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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건드릴 수 없다"···트럼프 다루는법 아는 사위 쿠슈너

중앙일보

입력 2020.02.02 05:00

업데이트 2020.02.02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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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백악관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듣고 있는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AFP=연합뉴스]

지난해 6월 백악관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듣고 있는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AFP=연합뉴스]

※ [후후월드]는 세계적 이슈가 되는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을 파헤쳐 보는 중앙일보국제외교안보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미국 워싱턴 백악관엔 130개가 넘는 방이 있다. 집무 공간인 웨스트윙의 아담한 사무실 방문엔 작은 파란색 명패가 붙어있다. ‘재러드 쿠슈너.’ 직함 따윈 필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면서 백악관 수석 고문인 그를 모르면 간첩이니까. 트럼프 대통령이 신임하는 맏딸 이방카의 남편인 쿠슈너는 트럼프의 ‘투 톱 비선실세’ 중 하나다. 나머지 하나는 물론 그의 부인 이방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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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슈너의 방은 의외로 작다.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최근 커버 인물로 그를 인터뷰하면서 동시에 그의 사무실 영상을 독점 공개했는데, 얼추 15평(49.5㎡)이 채 안 되어 보인다. 야심가 쿠슈너가 이 방을 점찍은 이유는 따로 있으니, 장인이자 미합중국 대통령인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소인 개인 식당 바로 옆이기 때문. 쿠슈너가 타임에 “세상에서 제일 큰 방은 아니지만, 위치가 좋다”고 말한 이유다. 타임지는 “쿠슈너는 트럼프가 숨어있기 좋아하는 장소 바로 옆을 일부러 골랐다”고 전했다. 최고 권력자가 잠시 숨을 돌릴 때, 그에게 은밀히 다가갈 수 있는 장소.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타임(TIME)지 커버로 등장한 재러드 쿠슈너. 2017년에 이어 2020년에도 등장했다. [타임지 캡쳐]

타임(TIME)지 커버로 등장한 재러드 쿠슈너. 2017년에 이어 2020년에도 등장했다. [타임지 캡쳐]

트럼프와 쿠슈너의 관계는 단순한 장인과 사위를 뛰어넘는다. 쿠슈너의 작은 방을 가득 메운 액자들(트럼프가 좋아하는 금박 장식이 돼있다) 중 하나엔 트럼프의 친필 메시지가 이렇게 적혀있다. “멕시코 일, 정말 잘했어. 고맙다. 아빠가.”

재러드 쿠슈너의 백악관 집무실에 걸려있는 사진. 트럼프 대통령의 친필 메시지가 적혀있다. "멕시코 일 잘했어. 고맙다. 아빠가." [TIME 제공 유튜브 캡처]

재러드 쿠슈너의 백악관 집무실에 걸려있는 사진. 트럼프 대통령의 친필 메시지가 적혀있다. "멕시코 일 잘했어. 고맙다. 아빠가." [TIME 제공 유튜브 캡처]

타임지는 커버스토리 부제목을 ‘재러드 쿠슈너의 비범한 권력’이라고 달았다. 기사엔 “쿠슈너가 전반적 영역으로 그의 영향력을 넓혀가며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존재가 됐다”고 적었다. 장인처럼 금수저 출신 부동산 개발업자인 쿠슈너가 외교안보에 대해 뭘 알겠느냐는 세간의 의심에도 버티며 영향력을 확장하기까지 했다는 평가다.

트럼프의 친이스라엘 기조 뒤엔 유대인 사위    

쿠슈너는 2020년 들어 언론 인터뷰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타임지 커버스토리에 이어 지난달 28일엔 CNN의 간판 기자인 크리스티안 아만푸어와 화상 인터뷰를 했다. 장인 트럼프가 “가짜뉴스”라고 맹비난한 CNN에까지 등장한 것이다. 이유는 하나. 트럼프가 28일 공개한 중동 평화안을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해묵은 분쟁을 해결하겠다며 트럼프가 내놓은 이 평화안의 숨은 키맨이 바로 쿠슈너다.

CNN의 아만푸어가 그에게 중동 평화안의 허점과 팔레스타인 측의 우려를 언급하자 쿠슈너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이렇게 불만을 토로했다. “지금 당신은 내게 사실이 아닌 걸 언급하면서 해명할 기회도 안 주고 있다. 이런 인터뷰를 해야 하는 것 자체가 힘이 든다.” CNN과 아만푸어에 대한 공개 비판이다. 그 장인에 그 사위다.

