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시스템 공천' 탈났다, 연일 터지는 3중 '과속 스캔들'

중앙일보

입력 2020.02.03 05:00

업데이트 2020.02.03 10:38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14번째 영입인재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14번째 영입인재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터무니없는 거짓말”(이석현·6선), “전혀 사실이 아니다”(심재권·3선), “범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서영교·재선)

2일 더불어민주당 중진 국회의원 몇몇이 지역구 유권자와 언론에 보낸 문자다.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가 진행한 선출직 공직자 평가 ‘하위 20%’에 본인들이 포함됐다는 소문을 강하게 부정했다. 공관위에서 비공개로 하위 20% 의원들에 개별 통보한 지 닷새 뒤인 이날 경선 경쟁자들의 흑색선전에 정면 대응한다는 논리로 공개 반발에 나섰다.

내부 총질 부른 하위 20% ‘비공개’ 

당초 하위 20% 명단과 관련해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지난달 28일 의원 단체 카톡방에  “언론에 NCND(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음) 입장을 견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철통 보안으로 명단 비공개 유지에 협조하란 뜻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무시 전략’은 무너져가는 분위기다. 민주당 한 의원은 “가만히 있다가 소문을 인정하는 꼴만 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꽤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일부 중진들은 자신의 지역구민에게 “모략 전화를 받으면 녹음해 알려달라”(이 의원), “문자·카톡으로 가짜뉴스를 받으면 사무실로 보내달라”(심 의원)고 했다. 서 의원은 통화에서 “당 지도부가 허위사실 유포자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지만, 그와 별개로 지역구 관할 검찰청에 (가짜 명단 유포자에 대한) 고발장을 냈다”고 말했다.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가운데)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공천관리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가운데)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공천관리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에선 “하위 20% 명단 비공개가 되려 공천 갈등을 확산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수도권 초선)는 말이 나왔다. 이에 당 지도부가 공개 여부를 다시 고민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후보적합도 조사에서 청와대 경력을 못 쓰게 한 것과 맞물려 당 안에 (하위 20% 비공개가) 현역 우대라는 시각이 있어 고민 중”이라고 했다.

또 민주당에 접수된 총선 지역구 신청현황 분석 결과, 현역 출마자 109명 중 경선 경쟁자가 없는 단수 후보자가 59%인 64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현역 물갈이 폭이 예상보다 높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버티는 김의겸·정봉주…민주당 골머리

공천 잡음은 부적격자 선별 과정에서도 터져나오고 있다. 전날 ‘이해찬 대표님께’라는 제목의 공개적 글을 통해 “예비후보로 뛸 수만 있게 해달라”고 호소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대표적이다. 김 전 대변인은 “내 문제는 (공관위가 판단해야 할) 정치적·정무적 판단의 영역”이라며 검증위 단계를 통과해 예비후보 자격을 얻고 싶다고 적었다. 김 전 대변인은 2일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집을 팔아 생긴 차익 3억7천만원을 한국장학재단에 기부했다”며 “기부내역 영수증, 각종 세금과 금융비용 등 증빙자료를 검증위는 여러 차례 요구했고 꼼꼼하게 조사했다”고 강조했다.

부적격 쪽으로 가닥을 잡은 당 지도부는 난감한 모습이다. “저렴한 일, 너절하다”(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비판 속에서도 “내게도 원칙과 시스템을 적용해달라”(김 전 대변인)는 요청을 잘라 거부할 명분이 마땅치 않아서다. ‘미투’ 폭로를 당했던 정봉주 전 의원도 최근 재입당해 출마를 선언했는데 당에서는 그의 출마 역시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정봉주 민주당 전 의원이 22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1대 총선 입후보자 교육연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정봉주 민주당 전 의원이 22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1대 총선 입후보자 교육연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공관위 관계자는 김 전 대변인과 정 전 의원에 대해 “한 지역 당선 여부가 아니라 전체 선거판에 미칠 영향을 보고 정무적 판단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당 대표 후보 시절부터 “정무적·사적 공천이 안 되도록 당을 정비하겠다”고 공언한 이 대표의 ‘시스템 공천’이 허점을 노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민주당 예비후보는 “자의적 판단 배제라는 취지도 좋지만, 그 반대급부로 경선 결과과 나올 때까지 부적격자를 끊어낼 도리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일단 “어떤 식으로든 두 사람의 검증위 통과 여부를 이번 주 안에 마무리하겠다”(핵심 관계자)는 방침이다.

탈 잇는 영입인재…“야당·검찰·언론” 탓

영입인재와 관련해 구설이 끊이지 않는 것도 악재다. 영입 2호 원종건씨가 데이트폭력 논란으로 출마선언을 철회하고 탈당한 데 이어 지난달 28일 입당한 청년 창업가 조동인씨가 “스펙쌓기용 가짜 창업을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2016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의 행보가 맘에 들지 않았다”고 적은 조씨 글이 공개돼 당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11호 영입 인재인 방산 전문가 최기일 교수는 논문 표절 논란에, 13호 이수진 전 판사는 ‘블랙리스트 거짓말’ 공방에 시달리고 있다. 법원행정처가 인사 불이익 대상 법관을 정리한 이른바 ‘블랙리스트’ 문건에 이 전 부장판사의 이름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언론 보도가 1일 나왔다. 당원 게시판 등에 “검증 부실 끝은 어디까지냐”는 목소리가 커졌다.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인사 13호인 이수진 전 수원지법 부장판사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발표에서 이인영 원내대표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인사 13호인 이수진 전 수원지법 부장판사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발표에서 이인영 원내대표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은 ‘주변 여건 탓’을 했다. 민주당 총선기획단장을 맡고 있는 윤호중 사무총장은 이날 언론계 출신 입당자 환영 인사에서 “이번 총선은 최악의 야당, 사상 가장 가혹한 검찰, 가장 편파적인 언론 환경 속에서 치러지는 총선”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박무성 전 국제신문 사장 등 일부 입당인사가 “의견은 다양할 수 있고, 아까 (윤 총장이) 말한 것도 ‘의견’이라고 생각한다”며 진화하는 듯한 풍경이 연출됐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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