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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퍼뜨리러 왔냐" 아시아 인종차별로 번진 코로나 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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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1일 오후 기준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 현황을 보여주는 온라인 지도. 확진자가 9776명에 이르고, 213명이 사망했으며, 187명이 완치돼 퇴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확진자 9658명과 사망자 전원이 중국에서 나왔다.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중국인은 물론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과 기피증이 확산하고 있다. [사진 존스홉킨스대학교 CSSE팀 홈페이지 캡처]

1월 31일 오후 기준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 현황을 보여주는 온라인 지도. 확진자가 9776명에 이르고, 213명이 사망했으며, 187명이 완치돼 퇴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확진자 9658명과 사망자 전원이 중국에서 나왔다.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중국인은 물론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과 기피증이 확산하고 있다. [사진 존스홉킨스대학교 CSSE팀 홈페이지 캡처]

현재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2019-nCoV)에 의한 폐렴이 광범위한 지역에서 아시아인 전반에 대한 인종차별이라는 반인륜적인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채인택의 글로벌 줌업] #르몽드, “베트남·필리핀·한국인 차별” #일본 유학생, 학교서 기침했다 봉변 #프랑스 일부 아시아인 싸잡아 모욕 #캐나다 학부모, 중국학생 분리 서명 #지역 교육위원회, “용인할 수 없다” #중국 식당 소개 기사엔 차별 댓글 #영국 사립학교협회, “인종차별 경계” #원인은 바이러스인데 아시아인 차별 #한국인도 싸잡아 차별·혐오 대상으로

"아시아계 상대론 장사 안한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최근 ‘“바이러스 주의해, 지저분한 중국인”-코로나 바이러스 퍼지며 아시아인 대상 인종차별도 번져’라는 기사에서 전염병이 아시아인 전체에 대한 차별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목에 나온 말은 베트남계 프랑스 ‘민’이 거리에서 들은 실제로 들은 모욕적인 발언이다. 민은 “너는 프랑스에서 환영하지 않아”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프랑스에서 감염자가 나왔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의 일이었다.

프랑스 파리의 베트남 식당인 '콤 오 베트남'의 주인인 파스칼 코를리에가 텅 빈 가게에서 망연자실하고 있다. 프랑스에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환자가 나오면서 아시아계와 아시아 문화에 대한 기피증의 확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파리의 베트남 식당인 '콤 오 베트남'의 주인인 파스칼 코를리에가 텅 빈 가게에서 망연자실하고 있다. 프랑스에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환자가 나오면서 아시아계와 아시아 문화에 대한 기피증의 확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파리 교외 퐁트네수부아의 대형 수퍼마켓에서 아들 존(가명)과 함께 장을 보던 필리핀계 엄마는 한 젊은이로부터 대놓고 “바이러스 조심해, 중국인”이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리용의 치즈 가게를 찾았던 엘로디는 “아시아계를 상대로는 영업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울음을 터뜨려야 했다.
미디어에서 개인위생을 강조하는 기사가 나오자 이런 차별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프랑스 이름이 쥘리인 일본계 유학생은 학교에 갔다가 기침을 하자 주변 사람으로부터 “너는 모두를 감염시키려고 한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중국인이 많이 찾는 프랑스 파리의 면세점에 손님이 끊겨 한산하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인이 많이 찾는 프랑스 파리의 면세점에 손님이 끊겨 한산하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부 프랑스인, 아시아인 전체 싸잡아 차별

