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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에듀] 수행평가에 중요한 글쓰기 실력,확 끌어올리려면?

중앙일보

입력

현 교육과정은 '과정 중심 평가'를 강조한다. 따라서 수행평가와 교내 대회, 교내 활동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동안 학생들은 쏟아지는 학원 숙제와 중간, 기말 등의 지필고사 준비 와중에서도 한꺼번에 몰려드는 수행평가를 해내야 했다. 부담이 넘치다 보니 옆에서 수행평가를 도와주는 일도 생기고, 그러다 보니 '부모 숙제'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도 생겼다. 올해부터는 교육부에서 이러한 '과제형 수행평가'를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학생 측의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지하나 샘의 교육을 부탁해" #비판적, 독창적 사고력 밑바탕 돼야 #가족 함께 영화 관람 후 감상문 작성 #같은 책 반복 읽기, 생각 훈련 등 필요

하지만 그 영향으로 더 긴급하게 필요해지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글쓰기'의 기본 역량이다. 수행평가 글쓰기의 특성상 글의 길이가 '성실성'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쓰기만 하면 기본 점수는 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수업시간 내에 서·논술형 평가가 완료되어야 하니, 순간적으로 글의 짜임새를 구상하고 써 내려 가지 않으면 기본적인 분량 채우기도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수행평가의 고득점을 노리는 입장이라면 양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어필할 수 있는 글쓰기를, 그것도 몇십분 이내에 써내려갈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갈수록 학생들의 글쓰기 실력이 저하된다는 것이다. 요즘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의 글을 읽어도, 십년 전의 공부 못하는 학생의 글보다 더 유치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한번은 '논어'를 배우고 '공자' 영화에 대한 감상문을 쓰는 수행평가를 하면서, 더는 '뻔한' 글을 보고 싶지 않은 마음에 신신당부했다.

줄거리를 최소화해라, 자신의 삶과 연관 지어서 써라, 그리고 비판적, 확산적 사고를 통해 공자의 삶을 현대적 관점으로 재해석해야 고득점이 된다는 등 평가 요소를 몇 번이나 강조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제출된 글의 90% 이상이 줄거리 요약에 간단한 느낌을 '끼얹은' 정도였다. 7% 정도가 자신의 삶과 관련된 이야기를, 3% 정도만이 현대적 관점으로 재해석을 시도했다. 어려서부터 영상 위주의 미디어에 노출되니 언어적 민감성을 기를 새가 없고, 대다수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따라가도록 알고리즘이 짜여 있으니 독창적 사고와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다.

글쓰기는 다만 수행평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그리고 직장에서 몇 번이고 발생하는 프리젠테이션도 글쓰기 구성에서 나온다. 그뿐만 아니라 생각을 정돈하고 확장하며, 독창적 사고를 확보하기 위한 훈련으로 글쓰기만 한 것이 없다. 보통 글쓰기를 최종 결과물로 보기 쉽지만, 글쓰기를 활용하여 지적·인지적 성장을 유도하는 방식은 선진화된 교육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이 '생각 없이' 본문을 달달 외우고 있을 때 (지루하고 재미없는 외우기가 가능하게 하려면 생각을 죽이는 수밖에 없으므로 ) 누군가는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며, 관련된 것을 선별하며 좁히고, 자신만의 색깔을 확보하기 위한 에세이를 쓰면서 밤을 새우곤 하는 것이다. (종종 필수 과정에 시 쓰기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자기 생각의 농도가 한층 짙어지는 글쓰기이기 때문이다.)

자녀들에게 독창적 글쓰기와 생각을 훈련하기보다, 단순한 지식 습득과 연산 훈련을 반복하게 한 결과는 어떤가? 그들은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어떤 정보를 수집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주변 상황과 자기 위치에 걸맞은 행동 방식을 파악하지 못하며, 시키지 않은 일은 절대 알아서 하는 법이 없고, 스스로 결정하지 못해서 남들의 선택을 '검색'하고 비슷한 결과물을 제출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는 그런 '인재'로 자라나게 되었다.

우리의 교육 과정이 '과정 중심 평가'로 글쓰기 평가에 비중을 두면서도, 정작 글쓰기 훈련은 빠져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모든 과목을 글쓰기로 통합하는 방식의 교육 과정으로의 노력이 시도되고 있지만, 실제로 공교육에서 정착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고 사교육에 기대어 토론·논술 학원을 등록하자니, 남들과 똑같은 글이 나오도록 훈련시키는 걸 볼 수 있다. 요컨대 틀에 박힌 글이 좀 더 정돈돼서 나올 뿐인데, 그마저도 눈앞의 성적에 급급한 현실에서 다른 학원에 밀려 사라져 버리기 일쑤다. 따라서 '글쓰기를 통한 생각 훈련'이 필요하다고 여긴다면 초등학교 때부터, 그리고 가정에서부터 그 문화를 조성해보는 것이 좋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가족이 함께 공통의 콘텐츠를 감상하는 시간을 갖고, 이에 대해 다양하게 대화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달해줄 수 있는 영화나 드라마가 좋고, 잔소리가 아닌 동등한 관계의 대화가 이어지게 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 집의 경우 매주 금요일 밤에 '미디어 데이'를 지정해서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미디어 통제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으면 각자 자기 방에서 개인적인 취향만 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둘째, 자녀가 정보를 조사하고 발표할 기회를 호시탐탐 모색하도록 한다.여행이나 박람회 등을 갈 때, 며칠 전부터 관련 정보를 자녀가 조사하게 하거나, 함께 조사해 주는 것이다. 귀찮아하면서 발뺌하려고 하면 적절한 보상을 제시해 주는 것도 좋다. 정보를 수집하고 나면 여행이나 행사에 참여할 때의 재미가 훨씬 커짐을 느끼게 되는데, 이런 체험을 몇 차례 하게 되면 자연스레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셋째, 반복해서 보는 책은 글쓰기에 좋은 토대가 된다. 자녀가 유독 좋아하는 책이 생겨서 몇번이나 읽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왜 자꾸 그 책만 읽느냐고 하면서 방해하지 말도록 한다. 익숙해진 스토리 안에서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읽다 보면, 어휘나 표현 등이 자연스레 체화되면서 모방과 흉내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넷째, 책을 읽다가 발견한 좋은 문구나, 시적 표현 등을 함께 베껴 쓰는 활동도 좋다. 날짜와 함께 기록하다 보면 한 가족의 소중한 재산이 기록으로 남게 될 것이다.

다섯째, 자녀가 직접 블로그를 운영하도록 격려한다. 일상에서 발생하는 일과 거기서 느껴지는 감정을 블로그에 쓰도록 하고 처음에 간단한 보상을 부여해주는 것도 좋다. 이웃 수가 늘어가고 댓글 등 다른 이들과의 소통이 생기면 자연스레 글쓰기에 취미를 붙이게 된다. (나중에는 부모 흉도 보면서 감정을 푸는 순기능도 생긴다) 단, 블로그나 SNS의 특성상 단순히 정보만 제공하는 글에서 성장이 멈추게 될 수 있으므로, 어느 정도 익숙해진 이후로는 정식으로 글쓰기 수업 등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지하나 덕소고 교사

톡톡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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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덕소고 교사. 23년 차 베테랑. 한문 교사이자 1급 학습 코치 및 전문상담교사. 취미이자 직업이 학생 상담. 1000여 명의 학생의 학습 심리 테스트를 진행했다. 자기 주도 학습을 주제로 석사 논문을 썼고 학교에서 ‘자기 주도 학습 클리닉’과 ‘학종내비게이션’(학종 지도 프로그램)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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