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공짜마스크 뭉텅이 집어가…손세정제도 통째 사라져”

중앙일보

입력 2020.02.04 00:04

업데이트 2020.02.04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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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전 세계에서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전세계 마스크 대란 신풍속
한국 하루 800만개 만드는데 품귀
중국 보따리상 사재기 단속에 나서

매장 마스크 물량 새벽에 채워
“주택가 마트·편의점 아침에 가세요”

중국 샤먼선 추첨으로 마스크 구매
확진자 없는 이스라엘선 품절 사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서울 지하철 역사에 비치한 손 소독제가 사라지자, 이를 막기 위해 3일 해당 역에서는 소독제 통에 검은색 테이프로 고정(2호선 잠실역)해 놓았다. [사진 서울교통공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서울 지하철 역사에 비치한 손 소독제가 사라지자, 이를 막기 위해 3일 해당 역에서는 소독제 통에 검은색 테이프로 고정(2호선 잠실역)해 놓았다. [사진 서울교통공사]

3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지하철역 등에 마련한 무료 마스크와 손 세정제 등이 통째로 사라졌다. 김정일 서울시 질병관리과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최근 아침마다 지하철역에 마스크 1000매를 갖다 놓으면 30분 만에 동난다”며 “양심껏 1인 1매 쓰기를 원했는데 상황이 그렇지 않다”고 전했다. 지난 2일까지 서울시의 마스크 보유량은 600만 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서울 지하철 역사에 비치한 손 소독제가 사라지자, 이를 막기 위해 3일 해당 역에서는 소독제 통에 끈을 묶어(1호선 제기역) 놓았다. [사진 SBS 뉴스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서울 지하철 역사에 비치한 손 소독제가 사라지자, 이를 막기 위해 3일 해당 역에서는 소독제 통에 끈을 묶어(1호선 제기역) 놓았다. [사진 SBS 뉴스 캡처]

김 과장은 “손 세정제도 통째로 들고 가는 경우가 있고 심지어 서울시청 1층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며 “양식 있는 시민의식을 발휘해 달라”고 호소했다. 시는 궁여지책으로 손 세정제 통 밑에 접착제를 바르거나 쇠사슬로 엮어 놓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또 지하철에서 배포하는 무료 마스크를 역무원에게 받아가는 방식으로 변경키로 했다.

국방부·주한미군도 마스크 확보 작전

군 당국은 올 한 해 순차적으로 조달받기로 한 방역 마스크를 연초에 모두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예방수칙에 따라 병사들이 일상생활에서도 마스크를 상시 착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3일 국방부에 따르면 올해 병사들에게 보급될 방역 마스크(KF80 이상) 약 1946만 개는 당초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에 맞춰 나눠서 조달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해 조기 확보로 방침이 바뀌었다. 이는 병사 1인당 연간 50개 지급분이다.

지난달 29일 오후 시청역 1호선에 비치된 마스크를 한 시민이 집어 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오후 시청역 1호선에 비치된 마스크를 한 시민이 집어 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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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8개보다 크게 늘어났다. 현재까지 729만 개가 일선 부대에 할당됐고, 오는 17일 100만 개가 추가로 들어온다. 국방부는 마스크 전량이 조기에 확보되면 2개월 이상 버틸 수 있다고 본다.

주한미군도 마스크 확보에 골몰하고 있다. 주한미군 사령부가 위치한 경기 평택의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는 지난 2일 페이스북을 통해 “마스크와 손 소독제가 부족해 이번 주 후반까지 물량을 추가 확보하겠다”고 공지했다.

정부는 국내에서 마스크를 대량으로 사들인 뒤 중국으로 반출하는 ‘마스크 보따리상’을 단속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가 확산하자 보따리상은 물론 중국인 유학생 등도 가담해 “가격은 얼마든지 주겠다”며 마스크를 수십만~수백만 개씩 묻지마 구매하고 있어서다. 이로 인해 국내 마스크 제조업체들이 24시간 가동하며 최대치를 생산하는데도 온라인 쇼핑몰이나 대형마트 등에서 마스크를 사기 어려워지고 있다. 폭리를 노리고 사재기하는 경우 2년 이상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실제로 국내 마스크 제조업체와 중간 도매상 등이 모인 SNS 채팅방에서는 “KF94 (장당)1990원까지 매입한다. 330만 장 필요하다” “가격 얼마든지 맞춰드린다. KF80 이상 100만 장 원한다”는 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현금 다발 사진이나 마스크가 박스째 공장에 쌓여 있는 인증샷도 다수 올라왔다.

직장인 김모(34·경기 안양시)씨는 “정부나 언론이 신종 코로나 예방을 하려면 마스크를 쓰라고 하는데 마스크를 사기가 너무 어려워졌다”며 “온라인 쇼핑몰은 전부 품절이거나, 원래 1만~2만원 하던 20개들이 한 박스를 10만원에 파는 등 말도 안 되는 가격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은 마스크 외에 손 세정제를 사재기하는 행위도 단속할 방침이다.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2일 브리핑에서 “현재 하루 평균 800만 개가량 생산되고 있고 생산업체들을 독려해 1000만 개 정도로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도 마스크 품귀 현상이 발생하자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구입 수량을 제한하거나 심지어 마스크 ‘해외 수출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일부 사람들은 채소나 과일, 생활용품 등으로 직접 만든 ‘핸드메이드’ 마스크를 착용하기도 한다.

신종 코로나가 아직 ‘상륙’하지 않은 이스라엘에서 마스크 품절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매체 하레츠가 보도했다. 인도와 대만은 마스크 수출 금지 조치를 내렸다. 중국 푸젠성 샤먼에선 공식 위챗 계정에 등록한 주민들을 상대로 ‘추첨’을 통해 지정 판매점에서 한 번에 6개의 마스크만 구매할 수 있게 했다. 아예 ‘핸드메이드’ 마스크를 착용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레몬·자몽 등 과일 껍질에 구멍을 뚫은 후 끈을 연결하거나 배추에 입과 눈 부위를 만들어 얼굴에 쓴 사람도 등장했다.

확진자 방문한 동네서 마스크 빨리 동나

주택가 대형마트나 편의점, 약국 등에는 마스크가 남아 있을 확률이 높다. 반면 관광객이 많이 모이거나 확진자가 방문한 것으로 확인된 수원·부천에서는 마스크 품귀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쿠팡·G마켓·11번가 등 주요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마스크 입고가 지연되면서 ‘품절’ 표시를 붙인 판매자가 여전히 많다. 대형마트는 1인당 살 수 있는 마스크 물량에 제한을 두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1일부터 마스크 구매를 1인당 30개로 제한하고 있다. 이마트에선 최근 하루 마스크 30만~35만 개가 팔리며 물량 확보에 골머리를 썩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오프라인 매장 재고는 보통 새벽에 채워지기 때문에 오전에 매장을 방문해야 안전하게 마스크를 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스더·이근평·이민정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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