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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사람과 동물 모두 행복한 동물원

중앙일보

입력

소중 친구들은 펭귄이나 북극곰을 본 적 있나요? 기린과 사자, 코끼리는 어떤가요. 아마 대부분 동물원에 가서 봤다는 대답을 할 겁니다. 동물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여유 시간을 이용해 동물원이나 각종 동물 체험시설을 찾곤 하는데요. 책·사진 등으로 보던 동물들을 실제로 본 기쁨을 잠시 내려놓고 떠올려 봅시다. 그때, 그들의 모습은 어땠나요. 그들도 우리처럼 기쁘고 행복했을까요.
글=김현정 기자 hyeon7@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박채원(서울 한양초 6)·은다민(경기도 이매중 1)·홍예린(경기도 정평중 2) 학생기자, 참고도서=『왜 동물원이 문제일까?』

롱패딩 등 저마다 따뜻한 외투로 무장한 박채원·은다민·홍예린 학생기자가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동물나라를 찾았습니다. 이곳에서 ‘동물을위한행동(Action for Animals·이하 AFA)' 전채은 대표를 만나기로 했거든요. 그는 16년간 현장 활동가로 지내면서 우리 상황에 맞는 동물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동물보호운동을 펼쳐왔죠. 2012년 만든 AFA는 국내 최초의 전문동물보호단체로 동물원 동물(captive animals)의 복지향상을 위해 연구·조사활동을 하고 있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전채은(왼쪽에서 셋째) 동물을위한행동 대표와 동물원을 찾아 동물원 동물복지에 대해 알아봤다. 왼쪽부터 은다민·홍예린·박채원 학생기자.

소중 학생기자단이 전채은(왼쪽에서 셋째) 동물을위한행동 대표와 동물원을 찾아 동물원 동물복지에 대해 알아봤다. 왼쪽부터 은다민·홍예린·박채원 학생기자.

소중 학생기자단과 전 대표는 천천히 동물원을 둘러보며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죠. 동물나라는 놀이공원과 동물원이 같이 있는 어린이대공원 특성상 규모는 많이 크지 않지만 관람객이 많은 편이라고 해요. 따뜻한 햇살이 비쳐서인지 예상보다 많은 동물들이 밖에 나와 있었습니다. “날이 추우면 대부분의 동물들이 실내 우리에 머물러요. 외부 기온에 따른 관람 기준이 있죠. 원래 서식지가 우리나라 기후와 다르기 때문이에요.”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동물, 코끼리가 보였습니다. 소중 기자단 역시 들뜬 마음으로 다가갔죠. 동절기에 코끼리는 체감온도 영상 10도여야 외출이 가능하다는 표지판, 캄보디아 왕국에서 기증한 캄돌·캄순이의 얘기가 적힌 안내판 등이 놓여 있었어요. 학생기자들은 동물원에서 새로운 동물을 들일 때, 인공적으로 생산한 아이들을 데려오는지 궁금해했죠. “자연에서 데려오는 건 국제법상 위법이에요. 현대식 동물원이 처음 만들어진 200년쯤 전엔 야생에서 잡아 상업적으로 거래했지만, 지금은 아예 안 됩니다. 전쟁 등으로 죽어가는 코끼리를 구조하거나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잡아 파는 건 다 불법이에요. 인공수정도 어렵죠. 멸종위기인 흰코뿔소를 미국의 한 동물원에서 번식하려고 했는데 한 번 성공했을 정도로 어려운 기술이에요. 지금은 동물원끼리 교류하며 협약을 맺어 교환하는 방식으로 동물을 데려와요. 저 아기 코끼리는 여기서 태어났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원숭이 우리를 둘러보고 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원숭이 우리를 둘러보고 있다.

