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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던 중국 곡예학교, 빠르게 사라지는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러시아, 북한, 중국.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유독 서커스가 발전했다.

이들 나라 안에서도 유독 농지가 척박하거나 생업 삼을 것이 마땅하지 않은 지역에는 서커스(马戏)에 종사하는 인구가 많았다. 나라마다 서커스의 특징이 다른데 러시아 서커스는 동물과 함께 하고, 중국 서커스는 신체가 단련된, 내공 강한 기인들이 안전시설 없이 아찔한 묘기를 보여주는 게 특징이다.

지난 수 십 년 간, 중국의 서커스 단원을 육성하던 곡예(曲藝, 아크로바틱)학교는 저소득층, 빈곤 가정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통로였다. 그러나 중국인들의 평균 소득이 오르고, 다양한 오락거리가 즐비해지며 곡예학교에 입학하려는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학교 역시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출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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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50분, 6세부터 15세 사이의 아이들이 교실을 향해 부지런히 걸어간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6시 15분, 아이들은 국어, 영어, 수학 수업을 들었고, 7시 50분 경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8시 30분이 되자 아이들은 곡예 수업을 배우기 위해 일사분란하게 옷을 갈아입고 연습실로 향했다. 랴오닝성의 수도 선양의 중심부에 위치한 학교의 평범한 일상이다. 연습실에서 가장 먼저 시작되는 것은 '곡예'를 위한 몸풀기다. 수업은 11시 20분에야 비로소 끝난다.

[출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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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들은 손으로 다리를 잡을 수 있을 때까지 몸을 뒤로 젖힌다. 1분 이상 같은 자세를 반복하는데 어린 학생 중 몇 명은 눈에 띄게 고통스러워한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지만 아무도 포기하지 않는다. 공개적으로 울지도 않는다. 그 자세가 끝나면 한도의 한숨을 내쉴 뿐이다.

선양 곡예학교의 교사인 왕잉(47)은 SCMP와의 인터뷰에서 "다양한 기술을 가르치지만, 이 나이 대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유연성이다. 2주 정도만 쉬어도 몸이 굳는다"며 훈련할 때는 엄격하게 아이들을 지켜봤다. 학생들은 생각보다 이 고통스러운 과정을 잘 참아낸다.

[출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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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세계 무대에 설 기회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몇 년 간 학교는 급격히 줄어드는 학생 수로 고심하고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중국에는 124개의 곡예단이 있고, 1만2000명의 전문 곡예사, 10만 여 명의 서커스 산업 종사자가 있다. 여전히 많은 숫자 같지만, 선양 곡예단 소속의 국영 학교인 이곳의 15세 미만 학생은 20명에 불과하다.

선양곡예단의 연기자 겸 코치인 통톈수(Tong Tianshu)는 "내가 공연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서커스는 세상을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 중 하나였다"라며 이 직업 덕분에 많은 나라를 방문할 수 있었고, 5년 간 미국에 머무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고 해외여행과 유학은 중산층 가정에게 달리 대단한 일이 아니다. 곡예를 하면 세계 곳곳을 다닐 수 있다는 이점은 사라진 지 오래다.

1가구 1자녀 정책도 신입생 모집을 더 어렵게 만든 이유 중 하나다. 소황제로 키우는 자식이 수련 과정에서 부상을 입거나, 고통 받는 걸 원치 않는 부모가 많아졌다. 부모는 자녀가 대학에 입학해 소위 '화이트컬러' 직종에 종사하며 육체적으로 편하게 살길 바란다.

통 코치는 90년대만 해도 매년 가장 우수한 60여 명의 단원을 선발하는 일이 어렵지 않았으나, 이제는 10명만 뽑아도 그 해는 운이 좋다 여길 정도라며, 곡예 산업의 침체기를 걱정했다. 2000년까지만 해도, 곡예단에는 120명의 전문곡예사가 있었고, 이들은 세 팀으로 나뉘어 순회공연을 다니곤 했다. 그러나 현재는 40명 남짓되는 인원으로 공연 일정을 짜야해 해외 공연은 거절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한다.

[출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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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곡예의 역사는 진한시대(BC221-AD220)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의 한(漢)대 고분에서는 우스꽝스러운 몸짓으로 재주 부리며 악기를 연주하는 이들의 모습을 표현한 토우가 발굴됐다. 중국 곡예는 먼 옛날 비교적 단순한 묘기에서 덤블링, 균형잡기, 접시 돌리기, 줄타기 등의 화려하고 세련된 레퍼토리로 발전해왔다.

현대로 중국공산당이 국민당과 대륙의 패권을 다투던 시절에는 ‘잡기’가 당원, 대중들을 문화 예술적으로 다독이는 도구로 활용되었다. ‘잡기’라는 단어도 중국공산당 주은래(周恩来)가 썼다는 설이 있다. 그리고 1950년대 들어 중국잡기단(中国杂技团)이 정식으로 만들어졌다.

곡예단은 한 순간도 긴장을 놓지 않고 훈련에 임한다. 반복, 또 반복만이 부상 없이 완벽한 무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곡예단의 묘기가 화려하고, 짜릿하고, 예측할 수 없고, 또 언제 높은 곳에서 떨어질 지 모르기 때문에 좋아한다. 단원들은 무대에서 1분을 위해 10년을 연습하지만 언제 사고가 발생할 지 예측할 수 없다.

[출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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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지금, 광둥성 주하이(珠海)에서 중국국제서커스축제를 매해 개최하며, 곡예단의 부흥과 일전의 영광을 되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곡예는 중국에서 오래 전부터 내려온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 코치는 "힘든 훈련을 버티게 하려면 역시 단원들에게 그에 합당한 댓가가 보상되어야 한다.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많은 급여, 위험수당을 보장하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야 곡예사도 늘어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차이나랩 임서영
출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China’s acrobatics schools, once a ticket to the world, are fast disappea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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