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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격리 첫날 우한 유학생 "감염 공포보다 감금이 낫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을 피해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귀국한 교민 200명이 31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도착해 격리해 수용됐다. 이들은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미니버스 14대에 나눠타고 오전 10시 50분쯤 김포공항을 출발해 이날 낮 12시 45분쯤 경찰 인재개발원에 도착했다.

200명 격리수용된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방에는 개인 침대와 화장실,책상 등 갖춰 #외부 출입 금지, 갖다주는 식사는 방에서 #

이곳에 수용된 교민과 유학생들은 방 하나에 1명씩, 즉 1인 1실 원칙으로 철저하게 격리된 채 생활을 한다. 신종 코로나 감염 여부도 조사받는다. 임시생활시설인 인재개발원에 수용된 첫날, 유학생 등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들어봤다.

인재개발원 2층의 한 방에서 생활하게 된 중국 대학교 유학생 K(27)씨. 그는 인재개발원 입소 때 체온을 쟀으나 고열 등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보건당국에선 신종 코로나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그의 침(타액)을 받아 갔다.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내부.[사진 독자제공]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내부.[사진 독자제공]

생수와 속옷 등을 지급받고 이날 오후 2시쯤 문 앞에 갖다 놓은 점심을 챙겨 방 안에서 식사를 했다. 메뉴는 밥과 미역국, 양념 된 돼지고기, 돈가스, 김치, 메추리 알 등이었다.

그가 생활할 방에는 침대 2개와 TV 1대, 개인 책상, 화장실 등이 있다. 방에는 오늘 자 신문과 함께 산문집 책 1권도 비치돼 있었다. 도착 이후 책과 신문을 읽거나 TV를 시청하며 시간을 보냈다.

하루 세끼 밥은 계속 문 앞에 갖다 준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한다. K씨는 “문밖으로 나가지 못한다”며 “밖으로 나가지 못하지만, 감염공포에 떨어야 했던 중국에 있는 거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그는 14일 동안 방안에 갇혀 생활하면서 중국에서 읽지 못했던 한국 신문이나 책을 읽으며 자기계발을 할 예정이다. 또 틈만 나면 맨손 체조를 하는 등 건강을 챙길 예정이다.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내부. [사진 독자제공]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내부. [사진 독자제공]

“갑갑하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괜찮다”며 여유를 보였다. 그는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마음의 여유를 갖고 생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걱정하던 가족들이 제가 한국으로 돌아와서 한숨 놓은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인재개발원 방에 수용된 이태영(25)씨는 지역 주민에게 먼저 감사의 마음을 나타냈다. 중국의 한 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간 지 5개월 된 그는 첫 전세기를 타고 서울 김포공항을 거쳐 이곳에 왔다.

이씨는 “지역 주민 반대가 심하다는 기사를 보고 걱정 많이 했는데 막상 시설에 들어갈 때는 반대가 없었다”며 “우리 중에 보균자가 있을지 모르는데 몇몇 시민들은 오히려 환영해주시는 모습을 보니 정말 감사했다”고 말했다.

아산 시민들은 귀국하는 우한 교민을 따뜻하게 품겠다는 의미를 담아 'We are Asan'(우리가 아산이다)이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증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내부.[사진 독자제공]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내부.[사진 독자제공]

이씨는 매일 두 번씩 체온측정과 같은 검진을 받으며 생활한다. 방은 1인 1실이 원칙이고 세면도구, 쓰레기봉투, 손 세정제 등 물품을 받았다고 한다. 본지가 입수한 현장 영상을 보면 1.5리터짜리 물 9병도 방마다 놓여 있었다.

이 씨는“시설 안에서도 가능한 방 밖 외출을 자제해야 하고 식사 시간이 되면 방 안으로 도시락이 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족들이 '그저 몸 건강히 지내다가 돌아오기만 해달라'고 했다"며 "지역 주민께 민폐 끼치지 않고 안전하게 돌아가는 게 목표다”고 했다.

경찰 교육기관인 경찰인재개발원은 177만㎡ 터에 638개 방(2인 1실)을 보유한 숙소, 공연시설(1800석, 460석), 대운동장 등을 갖추고 있다. 숙소에서는 하루 최대 1276명이 동시에 생활할 수 있다.

황선윤·이태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영상=김한솔 kim.hansol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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