이런 인종차별은 캄보디아계·한국계를 따지지 않고 모든 아시아계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실제로 동아시아의 한국·중국·일본인을 육안으로 구분하기는 쉽지 않으며, 서구인이 동아시아·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 사람을 구별하기란 더더욱 어렵다. 영어·프랑스어·독일어 등 서구 언어의 ‘아시아인’이라는 단어에는 동아시아·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는 물론 인도계까지 포함한다. 결국 화살은 한국인에게도 낳아오고 결국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결국 프랑스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 사태는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심리가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계기로 고개를 든 것으로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이민자의 천국으로 알려진 캐나다에서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환자가 나오면서 중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 이민자를 싸잡아 기피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민자의 천국으로 알려진 캐나다에서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환자가 나오면서 중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 이민자를 싸잡아 기피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캐나다에서도 사스 사태 이어 중국인 혐오 재발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비이성적인 아시아인 차별과 외국인 혐오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무지개의 나라’ ‘관용 국가’ ‘이민자 천국’으로 통하는 캐나다도 예외가 아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는 지난주 ‘캐나다의 중국인 공동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종차별적 매도 당해’라는 제목의 토론토발 기사로 이런 상황을 우려했다. 캐나다의 중국인 공동체가 인종차별적 매도를 당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가디언은 토론토 거주 중국계 캐나다인 테리 추가 최근 “소수민족은 주류 계층이 아니라 이런 상황에서 인종차별의 대상이 된다”고 주의를 촉구한 사실을 전했다. 추는 다른 중국계 엄마들에게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인종차별 고조를 우려하는 내용을 트위터에 올렸다. 추는 캐나다에서 확진 환자가 나오자마자 곧바로 중국인 공동체가 인종차별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는 2003년 사스 사태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캐나다 주민과 관광객이 중국인이 운영하는 가게를 기피하면서 중국인 공동체는 10억 캐나다 달러(약 9000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차이나 타운의 가게에 마스크가 동이 났다는 표시가 붙어있다. 이민자의 천국이라는 캐나다에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가몀 확진자가 나오면서 중국인에 대한 차별과 기피가 확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차이나 타운의 가게에 마스크가 동이 났다는 표시가 붙어있다. 이민자의 천국이라는 캐나다에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가몀 확진자가 나오면서 중국인에 대한 차별과 기피가 확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으로 돌아가라’ 댓글도

가디언은 “일부의 분별없는 과잉 우려가 2020년에도 도시를 마비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정의를 위한 중국계 캐나다인 전국위원회’의 에이미 고 위원장은 “이번에는 2003년과 다를 것으로 기대했지만, 당시와 상황이 똑같은 것은 물론 (소셜미디어에 의해) 갈수록 증폭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 토론토에 새로 문을 연 중국 식당 평가가 나오자 인종차별적인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토론토 북부의 요크 학군의 학부모들은 중국을 여행했던 학생은 17일간 등교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인터넷 청원을 시작해 9000명 이상이 서명했다.
한 청원 서명자는 “야생동물 식용해 주변을 감염시키는 일을 중단하라”며 “확산을 중지하고 스스로 검역하든지 돌아가라”는 댓글을 달았다. 일부 중국인이 야생동물을 별미나 과시용으로 먹기는 하지만 그런 행동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발병과 확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는데 이를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중국에서 2차로 귀국한 교민과 유학생들이 1일 수용시설인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도착한 가운데, 교민들을 응원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다.[사진 김성태]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중국에서 2차로 귀국한 교민과 유학생들이 1일 수용시설인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도착한 가운데, 교민들을 응원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다.[사진 김성태]

호주선 ‘중국인 밀집 지역 위험’ 글 돌아

208개 학교가 있는 요크 지역의 교육위원회는 인종을 기준으로 학생들을 표적으로 삼는 행위를 비난했다. 요크 지역 교육위원회 책임자들은 “우리는 중국계 가정에서 근심과 불안이 관심이 증폭되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개인이 타인의 위험성을 억측하거나 검역을 요구하는 것은 편견과 인종차별을 보여주는 것으로 본다”라고 지적했다.
인종차별적 행동은 중국인 이민자가 많은 호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아시아인 주민 비율이 많은 지역에 공포심을 촉발하는 내용의 거짓 건강정보를 담은 글들이 인터넷에 돌고 있는 것이 그 중의 하나다. 이 사실은 퀸즐랜드의 던컨 페그 하원의원이 이런 글들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알려졌다.