엄마와 아기 코끼리는 왔다 갔다 하며 기구에 몸을 비비곤 했어요. “저건 가려워서 긁는 거예요. 자연에서라면 흙을 뿌려 목욕을 하지만요. 참, 여러분은 코끼리가 어떻게 자는지 아나요?” 설명하던 전 대표의 기습 질문에 학생기자들은 서서 자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죠. “야생에선 코끼리도 누워서 자요. 하지만 동물원 바닥은 너무 딱딱하고 불편해서 누울 수가 없죠. 코끼리가 누워서 쿨쿨 자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동물원의 콘크리트 바닥은 코끼리의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발과 관절에 병이 생기기도 쉽고, 좁은 탓에 운동량도 적죠. 브리스톨 대학의 한 연구에 따르면, 영국 동물원 내의 코끼리의 80%가 발에 질병이 있어 걷는 데 어려움을 느끼며, 23%가 심각하게 발을 절고, 절반 이상이 낮 동안 정형행동을 보였다고 합니다. 정형행동은 의미가 없는 행동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거예요. 몸을 앞뒤로 흔들거나, 같은 구간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반복하죠. 동물원이나 동물쇼에 이용되는 동물들에 굉장히 흔하며, 사람으로 치면 자폐증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증상과 흡사하죠. 환경이 너무 단조로워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좌절감과 스트레스를 표현하는 일종의 정신 이상 행동입니다.

서울 어린이대공원 동물원(동물나라)은 사막여우·작은발톱수달·스라소니·미어캣·호랑이·포큐파인(사진 차례대로) 등 100종 700여 마리의 동물을 전시하고 있다. 관람객이 볼 수 있는 외부 방사장에는 각각의 동물에 대한 설명과 주의사항 등이 안내되고 있으며, 동물과 사람이 함께 행복한 동물원으로 변화를 모색 중이다.

서울 어린이대공원 동물원(동물나라)은 사막여우·작은발톱수달·스라소니·미어캣·호랑이·포큐파인(사진 차례대로) 등 100종 700여 마리의 동물을 전시하고 있다. 관람객이 볼 수 있는 외부 방사장에는 각각의 동물에 대한 설명과 주의사항 등이 안내되고 있으며, 동물과 사람이 함께 행복한 동물원으로 변화를 모색 중이다.

스라소니와 퓨마, 프레리독 등을 차례로 살핀 소중 기자단의 얼굴이 진지해졌죠. “어쩔 수 없이 동물원에서 살게 된 동물들을 잘 돌보기 위해선 최소한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요. 예를 들어 동물 당 사육사의 수나, 위생 상태 같은 부분에서요.” 전 대표는 “아프리카에서 온 사자, 북극에서 온 곰 등 동물들의 생태는 천차만별”이라며 “원래 살던 곳의 기후와 생태 조건을 최대한 맞춰주는 게 좋다”고 설명했죠. “사육사의 경우도 종 특성에 따라 한 명이 수십 마리를 돌볼 수도 있고, 한 마리를 수십 명이 돌봐야 할 수도 있어요. 동물이 머무는 공간이 전시하는 우리와 내실로 나뉘니까 오전·오후로 나눠 청소도 해야 하죠. 겉모습이 화려하면 좋은 동물원인 줄 아는데, 디테일한 부분을 살펴야 해요. 녹슬거나 금 간 곳이 있는지, 실내 우리의 습도나 난방도 꼼꼼하게 체크해야죠.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사람들이 다 예상해서 대처해야 해요. 동물은 말을 못 하니까요.”

퓨마 뽀롱이를 아시나요

대전 오월드 동물원에 살던 퓨마 ‘뽀롱이’는 2018년 9월 18일, 잠깐의 자유 아닌 자유를 누렸습니다. 담당 직원의 안전 소홀로 사육장 출입문이 제대로 잠기지 않아 탈출한 거죠. 뽀롱이는 2010년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나 2013년 대전 오월드로 왔습니다. 그해 수컷 퓨마 금강이와 짝을 이뤄 이듬해 새끼를 두 마리 낳았고요. 보통 야생에서 퓨마 새끼는 한 살에 독립하지만, 동물원에선 네 가족이 모여 살았어요. 8살 뽀롱이는 열린 문을 통해 사육장에서 나왔는데, 그 문은 오월드를 둘러싼 보문산으로 통했죠. 물론 안전을 위해 2m 높이의 철책이 동물원 구역을 나누고 있습니다.
동물원에서 뽀롱이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된 건 오후 5시 15분쯤, 그때부터 수색이 시작됐죠. 대전시청에서는 ‘퓨마가 탈출했으니 외출을 삼가’라는 재난문자를 발송했고요. 오후 6시 40분쯤 근처에서 웅크린 뽀롱이를 발견하고 마취총을 쐈지만 달아났어요. 오후 9시 45분쯤 사육장에서 400m가량 떨어진 동물원 건초보관소 근처에서 재발견했는데, 결국 사살했죠. 이상윤 대전도시공사 홍보팀장은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사살했다”고 밝혔습니다.

