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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투어에 도전장 던진 PGL, 성공 열쇠는 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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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PGL 창설 움직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제이 모나한 PGA 커미셔너. [AFP=연합뉴스]

PGL 창설 움직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제이 모나한 PGA 커미셔너. [AFP=연합뉴스]

골프판 ‘프리미어리그’ 창설 소식에 세계 골프계가 요동쳤다.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를 능가할 수도 있는 새로운 투어의 등장 가능성에 술렁인 것이다. 실제 리그가 만들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

WGG “2022년 새 골프 투어 창설” #PGA투어, 선수에 선택 묻는 메일 #매킬로이, PGL 첫 거부의사 밝혀

골프 프리미어리그 창설은 26일 로이터 보도를 통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영국에 본사를 둔 월드골프그룹(WGG)이라는 단체가 2022년 1월 프리미어골프리그(PGL)를 창설한다는 내용이다. PGA투어에 대항하는 프로골프 투어 창설 시도는 1994년에도 있었다. 그렉 노먼(호주)이 호주 출신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을 등에 업고 추진하다 실패했다.

WGG에 따르면 PGL은 골퍼 48명이 총상금 2억4000만 달러(약 2800억원)를 놓고 8개월간 18개 대회를 치르는 형식이다. 총상금은 PGA투어(4억 달러·4700억원)의 60% 수준이지만, PGA투어 대회가 49개(2019~20시즌 기준)인 걸 고려하면 대회당 상금은 PGL이 더 많다. PGL은 매 대회 총상금이 1000만 달러(118억5000만원)라고 밝혔다. 이는 PGA투어의 메이저 대회 평균 총상금 규모(약 1140만 달러)와 맞먹는다.

포맷도 PGA투어와 다르다. 18번째 최종전은 팀 대항전이다. 4라운드인 PGA투어와 달리 PGL은 컷 없이 3라운드로 진행한다. 18개 대회 중 10개는 미국에서 열린다. WGG는 보도자료를 통해 “세상에서 최고 상품을 보고 싶어하겠지만 골프는 현재 그렇지 못하다. (새로운) 리그가 기회가 될 것이다. 골프와 미래 세대 활성화를 이끌 것”이라고 주장했다.

WGG 관계자와 만나 프로암 라운드를 치렀던 필 미켈슨. [UPI=연합뉴스]

WGG 관계자와 만나 프로암 라운드를 치렀던 필 미켈슨. [UPI=연합뉴스]

WGG는 선수 수급부터 발 벗고 나섰다. 필 미켈슨(미국)은 30일 유러피언투어 사우디 인터내셔널을 앞두고 WGG 관계자들과 프로암 라운드를 했다. 미켈슨은 “어떤 것이 팬들과 스폰서를 위해 좋은 것인지 좀 더 생각해 보겠다”며 여운을 남겼다.

WGG가 제시한 낙관적 전망과 달리 골프계 반응은 차갑다. PGA투어가 발끈했다. 미국 골프 다이제스트는 29일 “제이 모나한 PGA 커미셔너가 최근 WGG 생각에 대한 의견 이메일을 선수들에게 보냈다. PGL이 실행될 경우, PGA투어 멤버로 투어 생활을 할지, 새 단체에서 활동할지 선택해야 할 거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다. PGA투어와 PGL을 함께 뛰는 건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PGL 기간이 PGA투어 메이저 대회 기간과 겹치고, 선수를 48명으로 한정한 것을 사실상 PGA투어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봤다. PGA투어가 위기감을 느꼈단 분석도 있다.

WGG가 실질적으로 투어를 운영할 만큼 실체가 있는 조직인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WGG는 미국 투자은행인 레인그룹과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사실 외에 어떤 단체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 자본과 미국 라스베이거스 스포츠 도박업체 투자를 받았다는 소문도 있다. 미국 골프채널은 “리그의 얼굴이 없다. 신뢰성이 떨어진다. 이 사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려면, 누가 이 사업을 주도하는지부터 먼저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WGG의 제안을 받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제일 먼저 공개 거부했다. 그는 “난 전통주의자다. 40~50년간 쌓아온 PGA투어의 방식을 잃고 싶지 않다. PGA투어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PGL의 아이디어가 PGA투어가 발전하는데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PGA투어의 상금과 대회 수 등이 지금보다 개선돼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 골프닷컴은 “PGA투어가 (PGL을) 막을 만큼 돈이 정말 많아야 한다. 결국 (리그 창설은) 돈에 달려 있다”고 풀이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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