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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환자 74명, 4호는 172명···접촉자 정확히 밝힌 '숨은 공신'

중앙일보

입력

74명, 172명.

질병관리본부가 28일 밝힌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세 번째 확진자 A(54)씨와 네 번째 확진자 B(55)씨와의 접촉자수다. 질병관리본부는 수십 명이 넘는 접촉자 수를 어떻게 파악할까. 답은 신용카드 사용 내역에 있다.

28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에서 병원 관계자가 의심환자와 함께 병원을 찾은 질병관리본부 관계자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에서 병원 관계자가 의심환자와 함께 병원을 찾은 질병관리본부 관계자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확진자와의 접촉자, 카드 이용정보로 확인

질병관리본부는 감염병이 발생하면 역학조사를 통해 확진자의 이동 경로 분석을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본인 진술,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 카드 영수증 확인 등 다양한 정보가 활용된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28일 "환자의 신용카드 사용 내역과 휴대전화 위치조회 등을 통해 검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특히 카드 사용 내역은 확진자의 이동 경로 확인은 물론, 접촉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추리는 데 유용하게 활용된다. 이 때문에 카드업체들은 올 설 연휴 중에도 질병관리본부의 요청을 받아 확진자의 카드 사용 내역을 제출했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확진자의 카드 사용 내역 정보를 금융당국에서 요청해 카드사별로 이를 질병관리본부에 제출한 거로 안다”며 “이후 해당 가맹점에서 확진자가 이용한 시간 전후에 카드를 이용한 사람이 누군지 확인할 수 있는 정보도 함께 제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한폐렴’세번째 확진자 이동 경로.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우한폐렴’세번째 확진자 이동 경로.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세 번째 확진자가 들린 식당과 병원 등이 몰려 있는 강남구도 신용카드 사용 내역 등을 토대로 접촉자들을 파악하고 있다. 강남구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접촉자 명단을 받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고 있다”며 “국내에는 카드 사용이 보편화된 만큼 확진자의 동선과 접촉자를 파악하는 데 유용한 정보로 활용된다”고 말했다.

카드 내역+핸드폰 위치추적으로 동선 파악

카드 사용 내역은 2015년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때도 감염경로 확인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 당시에는 신용카드 회사와 여신금융협회 직원이 세종시로 직접 파견돼 업무를 지원했다. 메르스 당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역학조사관으로 활동한 이창환 공보의는 ‘한국의 감염병 역학조사 강화방안: 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 경험에서의 교훈’이란 논문에서 “환자의 역학조사 당시의 진술과 주변인들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아 명확한 동선파악에 어려움이 있었던 환자들이 늘어나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핸드폰 기지국 위치추적을 통한 진술의 근거 확보와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확인하는 등의 조치가 추가 병행했다”고 적었다.

지난해 A형 간염 감염자가 급증할 때도 카드 사용 내역이 감염 경로를 밝히는 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A형 감염 확진자의 진술과 카드 사용 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 특정 식당을 이용한 내역이 확인됐다. 이후 보건당국은 해당 식당의 카드 매출 전표를 토대로 이용자들에게 피검사와 예방접종 방법을 안내했다.

신용카드 사용내역은 확진자가 이동 동선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말하지 않을 때 큰 역할을 한다. 실제 2016년 8월 콜레라 감염자가 이동 동선을 대지 않을 때 신용카드 사용 내역으로 이용한 식당 등을 확인했다.

개인의 신용카드 기록이 조회된다는 점에서 개인정보 침해 등의 우려가 발생할 소지도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2016년 1월 감염병 예방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신용카드·직불카드·선불카드 사용명세 등 정보 제공을 받을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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