2018년 우리 밖으로 나왔다 사살된 퓨마 뽀롱이를 추모하는 조화와 사진, 메모지가 대전 오월드 입구에 놓여있다.[중앙포토]

2018년 우리 밖으로 나왔다 사살된 퓨마 뽀롱이를 추모하는 조화와 사진, 메모지가 대전 오월드 입구에 놓여있다.[중앙포토]

퓨마가 안전하게 포획됐다는 소식을 기다리던 시민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대전도시공사의 조사 결과, 직원이 아침에 사육장을 청소한 후 출입문을 제대로 잠그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거든요. 게다가 뽀롱이가 탈출 후 동물원을 나가지 않고 근처에 머무른 것도 여론을 움직였죠.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동물원 폐지를 요청하거나 운영 방식을 재검토해달라는 글이 수십 건 올라왔고, 동물원 폐지 청원에 6만5000여 명이 서명하기도 했습니다. 사람의 실수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 퓨마에 대한 애도로 오월드 정문에는 뽀롱이를 추모하는 꽃과 사진, 메모 등이 놓였고, SNS에서도 #동물원가지않기 해시태그 공유 운동이 자발적으로 일어났죠.
약 4시간 30분간 사육장을 벗어났던 뽀롱이가 죽은 다음 날, 국립중앙과학관이 사살된 퓨마를 교육용 박제로 만들어 전시하겠다는 내용이 보도돼 비난 여론이 들끓었어요. 결국 대전도시공사는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사체 처리는 환경부 신고 등 절차에 따라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죠. 뽀롱이는 9월 28일 화장돼 장례가 치러졌고, 살던 퓨마사 앞에는 작은 추모비가 세워졌습니다. 금강유역환경청은 관리소홀로 퓨마가 탈출하게 된 데 대전 오월드에 책임을 물어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 위반 혐의로 ‘퓨마 사육장 1개월 폐쇄 처분’ 등을 내렸죠.

한·러 수교 20주년을 맞아 서울동물원으로 온 시베리아 호랑이 로스토프(왼쪽)과 펜자. 로스토프는 2013년 사육사를 무는 사고 이후 짝이었던 펜자와도 격리돼 일반 관람이 허용되지 않는 별도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러 수교 20주년을 맞아 서울동물원으로 온 시베리아 호랑이 로스토프(왼쪽)과 펜자. 로스토프는 2013년 사육사를 무는 사고 이후 짝이었던 펜자와도 격리돼 일반 관람이 허용되지 않는 별도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다. [중앙포토]

허술한 관리로 벌어진 맹수 탈주 사례는 뽀롱이가 처음은 아니에요. 2013년 서울대공원에서는 사육장을 나온 시베리아 호랑이 '로스토프'가 사육사를 물어 숨지게 했죠. 경찰 조사 결과, 사육장 안쪽 내실과 전시장 사이에 있는 '호랑이 문'이 잠겨있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어요. 사육사를 문 호랑이는 관리자 통로에 앉아 있었고, 당시 출동한 경찰 등과 10여 분 대치하다 스스로 우리 안으로 들어갔죠. 경찰은 호랑이 탈주의 원인을 총체적 관리부실로 규정하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동물원장 등 대공원 간부 4명을 불구속 입건했는데요. 2012년에는 퓨마 뽀롱이와 같이 멸종위기종인 흰코뿔소 코돌이가 호랑이 로스토프 때처럼 열린 내실 문을 통해 나왔다가 사육사들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쇼크사하기도 했죠. 당시 서울대공원 측은 왜 내실 문이 열려 있었는지조차 확인하지 않았고, 담당자 문책 조치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안전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전 대표는 뽀롱이 이야기를 하며 “뽀롱이는 동물원 밖으로 멀리 도망간 것도 아니고 살던 퓨마사 근처에서 발견됐고, 웅크리고 가만히 있어 생포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며 안타까워했죠. 그는 “우리 밖으로 나왔던 로스토프가 스스로 우리에 들어간 것도 그렇고, 동물원 동물들은 이미 이곳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고 덧붙였어요. 다만 동물원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동물들을 위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라고 당부했죠. 1909년 우리나라 최초의 동물원인 창경원이 생긴 후 110여 년이 지난 현재, 국내에는 국가 등록 동물원이 84곳, 수족관 23곳(2018년 9월 기준)이 있습니다.

