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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40% 줄어도 괜찮다" 코로나 맞짱뜨는 '고양 김사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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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이 지난달 30일 밤 신종코로나 3번 환자가 입원한 격리병동을 방문해 의료진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 명지병원]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이 지난달 30일 밤 신종코로나 3번 환자가 입원한 격리병동을 방문해 의료진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 명지병원]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은 특이한 병원이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도 최전선에 서 있다. 공공병원도 아니고, 의과대학의 부속병원도 아니다. 병상 650개를 둔 흔한 민간 종합병원이다. 그런데도 국가지정격리병상 29곳 중 하나로, 경기 북부 신종감염병 전투의 맨 앞줄을 지키고 있다.

공공·대형병원 아니지만 최전선 #3번 환자 입원, 매일 대응회의 #신종플루·메르스 때도 확진자 진료 #“메르스 때 손실 컸지만 환자 우선 #우리가 안 하면 어디로 가겠나”

공공병원은 환자가 줄어도 피해가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민간병원은 그렇지 않다. 확진 환자 입원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 환자가 발길을 돌린다. 명지병원에는 3번 신종코로나 확진 환자가 지난달 25일 입원해 다음 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병원 이름이 공개됐고, 예상대로 환자가 40% 줄었다. 이 병원의 이왕준(56) 이사장은 눈 하나 깜빡 안 한다.

“환자가 줄어들 거라 예상했고, 실제 그대로 가고 있습니다.”

4일 오전 7시 30분 병원 대강당. 이 이사장이 조례에 참석한 직원 350명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한 말이다. 메르스 이후 입사한 직원들이 일부 동요하고 있어 이들을 안심시키고 자긍심도 심어주기 위해 나섰다고 한다. 그는 “환자를 완치시키면 자신감이 생기고 우리 병원 위상이 높아진다는 희망을 갖자”고 말했다. 그는 열흘째 오전 11시에 대응 회의를 한다. 주말도, 휴일도 없다.

주민 격려도 잇따른다. 야쿠르트 아줌마가 ’힘 내세요“라며 야쿠르트를, 익명의 환자가 귤을 보냈다. [사진 명지병원]

주민 격려도 잇따른다. 야쿠르트 아줌마가 ’힘 내세요“라며 야쿠르트를, 익명의 환자가 귤을 보냈다. [사진 명지병원]

이 이사장은 “환자가 40% 줄었는데, 생각보단 적다”고 말한다. 이날 조례시간 직원들에게 “월급 안 나올까, 그런 걱정은 하지 말고, 환자 치료에 매진하고 음압 병동 의료진에게 용기를 주자”고 말했다. 그는 신종플루 때 환자 1만1000명을 봤다. 국내 병원 중 가장 많은 숫자다. 2013년 국가지정 격리병상이 됐다. 메르스 때 5명의 확진 환자를 완치시켰다. 메르스 의심환자는 끊이질 않는다. 엊그제도 2명이 왔다. 그는 “항상 신종감염병에 대비해왔다. 그래서 이번에도 동요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메르스 때 손실이 생각보다 컸다. 정부가 보상했지만 충분치가 않아 내부에서 국가지정격리병상을 반납하자는 격론도 벌어졌다”고 전했다.

주민 격려도 잇따른다. 생수 500개를 보낸 이도 있다. [사진 명지병원]

주민 격려도 잇따른다. 생수 500개를 보낸 이도 있다. [사진 명지병원]

병원 내부 반발에도, 왜 돈 안 되는 일을 하는 걸까. “우리가 경기 북서부 지역거점 권역 응급의료센터인데, 감염병 환자가 생기면 누가 책임지나. 우리가 안 하면 이 지역 주민은 어디로 가겠느냐.” 민간병원도 공공의료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 이사장은 대한병원협회 신종코로나 비상대응본부 실무단장을 맡고 있고, 신종코로나 병원 협의회(중앙임상위원회)에도 참여한다.

이번에 경기도와 질병본부에서 보낸 의심환자 31명을 받았다. 1명 확진, 나머지는 음성이었다. 그는 “감염병 환자 진료 노하우가 쌓였고, 의료진은 담담하게 치료한다. (겁먹고) 퇴원한 기존 입원환자들은 한 명도 없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서울대 의대 시절 구학련(구국학생연맹) 사건에 연루돼 안기부(현 국가정보원)에서 한 달간 수사를 받았다. 고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으로 숨진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물고문, 구타도 당했다. 6개월형도 살았다. 9년 만에 의대를 졸업, 외과 전문의를 따고 1990년대 후반 인천사랑병원을 인수하면서 병원 경영자의 길로 들어섰다. 2009년 명지병원 이사장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과 원희룡 제주지사와 친하다. 두 사람이 이 이사장 결혼 때 함을 들었다고 한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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