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우쭈쭈'했던 펠로시, 그 면전서 연설원고 북북 찢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0.02.05 15:21

업데이트 2020.02.05 15:30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 조롱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하원에서 진행한 연두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에서다. 트럼프 대통령 연설 직후에 그 원고를 북북 찢어버린 게 대표적이었다.

하원의장은 관례상 미국 국민의 대표 자격으로 대통령 바로 뒤에 착석해 국정연설을 듣는다. 카메라를 의식해 일부러 한 일종의 퍼포먼스다. 펠로시가 원고를 찢는 모습은 미국 전역뿐 아니라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미국 경제에 대한 자화자찬성 발언과 자신의 이민정책을 옹호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쏟은 데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한 것이다. 펠로시는 지난해 2월 트럼프의 국정연설에선 트럼프에게 어린아이를 어르고 달래듯 ‘우쭈쭈’하는 표정으로 박수를 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날은 박수조차 치지 않았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4일 국정연설 뒤에도 화가 가라앉지 않았는지 공화당 의원들과 언쟁을 벌였다. [AP=연합뉴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4일 국정연설 뒤에도 화가 가라앉지 않았는지 공화당 의원들과 언쟁을 벌였다. [AP=연합뉴스]

펠로시 의장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주도한 인물이다. 트럼프와는 오랜 견원지간이다. 트럼프는 펠로시 의장을 트위터에서 ‘미친 낸시’라고 불러왔다.  탄핵안은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에선 부결될 가능성이 100%에 가깝다. 그러나 펠로시 의장은 적어도 현재 탄핵안이 심의 중인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대접해주지 않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매년 초 대통령의 의회 국정연설에선 하원의 주인인 하원의장이 대통령을 소개하며 “미합중국의 대통령을 여러분께 소개하는 영광을 제가 누리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하는 게 관례다. 펠로시 의장은 그러나 이날 이런 인사도 모두 생략했다. 그가 이날 택한 의상도 민주당의 초선 여성 의원들이 트럼프에게 반기를 들며 입는 색상인 흰색으로 골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4일 국정연설이 끝난 후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박수를 치고 있으나 펠로시 의장은 원고를 찢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4일 국정연설이 끝난 후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박수를 치고 있으나 펠로시 의장은 원고를 찢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중 기립 박수를 수차례 보내는 것도 관례이지만 펠로시는 의도적으로 자리를 지키며 박수를 치지 않았다. 펠로시 의장이 박수를 보낸 건 국민대표로 초대된 이들의 사연이 소개됐을 때뿐이었다. 트럼프 역시 연단에 서면서 하원의장에게 악수를 하는 게 관례이지만 무뚝뚝한 표정으로 연설 원고만 전달했다. 연설 원고를 넘기며 기가 차다는 표정까지 지은 펠로시는 연설이 끝나자마자 결국 원고를 찢어버린 것이다.

CNN은 이날 “펠로시 의장이 처음부터 원고를 찢으려던 건 아니었다고 취재가 됐다”며 “연설 내용을 보고 순수하게 화가 나서 그랬다고 한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예의 충직한 표정과 미소로 트럼프의 연설을 경청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그 옆에 나란히 앉은 펠로시 의장은 같은 연설을 듣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정반대의 반응을 보였다”고 평했다. 폭스뉴스 등 친 트럼프 기조의 매체들은 펠로시 의장을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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