호랑이 크레인과 동물원법

2017년 초까지 국내 동물원과 수족관의 동물 중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멸종위기종만 정책적인 보호를 받았습니다. 그해 5월 30일부터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동물원법)’이 시행되며 “동물원 내 사육동물에 적정한 환경을 제공하고 동물의 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법률로 규정함으로써 동물원의 올바른 운영 및 동물의 복지 구현을 도모”하게 됐죠. 동물원법은 이제 동물을 ‘전시품’이 아닌 ‘생명’으로 보겠다는 정책의 전환이 이루어진 것으로 의미를 가집니다.
동물원법 제정 운동은 2012년 겨울 원주 치악 드림랜드 동물원이 몇 차례의 부도를 거치며 방치된 동물들의 보호 문제가 제기되면서 불이 붙었어요. 그중 한 호랑이가 ‘작별’이란 다큐멘터리에 나와 유명해졌죠. 호랑이의 이름은 크레인. 근친교배로 인해 태어났을 때부터 백내장, 크면서 안면기형까지 갖게 된 허약한 호랑이가 튼튼하게 자라라는 의미로 지어줬죠. 여러 동물원을 전전하며 제대로 돌봄받지 못한 크레인이 망해가는 동물원에서 태어났던 서울대공원 동물원으로 돌아오게 되는 과정은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어요.

열악한 동물원의 상태와 동물복지 문제를 대중에 알린 호랑이 크레인. 그로 인해 동물원법 제정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동물을위한행동]

열악한 동물원의 상태와 동물복지 문제를 대중에 알린 호랑이 크레인. 그로 인해 동물원법 제정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동물을위한행동]

시민들이 나서서 방치된 동물을 구하자는 운동을 했지만 동물원을 통합 관리할 법이 없었습니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동물원은 공원으로 등록됐고, 민간 동물원은 박물관으로 등록 가능했지만 의무는 아니었죠. 동물복지는커녕 수의사 한 명 없는 동물원도 많았어요. 동물원이란 특수기관에 맞는 법은 2014년에야 발의됐고, 2016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반쪽짜리 법’이라는 평가를 받았죠. 소중 기자단은 “현재 동물원법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지” 질문했습니다.
“아무나 동물원을 할 수 있다는 거예요. 최소한의 기준만 갖추면 누구나 지자체에 등록서류를 내는 것으로 동물원을 운영할 수 있죠. 동물에 대한 경험이나 자격, 전문적인 지식, 적절한 환경을 갖춰야 하는데, 현재 법으로는 관리 기준도 미흡하고 강제성도 없어요. 등록 기준이 동물 또는 가축을 10종 이상 혹은 50개체 이상을 소유한 업체인데, 이를 넘지 않는 소규모의 동물카페, 체험시설 등에는 해당이 안 되니 등록하지 않아도 되죠. 결과적으로는 동물복지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유사 동물원을 막는 데 큰 힘을 쓰지 못하고 있어요. 등록하지 않으니 정확한 숫자도 모르고요.”

동물원 동물복지 5대 원칙

동물원 동물복지 5대 원칙

현행법상 동물원·수족관의 정의는 야생생물을 보전·증식·조사·연구하는 기관이지만 사실상 오락·전시 기능을 수행하는 데 그치고 있습니다. 또 물리적 폭행 등을 하는 행위만 금지되어 무리한 동물쇼나 체험을 제한하기도 어렵죠. 이에 2018년 5월 환경부가 개입해 동물원·수족관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요지의 개정안이 통과된 상태지만 갈 길이 멉니다.
전 대표는 “뽀롱이와 로스토프는 동물원 운영의 현실을 드러낸 셈”이라며 동물원의 안전문제뿐 아니라 동물원의 기능, 예산 등이 다 얽혀있다고 설명했어요. “두 경우 다 2인 1조로 체크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지 않았어요. 직원이 부족하다면 더 채용해야 하는데, 예산이 부족하죠.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동물원 예산은 지방의회에서 정해요. 그런데 의원들은 보통 동물원 동물에는 관심이 없고, 동물원을 관리하는 공무원도 순환 근무를 하다 보면 전문성이 떨어져 설명을 잘할 수가 없죠. 그러니 예산을 더 받을 수가 없고, 악순환이에요.”

