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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검찰 간부가 인사청탁을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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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송광수 검찰총장이 최근 검찰 간부들에게 외부에 인사청탁을 하지 말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져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그는 "내 임기가 끝난다고 해서 여기저기에 다음 인사를 청탁하고 다니는 검사에 대해선 용심(남을 시기하는 심술궂은 마음)을 부려서라도 옷을 벗기겠다"고 경고했다고 한다.

다음달 초로 예정된 후임 총장의 취임과 이어 단행될 고위 간부들 인사를 앞두고 검찰 주변에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무성하다. 특히 "A검사장은 고교 선배인 여당의 모씨를 통해 인사운동을 하고 있다"거나 "B검사장이 고향 후배인 청와대 모씨에게 줄을 대고 있다"는 등 학연.지연 등에 얽힌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최근 몇몇 언론사엔 한 간부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그가 정치권에 줄대기하고 있다는 정황 등이 담긴 편지가 배달되기도 했다.

우리는 이런 소문이 어느 정도 사실에 부합하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이를 단순한 소문으로만 돌려버릴 수 없다. 일부는 그 내용이 구체적인 데다 등장인물의 친분 관계 등도 사실에 가깝기 때문이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검찰은 몇 년 전까지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정치 검사'가 되살아나는 위험에 직면한 것이다. 오죽하면 검찰총장이 나서 경고까지 했겠는가.

정부 조직이든, 사기업이든 구성원의 능력보다 외부의 입김에 의해 인사가 좌우된다면 그 조직엔 미래가 없다. 검찰은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생명인 준사법기관이다. 그런데도 검찰 간부들이 정치인을 상대로 자신의 인사 운동을 한다면 스스로를 정치권에 예속시키는 처사다. 최근 2년간 검찰은 대선자금 수사 등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정치검사가 되살아난다면 모처럼 쌓은 신뢰는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려면 제도적 장치 못지않게 구성원 개인의 자세와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검찰권 독립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 스스로 지켜나가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