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 조립, 매뉴얼대로 하지 말고 생각 가는 대로

중앙일보

입력 2020.01.29 12:00

[더,오래] 장현기의 헬로우! 브릭(3)

이번 시간에는 브릭 아트 작품의 제작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사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브릭 아트는 말 그대로 예술 행위인 동시에 놀이이기도 합니다. 브릭이라는 재료는 전 세계적으로 일반인에게 가장 많이 보급된 예술작품 재료이자 완구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그 제작 과정이 대단히 거창하지는 않습니다. 브릭 아트 작품의 제작 과정은 우리가 흔히 브릭 완구를 쌓아 올려 완성하는 단계와 완벽하게 같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브릭 놀이를 하는 모든 사람은 이미 예술 행위를 하는 브릭 아티스트라고 규정한 바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고 계시는 학부모 독자들이 계시다면, 부디 당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만일 여러분의 집에서 아이가 브릭 놀이에 몰두하고 있다면 ‘그만 놀고 공부하라’고 핀잔주지 마세요. 여러분의 아이는 창의적인 놀이를 함과 동시에 심오한 예술 작업,  즉 아트 워크를 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브릭 놀이에 몰두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 [사진 브릭캠퍼스]

브릭 놀이에 몰두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 [사진 브릭캠퍼스]

다만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매뉴얼대로만 조립하지 말고 반드시 창작 활동을 해보라’는 것입니다. 지난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예전과는 다르게 요즘 아이는 브릭 완구 제품의 박스를 열어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설명서 즉, 매뉴얼대로 조립하고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한 두 번은 매뉴얼대로 조립해 완성하는 기쁨을 만끽하였다면 꼭 그다음에는 다시 해체해 다른 부품과 섞어 무엇이든 자신이 상상한 대로 조립해 보기를 추천합니다. 심지어 집에 있는 모든 브릭 완성품을 해체해 모두 한 통에 담아 두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생각이 가는 대로, 손이 가는 대로 조립하며 나만의 멋진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놀라운 기쁨은 해 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른답니다. 세계적으로 수많은 전업 브릭 아티스트가 활동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

지난 12월 코엑스에서 열린 제 7회 레고 창작 전시회 ‘브릭코리아컨벤션 2019’의 모습. 대한민국 LCP 김성완, 이재원 작가를 비롯한 수 많은 창작가들의 작품 350여 점이 전시되어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사진브릭캠퍼스]

지난 12월 코엑스에서 열린 제 7회 레고 창작 전시회 ‘브릭코리아컨벤션 2019’의 모습. 대한민국 LCP 김성완, 이재원 작가를 비롯한 수 많은 창작가들의 작품 350여 점이 전시되어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사진브릭캠퍼스]

자, 그럼 전시회에 출품할 만큼 규모가 크고 표현이 아주 디테일한 대단한 작품은 어떻게 탄생되는 것일까요? 좀 더 전문적인 브릭 아트 작품의 제작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조형 예술 작품을 만들 때 흔히 사용하는 찰흙, 석고, 지점토와 같은 재료는 창작가의 상상대로 모양을 쉽게 빚어내거나 깎아낼 수 있지만, 브릭 아트는 일정한 사이즈로 규격화된 브릭을 조립하는 예술이기 때문에 그 제작 과정이 조금 다릅니다. 우선 브릭 아트는 세심한 관찰과 연구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어떤 부품을 사용해 어떻게 구현하는지가 관건입니다. 창작가가 상상한 조형을 이루어 나갈 때 각 부분에 어떤 종류의 브릭을 사용할 것인가에 따라 전혀 다른 작품이 탄생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브릭 아트를 잘하기 위해선 최대한 많은 브릭을 알고 있어야 하고, 오랜 기간의 경험과 연구도 필요합니다. 레고 브릭의 종류만 해도 4000개가 넘고, 세계 최대의 레고 온라인 커뮤니티이자 마켓인 브릭링크에서 판매되고 있는 부품 수만 해도 무려 5만8000개가 넘죠. 제가 만나본 숙련된 브릭 작가분들은 놀랍게도 이 많은 브릭의 종류를 거의 알고 있더군요.