동물원 폐지 논쟁

뽀롱이 사건으로 인해 동물원을 폐지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죠. 소중 기자단 역시 이를 꼬집었습니다. “‘동물원은 동물에게 좋은가’를 놓고 찬성 측에서는 멸종위기 동물을 보호할 수 있다며 동물원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반대 측에서는 동물원은 동물을 위한 공간이 아니고 스트레스만 줄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동물원은 동물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대표님의 입장도 알고 싶습니다.”
“사실 동물원이 멸종위기종을 보호하고 연구·번식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죠. 문제는 이들이 돌아갈 곳이 없다는 거예요. 흔히 동물원을 없애면 철창 달린 우리에서 나와 넓은 평원으로 돌아가는 동물들을 상상하곤 하는데, 돌아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요. 실제로 전쟁·밀렵 등으로 인해 야생에서도 멸종 속도가 빠르죠. 코끼리의 경우 상아 밀거래 등으로 돌려보낸다 해도 밀수업자에게 죽을 수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고릴라의 경우도 주요 서식지가 콩고인데, 여긴 몇 년째 전쟁 중이라 도저히 살 수 없죠. 생태계를 회복시킬 때까지 일종의 노아의 방주처럼 생명을 건강하게 보호할 필요가 있어요. 번식의 경우도 종을 제대로 보존하기 위해선 유전자 연구를 통해 세심하게 해야 해요. 예를 들어 크레인처럼 근친교배가 되거나 시베리아 호랑이와 벵갈 호랑이 사이 잡종이 나오거나 하면 야생으로 돌려보내기 어려워요. 예산과 동물학 연구 모두 필요하죠.”

전주동물원에 살던 코돌이가 2015년 처음으로 외부 방사장에 흙이 깔리면서 좋아하는 모습. 건강이 악화된 그는 야생 수명의 반도 못 살고 2019년 세상을 떠났다. [동물을위한행동]

전주동물원에 살던 코돌이가 2015년 처음으로 외부 방사장에 흙이 깔리면서 좋아하는 모습. 건강이 악화된 그는 야생 수명의 반도 못 살고 2019년 세상을 떠났다. [동물을위한행동]

전 대표의 설명을 들은 소중 기자단은 “동물원을 방문하는 사람들 때문에 동물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고 들었다며 질문했죠. “큰 동물원 말고도 체험 동물원, 이동식 동물원, 동물카페도 많은데, 카메라로 자신을 찍거나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사람을 계속 보면서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를 보이는 동물도 있다고 해요. 이런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전주동물원과 같이 친환경 동물원으로 탈바꿈하기도 하는데, 이런 활동이 동물들에게 실질적인 효과가 있나요?”
“정신적으로 무척 피곤하죠. 그럼 면역력이 떨어져 병에 쉽게 걸리고요.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봄·가을 땐 배탈 나는 동물이 늘어나요. 열흘 이상 설사에 시달리다 죽는 동물도 있죠. 야간개장으로 노출 시간이 늘어나면 스트레스도 늘고, 사람들이 너무 많이 올 때 동물들이 많이 죽어요. 학생기자들이 예를 든 이동식 동물원이나 체험 동물원은 자극시키는 요소가 많죠. 먹이 주고 만지고 이런 거로 돈을 버는 안 좋은 사례예요. 어린아이들이 많이 가는데, 문제는 여기 동물들은 어디서 데려온 동물인지, 어떻게 관리하는지 잘 몰라요. 누가 감시하는 것도 아니라 환경도 열악하고요. 아까 말했듯 소규모인 경우 법적으로 규제할 수 없으니까요. 동물원의 동물은 기본적으로 야생동물이에요. 사람이 먹는 걸 주면 질병의 원인이 되죠. 만지는 행위도 하면 안 돼요. 놀란 동물이 공격할 수도 있고, 동물에게서 인간에게로 옮길 수 있는 질병은 70여 가지예요. 잠재적으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그런 체험 동물원에서 잘 알려주지도 않죠.”
“친환경 동물원의 경우, 일단은 그런 식으로라도 한 발짝씩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 전 대표는 동물원이 야생 서식지와 생태계 보전을 위한 실질적인 역할을 해야 하며, 이를 위해 법적·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죠. “최대한 동물이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동물원 동물복지의 원칙이죠. 개인이 키우다 버린 동물, 다치거나 해서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는 동물을 보호하고, 불법으로 입수한 동물 등이 편안하게 머물다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앞으로 동물원이 해야 할 역할입니다.”

