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방정부, 자매결연 한국 지자체에 "마스크 구해달라" 하소연

중앙일보

입력 2020.02.04 05: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이 전 세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와 자매결연을 하고 있는 중국 지방정부가 지원을 요청하고 나섰다. 현지에서는 물품을 구하기가 어려운 데다 가격도 급등하고 있어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현장을 점검하기 위해 3일 서울시 중구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유네스코점을 들러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현장을 점검하기 위해 3일 서울시 중구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유네스코점을 들러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충남도에 따르면 중국 내 자매결연 도시인 구이저우(贵州)를 비롯해 랴오닝(遼寧)·쓰촨(四川)·윈난(雲南)·광둥(廣東)·헤이룽장(黑龍江)성 등에서 의료용 마스크(KF94)와 방역복·장갑·장화 등 신종 코로나 방역과 관련한 용품을 보내달라는 요청이 접수됐다. 충남도는 중국 7개 성·자치주와 자매결연, 6개 성과 우호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충남도, 중국 13개 성(省)에서 지원 요청 받아
충북도·청주시, 적십자사에 1억4000만원 기탁
부산시, 상하이 등 협조받고 지원 여부 검토중
최근 귀국한 정부 관계자 "국가차원 지원 한계"

신종 코로나 발병 진원지인 후베이(湖北)성과 인접한 구이저우성은 최근 충남도에 “263만개(16개 품목)에 달하는 물품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해왔다. 충남도는 도내 관련 업체를 통해 구이저우성이 의료용 마스크와 장갑·보호안경 등을 구입하는 과정을 지원했다.

중국의 일부 지방정부는 구매업체 연결 외에도 직접 현물을 보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와 교류업무를 맡은 직원은 매일 전화를 걸어 “도와달라”며 읍소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충남도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물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내부 논의와 도지사의 결재가 이뤄지는 대로 예비비를 편성할 예정이다.

논산시도 최근 자매결연 도시인 지린(吉林)성 진저우(錦州)시로부터 의료용품 지원을 요청받고 3000만원 상당의 물품을 살 수 있도록 업체를 연결해줬다.

지난해 8월 중국 구이저우성 당정지도간부와 국가공무원으로 구성된 행정학원 연수단이 충남공무원교육원을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충남도]

지난해 8월 중국 구이저우성 당정지도간부와 국가공무원으로 구성된 행정학원 연수단이 충남공무원교육원을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충남도]

층남도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협조 요청이 들어오면 도내·외 업체를 물색하고 알선을 진행하고 있다”며 “국내 상황도 여의치 않기 때문에 현물을 보내는 등 직접적인 지원방안은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각 자치단체에서 이뤄지는 대중국 지원에 대해 “여건에 맞춰 지원 규모와 시기 등을 결정하면 된다”는 방침을 내려보냈다고 한다.

정부기관 소속으로 후베이성 인근 도시에서 일하다 최근 귀국한 관계자는 “현지에서는 중앙정부의 지원이 한계에 도달했고 한국으로 입국한 정부·기업인들에게도 도움 요청이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국내에서 필요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면 앞으로의 중국 관계 등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충북도와 청주시·충북 기업인들은 지난달 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후베이성과 우한(武漢)시를 돕기 위해 1억4000여만원을 충북적십자사에 지정 기탁했다. 충북적십자사는 이 기금을 위생마스크와 방호복 등 의료용품이나 의료장비 등 중국 현지에서 필요로 하는 구호 물품을 구입할 예정이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왕샤오동 후베이성장에게 친서를 보내 후베이성이 조속한 시일에 신종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원래의 역동적인 모습으로 돌아가기를 기원했다. 충북도와 후베이성은 2014년 자매결연을 체결한 뒤 투자협약과 문화·체육 등 다양한 부문에서 교류를 이어왔다. 지난해 6월에는 자매결연 5주년을 맞아 이시종 충북지사와 왕샤오동 성장이 후베이박물관에 기념식수를 하고 경제교류를 약속했다.

지난해 6월 자매결연 도시인 중국 후베이성을 방문한 이시종 충북지사(왼쪽)이 왕샤오동 후베이성장과 함께 기념식수를 하고 있다. [사진 충북도]

지난해 6월 자매결연 도시인 중국 후베이성을 방문한 이시종 충북지사(왼쪽)이 왕샤오동 후베이성장과 함께 기념식수를 하고 있다. [사진 충북도]

이 지사는 “돈독한 우의를 다져오던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마스크와 방호복, 의료용 장갑 등 위생용품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도내 기업인들과 함께 돕기로 마음을 모았다”고 말했다.

강원도는 신종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자매결연 도시 등에 마스크 30만장을 지원키로 결정했다. 우선 자매결연 도시인 중국 지린성에 마스크 21만장을 지원하고 베이징(北京)에도 6만장, 창사(長沙)에도 3만장을 보내기로 했다.

강원도는 4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중국 지린성 장춘(長春)공항으로 향하는 항공편에 마스크 13만장을 보낸다. 나머지 8만장은 오는 8일 보낼 예정이다. 베이징과 창사로 가는 마스크는 늦어도 2월 중순 이전에 지원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에 지원된 마스크는 강원도내 한 업체가 생산한 것으로 해당 사업엔 1억4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지린성은 1994년부터 26년 넘게 자매결연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며 “오랜 관계를 이어온 중국이 사태를 빠르게 극복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의료·구호물품을 비롯한 의료진 파견 등 다각적인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3일 광주광역시 북구청 민원봉사과 민원실에서 직원들이 마스크를 쓰고 민원인을 응대하고 있다. 북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대비해 민원실 등에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배부했다. [연합뉴스]

3일 광주광역시 북구청 민원봉사과 민원실에서 직원들이 마스크를 쓰고 민원인을 응대하고 있다. 북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대비해 민원실 등에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배부했다. [연합뉴스]

부산시는 자매도시인 상하이(上海), 우호 협력도시인 톈진(天津)·충칭(重慶), 교류협력도시인 산시(山西)성 등에서 마스크·방호복과 고글·장갑 등 의료용품을 지원을 요청받았다. 부산시는 국내에서도 마스크가 품절현상을 보이는 상황이라 지원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현지 의료진이 사용할 물품을 지원이 가능할지 조사 중이다.

부산·홍성·청주·춘천=황선윤·신진호·최종권·박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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