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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책상도 능력이다, 직장인의 데스크테리어 아이템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한재동의 남자도 쇼핑을 좋아해(5)

처음 출근하던 날 마음속으로 가장 바라던 것은 ‘좋은 상사’를 만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사실 좋은 상사가 어떤 상사인지는 모르겠지만 막연히 화내지 않는 사람이기만을 빌었던 것 같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대리쯤 되어 인터넷에 떠돌던 ‘상사의 4가지 유형’을 보고 무릎을 치며 공감했던 적이 있다.

유형들은 다음과 같다. ① 똑게(똑똑하고 게으른 상사) ② 똑부(똑똑하고 부지런한 상사) ③ 멍게(멍청하고 게으른 상사) ④ 멍부(멍청하고 부지런한 상사).

처음으로 모신 상사(흔히 ‘사수’라고 부르는)는 갓 차장으로 승진하신 장교 출신의 마케팅 담당자였다. 왠지 모두가 나만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살얼음판 같던 시간이 지나고, 사수는 내게 잠시 산책하러 가자고 했다. 너무 얼어있던 내가 안쓰러웠던 것일까? 회사를 나와 가로수를 지나 으슥한 곳으로 가 담배를 입에 물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마치 데자뷔 같은 모습이었다. 이등병 때 처음 자대 배치를 받고 서너 달 먼저 들어온 선임병이 내무반 뒤로 데려가 담배를 물던 장면과 겹쳐 보였다. 다행히 내용은 군대 때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상사의 4가지 유형'에는 똑게(똑똑하고 게으른 상사), 똑부(똑똑하고 부지런한 상사), 멍게(멍청하고 게으른 상사), 멍부(멍청하고 부지런한 상사)가 있다. [사진 pxhere]

인터넷에 떠도는 '상사의 4가지 유형'에는 똑게(똑똑하고 게으른 상사), 똑부(똑똑하고 부지런한 상사), 멍게(멍청하고 게으른 상사), 멍부(멍청하고 부지런한 상사)가 있다. [사진 pxhere]

“나는 절대 화를 내지 않아, 걱정하지 마” 내 마음을 읽었던 것일까? 잔뜩 겁먹어 있던 나는 속으로 야호!를 외쳤다. 물론 그 말을 전적으로 믿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마음이 좀 녹아서 움추르던 어깨가 조금 편안해졌다. 사수는 내게 많은 업무와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고, 나는 속으로 그래도 인복이 있다며 안심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사수는 위의 네 가지 상사분류 중 1번 ‘똑게’ 유형으로 지금의 내가 일하는 방식과 태도를 만들어 주신 분이었다. 미생의 김 과장과 같은 분이랄까? 물론 그만큼 업무 강도는 매우 강했다.

사수가 내게 가장 강조한 것은 ‘스마트함’이었다. 마케팅 담당자로서 스마트하기 위해서 늘 트렌드를 공부하고, 남에게도 스마트하게 보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례로 어느 날 출근하자마자 책상 정리로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깔끔하게 정리되어있는 본인의 책상을 보여주며, 서류와 잡동사니로 어수선한 내 책상을 보면 어떤 일도 너에게 시키고 싶지 않다고 했다. 또 ‘아*패드’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는, 마케터라면 한번 써봐야 한다며 내게 구매를 강하게 추천하기도 했다. 그 사수를 3년을 모시며 퇴근하기 전에 항상 책상을 정리하고, 새로운 걸 찾아다니는 얼리어답터가 되었다. 덕분에 통장에 돈은 그다지 모으지 못했지만, 쇼핑에 눈을 뜨게 되어 이렇게 칼럼을 쓰게 된 계기도 되었다.

그 후 나도 후배를 맞이하게 되면 먼저 해주는 말이 책상 정리에 대한 것이다. 롤 모델은 그 사수의 책상이었다. 서랍을 최대한 활용하여 퇴근 시에는 서류가 책상 위에 없도록 하고, 마우스, 키보드 등의 선 정리는 최대한 깔끔하게 한다. 그리고 작은 화분이나 소품 등으로 포인트를 주면 좋다. 생각해보면 침대를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다. 일에 치여 힘들겠지만 최대한 깔끔하고 본인에게 맞게 꾸며야 한다. 요즘에는 데스크와 인테리어의 합성어인 ‘데스크테리어’라는 말도 유행한다고 한다.

깔끔하게 정리된 책상은 스마트한 이미지를 줄 수 있다. [사진 unsplash]

깔끔하게 정리된 책상은 스마트한 이미지를 줄 수 있다. [사진 unsplash]

깔끔한 데스크테리어의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키보드다. 그나마 무선 키보드를 쓰면 유선 키보드보다는 번잡함을 줄일 수 있지만, 그래도 키보드 자체가 책상에서 차지하는 부피가 크기 때문에 키보드를 모니터 아래로 넣어줄 수 있는 모니터 받침대를 추천한다.

몇 년 전에 스타트업 기업에 미팅하러 갔다가 그 회사 직원이 쓰는 모니터 받침대가 눈에 들어왔다. 책상과 같은 흰색 계열이라 공간감도 넓어 보이고 받침대에 USB를 연결하여 핸드폰 무선충전도 가능했다. 차마 어느 제품인지는 물어보지 못하고 인터넷으로 모든 모니터 받침대를 검색했다. 몇천 원대의 저렴한 플라스틱 제품부터, 원목을 이용한 십만 원 이상 되는 제품까지 다양했다. 메탈로 된 화려한 제품이 눈에 들어왔으나, 회사에서 사용하는 제품인 만큼 기능성도 중요했기에 탈락. 아까 그 직원이 사용하는 제품과 비슷한 것들이 꽤 있었다.

온라인 커머스에서 몇 가지를 비교하고 가장 저렴한 것으로 구매했다. 회사에서 사용할 물건들을 구매할 때는 항상 같은 마음인 것 같다. 조금은 독특해서 남들과는 차별화됨을 자랑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비싸거나 멋 부렸다고 할만한 것들은 꺼리게 된다. 아마도 꾸안꾸(꾸민듯 안 꾸민듯)라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것 같다.

다양한 기능을 가진 모니터 받침대들이 있다. [사진 G9]

다양한 기능을 가진 모니터 받침대들이 있다. [사진 G9]

그때 구입한 모니터 받침대를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이직을 하고서도 챙겨와서 쓰고 있다. 그 받침대를 눈독 들이던 후배가 달라고 했지만, 왠지 정이 들어 주지 못하고 이런저런 핑계로 밥이나 사주고 말았다. 새 직장에 출근하던 날, 생각보다 긴장되었다. 아마도 신입사원으로 처음 출근하던 그 날 같았다. 출근길 지하철에 민망함을 무릅쓰고 들고 온 모니터 받침대를 책상에 설치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 것이 기억난다.

직장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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