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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나빠지면 관절도 위험…봄철 변덕 날씨 ‘심술’ 조심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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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1호 28면

생활 속 한방 

올해도 어느덧 2월로 접어들면서 추위가 한풀 꺾이는 모양새다. 오는 4일이면 벌써 절기상 봄의 초입에 해당하는 ‘입춘(立春)’을 맞는다. 예년보다 이번 겨울은 포근했다지만 생명이 움트는 따뜻한 봄기운은 나이가 들어도 항상 반갑게 느껴진다.

기온 변화에 취약한 어르신 위협 #심혈관 이상 땐 혈액 공급 차질 #산소·영양 부족해진 연골 퇴행 #장기간 관절염 앓는 47만명 분석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 16% 높아

그러나 겨울과 봄 사이의 환절기는 꽃샘추위가 찾아오는 등 날씨의 변덕이 심한 편이다. 이러한 계절적 변화에 몸이 적응하지 못해 각종 신체적 증상을 겪는 이들이 적지 않다. 봄철 환절기에 많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심혈관 질환을 꼽을 수 있다. 급격한 기온 변화로 인해 혈관의 수축과 이완이 반복돼 심장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이맘때면 노인들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노인실태조사(2017)에 따르면 만성 질병을 2개 이상 겪고 있는 환자가 73%에 달한다. 일반인도 각종 질환으로 고생하는 봄철 환절기에 가뜩이나 면역력과 체력이 약한 노인들은 더욱 힘든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급격한 혈관 수축·이완 심장에 큰 부담

봄철 환절기 심혈관 질환은 그 자체만으로도 건강에 큰 영향을 끼치지만, 자칫 관절 질환이 발생·악화할 위험성이 있는 만큼 전반적인 건강관리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내과 질환인 심혈관 질환과 외과 질환인 관절 질환은 서로 연관이 없는 듯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앞선 노인실태조사에서도 고혈압, 관절염, 고지혈증, 요통·좌골신경통, 당뇨병 순으로 심혈관·대사 질환과 근골격계 질환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2016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심혈관 질환 위험요인과 무릎 관절염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고혈압·당뇨병 등 질환이 무릎 관절염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심혈관 질환이 없는 집단의 평균값을 1로 보았을 때, 고혈압·당뇨병이 있는 환자의 무릎 관절염 유병률 값(오즈비)이 각각 1.26과 1.19로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 연구팀은 전신에 혈액을 공급하는 심혈관계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 연골이 혈액으로부터 산소와 영양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관절의 퇴행이 가속화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외국에서 진행된 또 다른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스웨덴 스카네 대학병원 마르틴 엥글룬드 교수 연구팀이 45~84세 남녀 47만9000여 명을 2003년부터 2014년까지 분석한 결과, 연구 대상자 중 장기간 관절염을 앓은 환자의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16%나 높게 나타났다. 관절염 진단 이후 경과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더욱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8년 심혈관·관절 질환의 월별 환자 수 추이를 살펴보면 각 질환의 시기별 환자 증감 폭이 유사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겨울에서 봄으로 옮겨가는 2~3월의 환자 증가 폭이 높았다.

결국 심혈관 질환과 관절 질환을 각각 개별적으로 인식하기보다 질환 간의 연관성을 고려해 복합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인체를 각 부위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유기체로 보는 한의학의 기본적인 원리와 매우 유사하다.

한방에서는 모든 병은 부조화로부터 시작된다고 여긴다. 따라서 오장육부의 전체적인 균형을 매우 중시한다. 몸 한 곳에 문제가 발생하면 그 영향이 점점 주변에 미쳐 다른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한방에서는 각종 봄철 환절기 증상 완화를 위해 환자 체질에 따라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개선하는 치료를 한다. 허약해진 오장육부의 기능을 증진하는 한약을 복용하고 침 치료와 뜸 치료를 통해 기혈과 전체적인 경혈 흐름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비틀린 관절·근육·인대의 위치를 바르게 교정하는 추나요법의 경우 근골격계 질환 치료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 증진도 고려한 치료라 할 수 있다. 전신의 균형을 맞춰 경락의 흐름을 개선함으로써 불안정한 신진대사를 규칙적인 상태로 바꾸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활기찬 봄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몸도 봄맞이 준비를 착실히 해나갈 필요가 있다. 체력 유지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운동이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기본 체력을 유지하고 대사량을 늘리면 각종 질환의 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운동을 통해 체중을 5~15% 줄이면 당뇨병·고혈압 등 성인병의 원인인 대사증후군 발생률이 절반가량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러나 겨우내 쉬고 있던 몸을 갑자기 움직이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으니 초기에는 전신을 풀어주는 걷기, 조깅 등으로 운동을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따뜻한 물 샤워·반신욕 자주 하면 예방 효과

또한 체온이 높을수록 혈액순환이 원활해져 면역력이 높아지고 근육과 인대도 이완돼 관절 질환의 위험성도 줄어든다. 체온이 1도만 낮아져도 면역력은 약 30% 떨어진다고 한다. 봄철 환절기는 일교차가 심하므로 외출 시 얇은 옷을 여러 겹 준비해 체온을 효과적으로 조절해야 한다. 따뜻한 물로 샤워나 반신욕을 자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봄철 미세먼지도 심혈관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마스크·모자 등을 착용해 체내 미세먼지 유입을 최대한 피하고 귀가 이후 눈·코·입을 충분히 씻어준다. 눈 안쪽 콧대에 위치한 ‘정명혈’과 콧방울 양쪽에 움푹 들어간 ‘영향혈’을 수시로 지압해주면 눈과 코의 피로를 해소하는 데 효과가 있다.

병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병의 원인이 될 만한 요소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역으로 병을 치료하는 가장 좋은 방법 역시 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봄은 새로운 한 해의 시작, 풍요, 부활의 의미를 담고 있다. 싱그러운 봄의 정취를 맞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건강관리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박병모 한의학 박사·자생의료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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