브릭 아트 작품의 제작 과정은 일반적으로 크게 네 단계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째 상상하고 구상하기, 둘째 설계하기, 셋째 필요한 브릭 구하기, 넷째 조립하기입니다. 우선 창작자는 자신이 창조할 대상을 결정하고 구상을 합니다. 오직 브릭 재료만으로 어떤 작품을 만들 것인지를 구상하는 것이지요. 대부분의 창작자는 노트나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간략한 스케치를 먼저 하는데요. 이 순서는 다른 예술 창작자와도 거의 일치할 것 같습니다. 다음은 설계하는 단계인데, 세 번째 브릭 구하기는 뛰어넘고 네 번째 조립하는 단계까지 동시에 설명하겠습니다. (세 번째 브릭 구하기의 단계는 워낙 중요한 정보라 다음 칼럼에 별도로 소개하겠습니다)

〈브릭 아티스트 김학진의 작품 ‘귀’ 제작 과정〉

귀 모형을 보고 작품 구상. [사진 브릭아티스트 김학진]

귀 모형을 보고 작품 구상. [사진 브릭아티스트 김학진]

손으로 스케치한 모습. [사진 브릭아티스트 김학진]

손으로 스케치한 모습. [사진 브릭아티스트 김학진]

LDD 프로그램으로 설계. [사진 브릭아티스트 김학진]

LDD 프로그램으로 설계. [사진 브릭아티스트 김학진]

귀의 모형을 보고 먼저 손으로 스케치 작업을 하고, 다시 LDD 프로그램으로 3D 도면으로 만든 후 실제 브릭을 쌓아 작품을 완성한다. 현재 이 작품은 브릭캠퍼스 제주에 전시 중. [사진 브릭캠퍼스]

귀의 모형을 보고 먼저 손으로 스케치 작업을 하고, 다시 LDD 프로그램으로 3D 도면으로 만든 후 실제 브릭을 쌓아 작품을 완성한다. 현재 이 작품은 브릭캠퍼스 제주에 전시 중. [사진 브릭캠퍼스]

이 두 번째 단계에서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창작자의 스타일이 나뉩니다. 그중 하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건축이나 무대 세트 등에 사용하는 3D 프로그램과 거의 비슷한 기능을 하는 브릭 아트 3D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레고사에서 프리웨어로 제공하는 LDD(Lego Digital Designer)와 STUDIO 2.0 등이 대표적입니다.

LDD 사용화면 캡처 이미지. [사진 브릭캠퍼스]

LDD 사용화면 캡처 이미지. [사진 브릭캠퍼스]

STUDIO 2.0 사용화면 캡처 이미지. [사진 브릭캠퍼스]

STUDIO 2.0 사용화면 캡처 이미지. [사진 브릭캠퍼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다루는 것은 처음에는 낯설고 어렵지만 점차 익숙해지면 크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창작자는 이러한 프로그램을 사용해 자신이 원하는 형태를 3D로 시뮬레이션 해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가상의 작품이 화면 안에서 완성이 되면 프로그램이 계산해 어떤 브릭이 몇 개 필요한지를 알려줍니다. 그리고 전체 작업의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한 장씩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창작자는 프로그램이 계산해 준 브릭을 구하기만 하면 모니터 앞에 앉아 화면에서 안내해준 대로 브릭을 쌓으면 되는 것이지요.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는 또 하나의 설계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상상하면서 동시에 직접 쌓기’입니다. 프로그램으로 미리 시뮬레이션을 해 보지 않고 직접 상상하면서 가장 아래서부터 쌓아 올리기 때문에 조립하면서 해체와 수정 작업을 수없이 반복합니다. 사실 거의 집에서 하는 방법이기도 하지요.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설계를 마쳤다면 이러한 과정이 생략되겠지요?

세계적인 브릭 아티스트인 미국의 네이선 사와야, 캐나다의 에코 니마코가 이 방법으로 작품을 만드는 대표적인 작가입니다. 이들은 작품의 형태, 작품의 무게 밸런스 등을 모두 머릿속에서 구상하면서 조립하는 숙련자입니다. 특히 부드러운 곡선을 표현한다거나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작품을 만들어야 할 때는 고도의 기술과 수많은 경험이 필요합니다.

브릭 아티스트 네이선 사와야(Nathan Sawaya). [사진 www.brickartist.com ]

브릭 아티스트 네이선 사와야(Nathan Sawaya). [사진 www.brickartist.com ]

브릭 아티스트 에코 니마코(Ekow Nimako). [사진 Ekow Nimako]

브릭 아티스트 에코 니마코(Ekow Nimako). [사진 Ekow Nimako]

지금까지 브릭 아트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을 살펴보았습니다. 제작 과정 중 세 번째 단계이자 가장 중요한 ‘브릭 구하기’는 다음 칼럼에서 상세히 다뤄 보겠습니다. 그만큼 브릭 구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주)브릭캠퍼스 대표이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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