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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대사 “브렉시트, 한국엔 새 기회…손흥민도 계속 잘 뛸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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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사이먼 스미스 주한 영국대사가 4일 서울 중구 영국대사관저에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방안 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사이먼 스미스 주한 영국대사가 4일 서울 중구 영국대사관저에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방안 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영국과 유럽연합(EU)의 ‘이혼’에 비견되는 브렉시트(Brexit)와 관련, 사이먼 스미스 주한 영국대사는 4일 “한국 국민과 기업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먼 대사는 이날 서울 중구 영국대사관 관저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곡절은 많았지만, 브렉시트는 이제 엄연한 현실”이라며 “독립 주권국인 영국과 한국의 관계는 앞으로 더 긴밀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이먼 스미스 주한 영국대사 #“이혼한 EU와는 무역협상 어렵지만 #한국과는 FTA 타결, 바뀔 게 없어 #중국 주도 RCEP엔 참여계획 없다”

브렉시트 네 글자가 등장한 것은 2016년. 브렉시트는 당시 국민투표에서 찬성 52% 대 반대 48%라는 근소한 차이로 통과했다. 이어 유럽의회가 지난달 31일 브렉시트를 비준하면서 서류상 절차는 일단락됐다. 길면 올해 연말까지는 전환기로, 영국은 EU의 회원국 지위는 유지하며 무역 등 각종 협상을 마무리 짓는다. 이혼 합의서를 쓰는 것이다. 만약 EU와 영국의 협상이 순조롭지 않을 경우 ‘노 딜(no deal)’, 즉 합의 없는 브렉시트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노 딜의 경우, 영국과 EU 회원국 간의 수입과 수출 및 인적 교류엔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사이먼 대사는 그러나 한국과 영국 사이에선 이런 우려는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양국이 ‘노 딜’을 우려해 양자 자유무역협정(FTA)를 원칙적으로 타결했기 때문이다. 스미스 대사는 영국의 대표적 아시아 전문가로, 동북아ㆍ태평양국 심의관을 지냈고, 방북 경험도 있다. 핵정책팀장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영국 대표도 맡았던 정통 외교관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지난해 10월 유럽연합(EU) 회의에서 발언하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브렉시트에 강한 의지를 표명하며 총리직에 오른 그는 지난해 12월 치른 선거에서 압승하며 승기를 쥐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유럽연합(EU) 회의에서 발언하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브렉시트에 강한 의지를 표명하며 총리직에 오른 그는 지난해 12월 치른 선거에서 압승하며 승기를 쥐었다. [로이터=연합뉴스]

드디어 브렉시트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었지만, 앞으로도 과제는 많이 남아있다. 영국 내부의 분열 완화 역시 과제일 텐데.  
2016년 이후 브렉시트가 영국을 분열시켰다는 건 부인 못 한다. 그러나 이제 브렉시트는 엄연한 현실이 됐다.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이제는 분열을 극복할 때라는 공감대가 영국 내에선 확실히 생기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브렉시트 찬성론자인 보리스 존슨 총리가) 승리한 이후 기류가 확 바뀌었다. 브렉시트에 반대했던 이들도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고 수긍하는 분위기다. 영국은 지난 47년간 EU의 회원국이었지만 이젠 새로운 첫발을 내디뎠고, 이는 흥분되는 일이다.
브렉시트가 한ㆍ영 관계에 미칠 영향을 짚어달라.  
한국과 영국 사이에서 바뀔 것은 절대로, 아무것도 없다. 이 점을 꼭 강조하고 싶다. (영국 토트넘 홋스퍼 팀에서 뛰는) 손흥민 선수는 여전히 계속 활약할 것이고, 한국 국민은 영국 제품을 사는 데 있어서 아무런 제약이 없을 것이다. 지난해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와 잘 협조해서 타결할 수 있었던 FTA 덕분이다. 이 기회에 한국 정부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단 한국 기업이 유럽에서 생산한 제품을 영국에서 판매하는 것은 아직 제약이 있을 수 있지만, 이 역시 잘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과 영국은 앞으로 더 좋은 일만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혼은 쉽지 않다. 벌써 영국과 EU 간 마찰음이 나온다. 존슨 총리는 3일 “EU 규정을 영국이 지켜야 할 의무는 전혀 없다”고 말했지만 EU 측은 “EU에 들어오는 모든 영국 상품은 당연히 EU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맞붙었다.  
모든 무역협정 협상은 다 어렵다. 이런 현상 자체가 영국과 EU가 서로에게 얼마나 중요한 파트너인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EU조차도 협상이 실패해서 최악의 (노 딜) 시나리오로 가는 건 원치 않는다. 서로 간의 무역 장벽을 철폐하고, 자국을 보호는 하되 보호주의엔 빠지지 않는 방향으로 잘 타결되리라 믿는다.
영국이 EU를 떠났듯 스코틀랜드도 영국을 떠나겠다는 움직임을 가시화했는데.  
옵션이 전혀 아니라고만 말씀드리겠다.
스코틀랜드 독립 지지자들이 "영국인으로 태어나긴 했지만 스코틀랜드인으로 살고 싶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고 시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스코틀랜드 독립 지지자들이 "영국인으로 태어나긴 했지만 스코틀랜드인으로 살고 싶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고 시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브렉시트와는 무관하지만 최근 영국 정부가 5G 통신망 구축에서 중국 화웨이와 손을 잡기로 한 것이 논란을 낳고 있다. 미국이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결정을 한 배경은.  
화웨이 장비를 일부 허용하겠다고 한 것은 하룻밤에 갑자기 내린 결정이 아님을 강조하고 싶다. 관련 전문가들의 꼼꼼한 검토를 거쳤다. 그 결과, 안보는 지키면서 미래에 적합한 통신망을 확보하는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IT에 있어서 중국과 손을 잡았는데, 무역에 있어선 어떤가. 중국이 주도하는 지역무역협정(RCEP)에도 관심이 있는 건지.  
현재로썬 RCEP에 참여할 계획 없다. 물론 중국과 협력하는 것에 있어서 지속적 관심은 갖고 있고 향후 RCEP의 활동도 지켜볼 생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 영국 정부의 대응책 우선순위는 뭔가.  
(발원지인 중국) 우한(武漢)의 영국 국민은 모두 귀국시켰고 건강 상태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 다행히 영국 내 확진자 수는 타국과 비교해 아직은 많지 않다. 그러나 추가 확산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손흥민 선수가 마른기침을 한 것을 두고 현지에선 바이러스와 연관시키는 반응을 보였는데.  
(손 선수가 뛰는 토트넘의 적수인) 아스널팀 소속 팬들이 한 일이 아닐까 싶지만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어떤 경우라도 신종 코로나와 관련해 특정 지역이나 특정 민족에 대해 차별을 하면 안 된다. 영국 정부는 이런 점을 우선순위로 놓고 접근하고 있다.

전수진ㆍ김다영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영상=공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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