동물원 관람 에티켓

동물원 관람 에티켓

그럼 이제 동물원에 가면 안 되는 걸까요. 전 대표는 그럴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다만 동물원에 가서 뭘 봐야 하는지 알고 가는 게 좋다고 귀띔했죠. 예를 들어 생태계 보전이 왜 중요한지 알고 가면 좋겠죠. 외국의 경우 동물원에 방문자 센터가 있어 하지 말아야 할 행동 등을 배운 다음 입장할 수 있어요. 화려한 동물 쇼를 보지 않게 되면 자연히 이들이 처한 환경이 열악하다는 게 보입니다. 그런 문제점을 지적하고, 관련 기관·국회의원 등에 개선을 요구하면 더 좋은 동물원으로 발전할 수 있죠. 그 과정에서 도태되는 시설에 있는 동물들은 좋은 동물원으로 옮기게 되고요. 아마 이제 소중 친구들도 질문하게 될 거예요. “동물원의 동물은 행복할까? 그들이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고요. 그리고 떠오른 방법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게 될 겁니다.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평소 동물을 조금 무서워하는 저는 그냥 ‘아…동물들이 동물원에서 사람들에 의해 스트레스를 받는구나’ 정도만 생각해봤을 뿐,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번에 ‘동물을위한행동’ 전채은 대표님을 만나 동물원 취재 후 생각이 바뀌었죠. 5학년 제주도 수학여행 때 아쿠아리움에서 재미있게만 봤던 해양동물 쇼 때문에 동물들이 학대를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동물원의 좁은 공간과 적합하지 않은 환경, 사람들의 카메라 플래시 때문에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을 더 자세히 알게 되었죠. 그런 사실을 알게 된 이상,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친구들이나 인터넷 게시판에 동물보호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국회의원들에게도 동물원법 개정의 필요에 대한 편지를 써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박채원(서울 한양초 6) 학생기자

동물원에서 여러 동물들을 구경하면서 귀엽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힘들 거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어요. 전채은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은 동물들이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어서 동물원이 동물을 구경하는 곳이 아닌 동물이 편히 쉴 수 있는 곳으로 개선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했죠. 강아지 공장이나 서커스장이 없어지고, 동물과 사람이 함께 공존하는 세상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은다민(경기도 이매중 1) 학생기자

취재하며 현재 우리나라의 동물에 대한 법들이 생각보다 훨씬 더 약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반려동물을 유기해도 벌금형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돼지열병이 발병했을 때 해당 지역의 돼지들을 모두 죽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같이 충격적이고 생소한 내용들도 알게 됐죠. 평소 동물에 관심이 많아 이러한 일들에 꽤 박식하다고 생각했는데 취재 중 계속 신선한 충격을 받았죠. 마지막에 전채은 대표님께 10대 청소년들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질문하며 캠페인이나 국민청원 등의 답변을 예상했는데, 돌아온 답변은 공부를 열심히 해 돈을 많이 벌라는 것이었어요. 그래야 동물들을 도울 수 있다는 꽤나 현실적인 답안을 듣고 우리들이 절대 이 문제를 가볍게 여겨선 안 되며 이미 이 문제를 해결할 사람들의 범주에 속해있다고 느꼈습니다.
-홍예린(경기도 정평중 2)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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