지난해 3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과 함께 자리한 쿠슈너.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3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과 함께 자리한 쿠슈너.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가 이번에 제시한 중동 평화안의 핵심은 예루살렘을 완전히 이스라엘의 수도로 팔레스타인이 인정해주고, 요르단 서안 소재 이스라엘 유대인 정착촌도 인정한다면 미국이 500억 달러(약 59조원)의 경제개발기금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은 “예루살렘은 돈으로 바꿀 수 없다”며 발끈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으로서는 애당초 이 안을 수용할 수 없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쿠슈너가 함께 입안한 작품이라는 의구심 때문이다. 쿠슈너는 네타냐후 총리가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이 구상을 함께 발표하는 자리에서 예의 옅은 미소를 지으며 배석했다. 쿠슈너의 가문은 이스라엘 기업과 밀접한 사업관계를 맺어온 데다, 네타냐후 총리와 개인적 친분도 상당하다. 네타냐후 총리는 백악관에 초청된 자리에서 “나는 재러드가 꼬마였을 때부터 봐왔지”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세기의 금수저 커플, 이별할 뻔했던 이유는  

쿠슈너는 뼛속까지 친이스라엘 성향을 갖고 있고, 이를 공개적으로 서슴지 않고 표현한다. 이방카와 교제할 때도 “유대교로 개종하지 않으면 사귈 수 없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고, 실제로 한 번 헤어졌다. 결국 이방카가 유대교로 개종하면서 이들은 2009년 결혼에 골인했다. 세기의 금수저 커플 탄생이었다. 당시 뉴욕타임스 결혼 소식란에 실린 기사에도 유대교 랍비가 결혼식을 집전했다는 내용이 강조돼 있다.

지난해 10월 손잡고 함께 걸어가는 미국의 파워커플, 이방카 트럼프와 재러드 쿠슈너. [AP=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손잡고 함께 걸어가는 미국의 파워커플, 이방카 트럼프와 재러드 쿠슈너. [AP=연합뉴스]

키 180㎝에 킬힐을 즐기는 이방카로선 자기보다 11㎝가 더 크고, 아버지와 비슷한 길을 걸어온 금수저 성공남인 쿠슈너를 놓칠 수 없었을 거라는 게 결혼 당시 미국 매체들의 평이었다. 이방카는 결혼 직전 뉴욕매거진과 인터뷰에서 “재러드는 정말 좋은 아빠가 될 것”이라며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딸 하나와 아들 둘을 두고 있다. 쿠슈너는 이방카와 다정히 손을 잡거나 아이들을 안은 채 걸어가는 사진들을 자주 공개한다. 가족에 충실한 남자라는 이미지 메이킹에도 충실한 셈이다.

지난해 7월 휴가를 보내고 돌아오는 쿠슈너와 그의 자녀들. [AFP=연합뉴스]

지난해 7월 휴가를 보내고 돌아오는 쿠슈너와 그의 자녀들. [AFP=연합뉴스]

쿠슈너는 하버드대를 졸업했고 (당시 그의 가문의 입김 덕에 입학했다는 구설에도 올랐다) 뉴욕의 젊은 부동산 재벌로 이름을 날렸다. 언론계에도 관심을 보여 뉴욕 옵저버라는 주간지를 매입했는데, 이 잡지의 엘리트층 독자들은 항의의 뜻으로 구독을 끊었다고 한다. 그러나 오히려 대중의 입맛에 맞춘 기사들이 호응을 얻어 구독자 수는 더 늘었다는 후문이다.

쿠슈너가 트럼프를 다루는 비법

그에 대한 정통 관료들의 평은 엇갈린다. 그는 트럼프가 대선에 출마하기 전까지 민주당 지지자였다. 후원금도 연 1만 달러 이상 내곤 했다고 한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한 실망을 표명한 뒤 공화당 지지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장인의 대통령 당선 후 쿠슈너는 백악관에서 트럼프의 총애를 받으며 승승장구 중이다.

쿠슈너는 트럼프 대통령을 다루는 법도 타임지에 살짝 공개했다. “기억해둘 것은 파도를 만드는 건 대통령의 몫이라는 것이다. 당신이 직접 나서서 파도를 만들면 안 된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대통령이 만들어낸 파도에서 서핑을 멋들어지게 하는 것. 그뿐이다.”

지난해 6월30일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방문에 동행한 이방카와 쿠슈너. [AP=연합뉴스]

지난해 6월30일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방문에 동행한 이방카와 쿠슈너. [AP=연합뉴스]

그에 대해 한 트럼프 정부의 공무원은 타임지에 익명을 전제로 “쿠슈너가 처음부터 제대로 하는 일이라곤 없다. 잘 되는 것 같은 일이면 중간에 치고 들어와서 숟가락 하나 얹고 공을 다 가져가고, 잘 안 되는 일이면 중간에 쓱 빠져나간다”고 비판했다. 다른 공무원 역시 “제대로 아는 게 없다”고 혹평했다. 그러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대표는 타임에 “쿠슈너는 터프하고 대통령의 의중을 100% 이해한다”며 “밤 11시까지 회의도 마다 않고 열심이다”라고 변호했다.

쿠슈너 역시 자신에 대한 비판을 인지하고 있다. 그는 타임지에 “내가 일군 성과들이 나를 변호해 주리라 믿는다”며 “대통령은 나를 신뢰하고, 나는 대통령을 위해 수많은 일을 해냈다”고 말했다. 1981년생인 그가 수년 후 ‘제2의 트럼프’의 꿈을 꾸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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