지난 1일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중국에서 귀국한 교민과 유학생들을 수용하고 있는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정문에서 경찰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김성태]

지난 1일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중국에서 귀국한 교민과 유학생들을 수용하고 있는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정문에서 경찰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김성태]

영국사립학교협회, 차별 없도록 당부

영국 BBC 방송이 최근 보도했다. 영국 사립학교협회는 지난달 27일 산하 학교에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외국인 혐오 징후를 경계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협회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산과 관련해 “급변하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라”면서도 학생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대부분의 영국 사립학교에는 중국 학생이 다니고 있으며 상당수는 성탄절부터 새해 초까지 이어지는 중간방학 기간에 본국에 다녀온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영국 보건부는 중국에 다녀온 사람은 자신과 가족, 주변 사람을 위해 14일간 자가 격리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따라 중국계 학생들이 주변으로부터 예기치 못한 차별을 받으며 혐오 대상이 되는 것을 미리 경계한 공문을 보낸 것이다.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가 분리해 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자현미경 사진. [연합뉴스]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가 분리해 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자현미경 사진. [연합뉴스]

밝혀진 감염 원인은 바이러스뿐

인종차별주의자들은 전염병이 중국에서 발병했다고 중국인을 차별을 당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이고 비윤리적이다. 현재 확산 중인 전염병이 중국 우한(武漢)에서 발병하고 사망자와 감염자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나온 건 맞다. 중국에서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원인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2019-nCoV)라는 미생물이지 중국인이나 아시아인 같은 인종이 아니다. 범유행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외부에서 흘리는 중국 야생동물을 먹는 일부 중국인의 식습관, 위생상태는 과학적인 원인으로 지목되지 않았다. 분명한 원인은 이미 밝혀졌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2019-nCoV)’다. 중국 보건 당국이나 관리 조직이 초기에 적극적이고 투명하게 대응을 하지 못해 확산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중국에서 2차로 귀국한 교민과 유학생들이 1일 수용시설인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도착한 가운데, 교민들을 응원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다.[김성태]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중국에서 2차로 귀국한 교민과 유학생들이 1일 수용시설인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도착한 가운데, 교민들을 응원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다.[김성태]

국적·출신 아닌 감염·전염 가능성만 따져야

하지만 문제는 국적이나 출신이 아니라 감염과 전염 가능성이다. 감염 지역에 여행했거나 거주했던 사람이 국경을 넘어오면 철저한 검역으로 감염 여부를 확인해 고위험자는 격리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잠복기를 감안해 2주정도 관찰하는 게 과학적인 방법이다. 이 과정에서 국적이나 출신이 들어갈 틈은 없다. 과학적으로 따져 전염병의 원인이 바이러스다. 그런데도 애꿎은 중국인, 더 나아가 서양인이 구분하지 못하는 아시아인 전체를 차별과 혐오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비합리의 극치다. 4500~2600년 전인 고대 아시리아(기원전 25세기~기원전 605년)에선 병에 걸린 사람에게 신의 뜻을 거슬렀다며 벌을 줬다고 한다. 지금은 고대가 아니라 21세기가 아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중국 후베이성 각 지역은 방호복 등 의료 물자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중국 중신망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중국 후베이성 각 지역은 방호복 등 의료 물자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중국 중신망 캡처]

바이러스와 전쟁 중인 중국, 최대 피해국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국가로 현재 가장 치열하게 이 병원체와 싸우고 있다. 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으려면 그런 중국을 돕는 게 합리적이다. 전염병은 인류의 재해다. 전염병 대응에는 국가·민족 간의 감정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그런 것은 다함께 힘을 합쳐 전염병을 물리친 다음에나 따질 일이다. 감정이나 비난으로 전염병을 막을 수 없다.
이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은 중국만의 일도 아니다. 우리 발등에 떨어진 현안이다. 한국에서의 확산 방지는 이제 한국 정부가 책임지고 수행해야 할 임무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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