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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우한폐렴에 떠는 삼성·애플···당장 아이폰 생산 차질 불가피

중앙일보

입력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팀 쿡 애플 CEO가 지난 21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모습.[AP=연합뉴스]

팀 쿡 애플 CEO가 지난 21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모습.[AP=연합뉴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28일(현지시간) 컨퍼런스콜에서 투자자들에게 건넨 말이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중국발 우한 폐렴이 애플에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공식 인정한 것이다.

지난 25일 중국 베이징의 한 도심에서 중국 시민이 마스크를 쓴 채 아이를 데리고 가고 있다.[EPA=연합뉴스]

지난 25일 중국 베이징의 한 도심에서 중국 시민이 마스크를 쓴 채 아이를 데리고 가고 있다.[EPA=연합뉴스]

쿡은 중국 내 애플 직영매장 한 곳을 폐쇄했다고 밝혔다. 당연히 폐렴 여파 때문이다. 또 “애플의 중국 내 위탁 판매업체들도 상당수가 매장 문을 닫았다” 고 했다. 결국 이로 인해 "폐렴의 발원지 우한 이외의 곳에서도 최근 수일간 판매에 영향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판매보다 더 중요한 건 생산이다. 쿡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처음 출현한 중국 우한 지역에 (애플의) 부품 공급업체 일부가 있다”며 “우한 이외의 지역에 있는 애플 생산 시설도 중국 정부의 권고에 따라 다음 달 10일까지 조업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여전히 세계의 공장이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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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기술 굴기를 통해 자체 브랜드를 급속히 구축해 나가고 있지만 현재로썬 아직도 많은 글로벌 기업이 중국의 대규모 노동력을 이용해 자신들의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중국이 휘청대면 글로벌 업체들도 근심에 빠진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왼쪽)가 2014년 10월 중국 정저우에 있는 폭스콘 아이폰6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왼쪽)가 2014년 10월 중국 정저우에 있는 폭스콘 아이폰6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애플이 대표적이다. 아이폰을 포함한 주요 제품은 대만 폭스콘 등 외주업체가 조립해 완성한다. 그런데 조립의 무대가 중국이다. 애플이 중국 전역에 둔 직원만 약 1만 명이다.

오죽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심할까.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맨 오른쪽)이 미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애플의 공장을 방문해 팀 쿡 애플 CEO(왼쪽에서 2번째)의 설명을 듣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맨 오른쪽)이 미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애플의 공장을 방문해 팀 쿡 애플 CEO(왼쪽에서 2번째)의 설명을 듣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중국산 제품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 주요 업체들에도 중국산 제품을 수입하면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으름장까지 놨었다. 그런 트럼프도 지난해 8월 “애플의 경쟁자 삼성이 한국에 있어 (대중) 관세를 내지 않지만 (애플은 관세로 인해) 타격을 입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애플에 부과될 예정이던 대중국 관세를 면제해 줬다. 애플이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한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이러니 쿡 CEO로선 우한 폐렴이 큰 근심거리일 수밖에 없다. 아이폰 등 자사 제품 생산과 판매에 큰 타격을 주지 않을까 노심초사할 수밖에. 당장 3월 공개 및 출시를 할 예정이었던 4.7인치 보급형 스마트폰 아이폰SE2 생산에 차질이 있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 통신에 “중국 폭스콘과 다른 부품 제조 허브에 있는 직원들의 이동 등이 제한돼 있다면 공급망 붕괴가 우려된다”며 “중국발 우한폐렴 사태가 더 퍼지면 애플 전체 공급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쑤저우 공장.[중앙포토]

삼성전자 쑤저우 공장.[중앙포토]

애플만 그런 게 아니다. 당장 애플의 경쟁자 삼성이 우한과 가까운 쑤저우에 공장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쑤저우가 1994년 만든 경제특구인 쑤저우공업원구에 공장을 운영 중이다. 이곳엔 반도체를 제품에 사용 가능한 형태로 만드는 삼성전자 반도체 후공정 공장, 삼성디스플레이 LCD(액정표시장치) 공장, 가전 공장이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쑤저우시는 춘제(春節) 연휴 이후에도 이주 근로자들의 공장 복귀를 최소 일주일 늦춰 줄 것을 각 기업에 지시했다. 중국 정부가 춘제 연휴 기간을 2월 2일로 늦춘 것과 별도로 쑤저우시는 별도 최소 2월 8일 24시까지 모든 기업의 공사 및 업무 재개를 하지 말도록 지시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은 멈추면 큰 손실이 오기 때문에 연휴에도 정상 가동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중국 정부의 권고를 막무가내로 거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전자 측은 “내부적으로 운영방안을 협의 중"이라며 "가전 공장의 경우 춘제 기간 가동하지 않고 있고, 정부 방침에 따라 가동하지 않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삼성은 중국에 진출한 계열사별로 각사가 자체 태스크포스(TF) 팀을 만들고 현지 상황을 수시로 살펴보고 있다.

애플과 삼성만 떠는 게 아니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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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중국에는 많은 글로벌 기업이 발을 담그고 있다. 특히 우한 지역에 많다. 미국 비즈니스 잡지 '서플라이체인 매니지먼트 리뷰(SCMR)'에 따르면 우한에는 일본 닛산과 혼다, 미국 GM과 같은 유명 자동차 업체의 공장이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 IBM, 지멘스, 월마트 등도 공급망 거점으로 삼고 있다. 일찌감치 개발돼 각종 비용이 비싼 중국 동부 해안가보다 우한과 같은 중부 내륙 지방은 아직 생산 비용이 낮은 장점이 있어서다. 이들 기업이 코로나 바이러스 앞에 멈춰 서게 됐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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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폐렴 사태가 언제 진정될까. 최소한 몇 달간은 더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지만 아직 확실한 건 없다.

그나마 분명해진 건 있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글로벌 업체들에게 차이나 리스크를 각인시켰다는 점이다. 로즈마리 코츠 미국 리쇼어링 연구소장은 SCMR에 기고한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글로벌)공급망 참여자에게 큰 깨달음을 줬다. 부품공급·제품 생산에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이라도 플랜B, 플랜C를 마련하라.”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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