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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청와대 울산 선거개입, 왜 무리수 쓰며 감추려 하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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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막무가내식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대규모 인사 및 조직 개편을 통한 사실상 수사 방해, 기소 대상 축소 지시에 이어 이번에는 공소장 공개까지 거부하고 있다. 참여정부 때인 2005년 5월부터 국회법에 따라 국회에 공소사실을 공개해 오던 법무행정을 느닷없이 ‘잘못된 관행’ ‘국민의 기본권 침해’라고 평가절하했다. 국회 법사위를 통한 공소사실 공개는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다. 그 때문에 국회를 통한 법무·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에 추 장관이 저항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추 법무장관 공소장 비공개 위법 논란 #‘국회 통한 민주적 통제에 저항’ 지적도 #국민주권의 침해는 권력자 탄핵 사유

판사 출신의 추 장관이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무엇인가. 불법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자료를 공개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있는 것일까. 국민들은 추 장관의 결정 배경에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갖고 있다.

“청와대의 지시 없이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추미애는 인형에 불과하고, 복화술사는 최강욱(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이광철(청와대 민정비서관)”이라는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추 장관의 비공개 방침에도 불구하고 언론을 통해 드러난 백원우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 13명의 공소장 내용은 당시 청와대 간부들이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어떻게 훼손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문재인 대통령의 오랜 벗인 송철호 울산시장은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을 짠 뒤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을 만나 ‘선거용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 당시 청장은 검찰에서 영장이 기각되자 청와대 상황실과 민정비서관실에 도움을 요청하고, 조국 당시 수석도 보고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무비서관은 반부패비서관에게 검찰에 압박을 넣어줄 것을 요구하고, 민주당 경선 후보에게는 공기업 사장 등의 자리를 제의했다.

이러고도 민주정부라고 자임할 수 있을까. 최근 한국법제연구원이 발표한 국민의 법의식 조사연구를 보면 설문에 응한 사람 중 64%가 “우리나라의 법은 힘있는 사람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조국 사태 이후 정권이 제식구 감싸기로 일관하면서 법치주의에 대한 위기를 키운 셈이다.

이 정부가 울산 사건 수사를 끊임없이 가로막는 이유는 총선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 정권의 존립마저 위협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추 장관과 청와대 참모들의 비이성적인 검찰 수사 방해는 검찰 개혁보다는 정권 개혁에 더 힘을 실어줄 뿐이다. 진정한 검찰 개혁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와 견제라는 대통령의 발언이 한낱 구두선(口頭禪)이 아니었음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더불어 국민주권 침해는 권력자에 대한 명백한 탄핵 사유라는 점을 각성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