이 20번 확진자를 비롯한 일가친척 7명을 대상으로 검체 조사를 시행한 결과에서 20번 확진자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GS홈쇼핑은 잠복기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20번 확진자에게 계속 재택근무를 통보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 행동수칙을 배포하고 전체 직원회의와 단체 행사를 일제히 취소했다. 또 15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2일 저녁 사내 공지사항으로 해당 사실을 전파하고, 20번 확진자와 함께 근무하는 8명의 방송전략팀원 전원을 3일부터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집중 모니터링 기간에 20번 확진자가 열이 나고 기침을 하자 장안구 보건소 선별진료소는 2차 검사를 시행했고, 지난 5일 양성 판정을 받았다.

GS홈쇼핑은 “이미 재택근무에 돌입한 방송전략팀원을 대상으로 수시로 기침·발열 여부를 확인하고 있지만 6일 현재 아직 유증상자는 없다”며 “철저하게 건물을 소독·방역하고 추가 상황을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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