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하고 영한’ 기생충 조여정의 주얼리 스타일링

중앙일보

입력 2020.02.06 11:00

업데이트 2020.02.07 18:47

[더,오래] 민은미의 내가 몰랐던 주얼리(35)

이름은 아름다운 연꽃(蓮)을 떠오르게 하는 ‘연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속 주인공 연교(조여정 분)는 IT기업 사장을 남편으로 둔 미모의 부잣집 사모님이다. 순진해서 남을 잘 믿지만 본인은 스스로 철저하다고 생각하는, 예상외의 허점을 가진 인물이다.

영화 ‘기생충’은 IT기업 CEO인 부자 박사장 가족과 가난한 김기택 가족이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빈부의 격차를 실감 나게 보여준다. 바로 연교를 통해서다. 하지만 연교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자녀 교육에 열성적이고 어린 아들을 위해 성대한 가든파티를 집에서 여는 허세쩌는 모습부터 실크 드레스를 입었지만 소파에서 자고 짜파구리를 먹는 모습까지. 조여정이 연기한 젊은 부잣집 사모님의 캐릭터는 누가 봐도 현실적이라고 느끼지 않았을까. 연교는 한마디로 ‘심플’한 사람이다.

'기생충' 속 조여정은 심플한 부잣집 사모님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해 헤어스타일, 패션, 가방, 작은 액세서리 하나까지 빈틈없이 신경을 썼다. 주얼리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사진 영화 '기생충' 포스터]

'기생충' 속 조여정은 심플한 부잣집 사모님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해 헤어스타일, 패션, 가방, 작은 액세서리 하나까지 빈틈없이 신경을 썼다. 주얼리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사진 영화 '기생충' 포스터]

“봉준호 감독님이 그냥 심플한 캐릭터라고 연교 역을 제안하셨어요. 원래 감독님 스타일이 배우에게 캐릭터에 대해 많은 걸 이야기하지 않으세요. 연교는 부잣집 사모님이지만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만날 수 있는 사람이에요.”

조여정이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사실 심플한 부잣집 사모님 연기를 실감 나게 만든 것은 물론 그녀의 외모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심플한 부잣집 사모님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해 섬세하게 신경 쓴 부분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헤어스타일, 패션, 가방, 그리고 작은 액세서리 하나까지 빈틈이 없었다. 주얼리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생일파티 장면을 제외하고 주얼리는 단 4개가 등장한다. 4개의 주얼리를 의상에 따라 매번 달라 보이게 감각적인 스타일링을 연출하면서 효과를 극대화했다. 연교(이하 조여정)의 4개 주얼리는 목걸이, 귀걸이, 팔찌, 반지다.

심플하면서도 우아한 스타일링. 귀걸이는 귀에 딱 붙는 스터드로, 다이아몬드가 세팅되어 얼굴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사진 ㈜위드와이컴퍼니 트라비체]

심플하면서도 우아한 스타일링. 귀걸이는 귀에 딱 붙는 스터드로, 다이아몬드가 세팅되어 얼굴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사진 ㈜위드와이컴퍼니 트라비체]

목걸이와 귀걸이
연교의 주얼리 스타일링은 ‘심플하고 영하다’고 할 수 있다. 목걸이와 귀걸이는 동일한 컬렉션으로, 목걸이는 얇은 체인의 중앙에 0.5캐럿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클래식한 디자인이다. 화려하진 않아도 군더더기 없는 스타일이다. 조여정의 성격이 심플한 것처럼 귀걸이, 목걸이까지 심플한 것이었다.

조여정은 의상에 따라 목걸이를 하지 않을 때도 있었는데, 때에 따라 목걸이를 생략함으로써 오히려 더 완성도 있는 심플하면서도 우아한 스타일링을 연출해냈다. 귀걸이는 스터드(귀에 딱 붙는 형태)로, 달랑거리거나 움직임은 없지만 0.5캐럿의 다이아몬드가 세팅되어 조여정의 얼굴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해냈다.

여리여리하면서도 심플한 팔찌로 고급스러움과 우아함을 더할 수 있다. [사진 ㈜위드와이컴퍼니 트라비체]

여리여리하면서도 심플한 팔찌로 고급스러움과 우아함을 더할 수 있다. [사진 ㈜위드와이컴퍼니 트라비체]

팔찌

조여정이 돈을 세는 장면, 차에서 발견된 속옷을 집는 장면 등에서 손이 클로즈업된 적이 있다. 그때 여리여리하면서도 반짝이는 움직임이 있는 팔찌를 발견할 수 있었다. 팔찌는 화이트 골드 소재의 얇은 체인에 중간엔 멜리(작은 크기)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핑크 골드 소재의 일자형 바가 장식되어 있다. 거기에 0.5캐럿 다이아몬드가 매달려 있다.

디자인은 역시 심플했다. 하지만 심플한 팔찌로 인해 조여정의 손은 고급스러움과 우아함을 더할 수 있었다. 다이아몬드 장식의 반짝임과 잠금 부분에 매달린 장식으로 인해 손을 움직일 때마다 부잣집 사모님 손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한 느낌을 줬다.

요즘은 다이아몬드의 크기보다는, 매일 착용하기 좋은 실용적인 결혼반지를 많이 선택한다. [사진 안나로니 홈페이지]

요즘은 다이아몬드의 크기보다는, 매일 착용하기 좋은 실용적인 결혼반지를 많이 선택한다. [사진 안나로니 홈페이지]

결혼반지

젊은 부자인 이선균과 조여정은 영화 내내 결혼반지를 착용하고 등장한다. 기성세대의 부유층은 결혼반지를 고를 때 1캐럿대 이상의 큼직한 다이아몬드로 혼수를 마련하고, 결혼 후에는 반지를 착용하기보다는 금고에 보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요즘 세대는 다이아몬드의 크기보다는, 매일 착용하기 좋은 실용·실리적인 결혼반지를 선택하고 있다. 그게 추세다. 이를 대변하듯 이들 부부는 심플한 디자인의 커플링을 끼고 있었다.

조여정의 반지는 핑크골드 소재로 일반적인 커플링보다는 두께감이 있어 패션 주얼리의 역할까지 해냈다. 영화에서 팔찌와 함께 그녀의 손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4개의 주얼리는 해외 명품 브랜드가 아닌 모두가 우리의 K-주얼리였다. 최세연 의상감독은 협찬이나 기성품을 사용하지 않고, 캐릭터에 맞도록 주얼리를 맞춤제작했다. 주얼리 디자이너들은 의상감독의 요구에 맞춰 디자인했고, 디자이너들은 사실적인 연출에 도움이 되고자 모조품이 아닌 실제 다이아몬드를 주얼리에 사용했다.

제72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기생충’은 오는 2월 9일 열릴 아카데미 시상식에도 감독상, 작품상 등 6개 부문 후보로 올라 있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영화 ‘기생충’의 수상을 간절히 바란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K-주얼리에도 세계인의 관심과 이목이 쏠릴 테니.

주얼리 마켓 리서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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